[Review] 시간을 뚫고 흐르는 이야기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글 입력 2023.12.30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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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화를 보고 나면, 네모난 스크린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디에선가 등장인물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바란다.

 

그러다 어떤 형태로든, 그들을 현실 세계에서 보게 된다면 매우 반가워하기도 한다. 나는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을 관람하며 나의 기억 속에 존재하던 무수한 이들을 다시 볼 수 있어 기뻤다.

 

전시회는 한 편의 글과 같다. 각 단락이 끝나고 숨을 고르듯, 전시회마다 자신만의 호흡이 존재한다. 달튼은 총 3막으로 이 전시를 구성했다. 이 이야기에 담겨있는 몇몇 작품들과 함께 나만의 감상을 전해보고자 한다.


1막에서는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다양한 장르의 명작을 작가의 관점과 색감으로 재구성한 일러스트 작품을 다루었다. 반세기의 세월을 공유하는 만큼, 다양한 연령층의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방문해도 각자 영화에 담긴 추억들을 나눠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겠다.

 

 

 

세월이 흘러도 읽히는 사랑 이야기 -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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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사랑에 관한 이야기. 서로 마음을 나누었던 인물들이 프레임을 빼곡 채웠다. 반갑고, 익숙한 얼굴들이 많다. 햇살 같은 따뜻함으로 대령의 마음을 녹인 마리아와 폰트랩을 보고, 잘츠부르크의 정원을 떠올리기도 했고, 에드워드와 킴을 보고 쓸쓸히 혼자 평생을 보낸 에드워드가 생각나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남의 사랑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누군가를 위한 넘치는 마음은 참 예뻐서 시대에 상관없이 들여다보고 싶나 보다.

 

 

 

오롯한 나 - 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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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

 

- 영화 기생충

 

 

영화에서는 항상 누군가와 함께 혹은 무언가에 둘러싸여 있던 인물들을 흰색 배경에 온전히 한 명씩 담아냈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정이는 미술 과외 선생으로 취업하며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지 미리 설정해 '독도는 우리 땅' 멜로디에 맞춰 외우곤 했었다. 달튼은 자신의 가짜 신분을 까먹지 않기 위해 골똘히 생각하는 기정의 표정과 노래에 맞춰 까닥이는 손가락 동작까지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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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외에도 설국열차, 오징어 게임, 옥자 등 봉준호 감독 영화를 모티브로 한 다수의 일러스트가 전시되어있으니 그의 열렬한 팬이라면 특히 기대하고 와도 좋겠다.

 

2막은 아름다운 미장센과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와 같은 연출로 두터운 팬층을 가진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의 작품을 오마주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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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슨의 수작으로 꼽히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일러스트다. 아름다운 영화 속 색감을 그대로 재현해 낸 그 작품 뒤로 나는 몇 발짝 물러나, 한동안 멈춰있었다.

 

 

 

슬픔을 전하는 일 -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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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천에 덮여 쌓인 사람을 앞에 두고 모두 모여 글을 쓴다. 펜을 들고, 키보드를 두들기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죽음을 기록하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드러나는 슬픔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마지막 3막에서 우리는 맥스 달튼의 취향과 영감을 엿볼 수 있다. 그가 작업한 그림책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아서 일러스트와 이어지는 이야기를 눈으로 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버려진 것들의 쓸모 - 외로운 공중전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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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공중전화기'와 '외로운 타자기'는 예전에는 자주 쓰이다가 점차 현대 문물에 밀려 버려졌던 물건들이 우연한 기회에 다시 쓰여 빛을 발하게 되는 이야기를 따뜻한 그림체와 함께 담아냈다.

 

"작가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동시에 타인의 이야기를 듣죠. 지금부터 여러분께 전혀 상상도 못할 이야기를 제가 들은 그대로 토씨 하나 빼지 않고 온전히 전달해드리겠습니다." - 맥스 달튼

 

나는 달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대중에게 익숙한 영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로 대화의 장을 열고, 두 번째 페이지에서는 그의 대표작을 보여주며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켰으며.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소개하며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이 공간에서 나는 내가 경험했던 일들을 현재로 끌어와 회상했고, 내가 잘 모르는 작품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는 곧, 그 작품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봐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그의 그림은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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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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