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테일로 완성되는 미학-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글 입력 2023.12.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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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여러분께 상상도 못할 이야기들을 그대로 토씨 하나 빼지 않고 온전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전시장 한편에 담긴 '맥스 달튼'의 전시 소개 중 한 문장이다. 작가의 말처럼 토씨 하나 빼지 않고 모든 그림에 정성스러운 디테일이 담겨 있어, 작품 하나를 보는데 오랜 시간을 들일 만큼 많은 것을 들여다보고 생각할 수 있는 전시였다. 돋보기가 있다면 돋보기를 들고 다니며,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싶었다.

 

그림을 보면서 디테일을 찾다 그 작품에 빠져드는 느낌을 받았던 이번 전시. 바로 63스퀘어에서 열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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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4월 9일에 태어난 맥스 달튼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이며 이따금 뮤지션이 되었다가 작가로 활동하기도 하는 예술로써 다양한 재능을 펼치고 있는 인물이다.

 

<웨스 앤더슨 컬렉션>의 일러스트레이션과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여러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3살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그래픽 아트는 대부분 독학으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처럼 그의 재능과 더불어 노력이 합쳐진 결과일까, 이번 전시에서 맥스 달튼의 작업 과정을 엿보았을 때 디테일 부분에서 천재적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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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를 그린 작품을 보았을 때 감탄한 부분이, 가로로 긴 종이에 영화의 키포인트가 되는 꼬리 칸부터 머리 칸까지 영화의 한 장면씩을 요약해 그려두었다.

 

125분의 긴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를 이렇게 알차게 축약 시켜둔 덕에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설국열차> 영화가 빠르게 재생되는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아주 포인트가 되는 장면들을 추려 섬세하게 표현했다.

 

돋보기를 끼고 작업을 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나사 부품 조각 하나하나까지, 글씨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작업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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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일러스트로 그린 부분의 전시들의 인상 깊었는데, 개인적으로도 봉준호 감독의 여러 영화를 각각 5번은 넘게 봤을 정도로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많이 분석하고 그의 작품들로 공부를 많이 했었는데, 영화에서 분석하던 디테일들이 보여 정말 재밌게 본 작품 구간이었다.

 

맥스 달튼이 그리는 인물들은 조각처럼 사실적으로 그린 얼굴이 아니다. 단순하게 인물을 잡아두고 그리지만, 그 배경이라든지 사소한 부분에서의 디테일이 엄청나다. <기생충> 작품을 보며 맥스 달튼의 전시명이 왜 '영화의 순간들' 인지 이해가 가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한 그림에서 모든 장면들이 동시에 상영이 되는 것 같았다. 한 공간 한 공간을 디테일하게 나눠보느라 이 작품을 보는데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던 것 같다. 그는 그림 속 차의 차량 번호까지 적힌 디테일과 그림 안에 그림을 그려둔다든지, 영화에서 연출된 사소한 디테일들을 그려둔다. 지하에서 모스부호를 누르고 있는 '근세'의 모습, 부엌에 그려진 다송이의 '자화상' 그림, 다송이 방 안의 디테일한 인형들과 잘 보이지 않는 가랜드의 글씨까지 아주 작게 그려져있다.

 

이 정지된 그림을 보면서 내가 보지 못했던 디테일을 다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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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 일러스트는 괴물의 몸속 안에 강두의 가족들을 담아낸 창의력이 돋보였고, 역시 뒤에 보이는 남산이라든지, 마지막 장면에 강두가 데려오는 남자아이와 그 아이의 아빠까지 그려낸 디테일이 보였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던 장면이 바로 떠오르게 만드는 맥스 달튼의 그림 안, 장면 구성이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외에도 히치콕 감독의 <새>를 맥스 달튼의 방식대로 구현한 작품과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 <샤이닝>의 한 장면을 풀어놓은 작품도 그때의 그 공포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토토로가 함께 그려진 작품과, 맥스 달튼의 일러스트로 그려진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달세계 여행>, 여러 히어로물의 주인공들이 보이는 작품도 <오징어 게임>에 대한 독특한 공간감이 보이는 작품들도 있었다.

 

이어서 LP를 좋아하는 맥스 달튼은 음악을 들었을 때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재구성해 LP 커버를 그렸다고 하는데, 이로써 맥스 달튼의 개인적인 취향의 부분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맥스 달튼의 인지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과 함께 웅장함이 느껴지는 일러스트를 관람할 수 있다. 그렇게 맥스 달튼이 존경하는 작가들의 그림까지 관람하고 나면, 비로소 '맥스 달튼' 감독처럼 느껴지는 그의 영화 같은 전시회 상영이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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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의 작품은 그림책 '윌리를 찾아라'처럼 그림 속에 작게 그려진 영화 속 인물을 찾는 것에 대한 재미가 있었다.

 

평소 그림과 영화에 대한 분석을 좋아한다면, 또 그림에서 사소한 디테일을 찾아 맞춰가는 것을 좋아한다면 틀림없이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 같다. 또한 이 전시에서는 일러스트계의 '웨스 앤더슨'인가 싶을 정도로 돋보이는 맥스 달튼만의 색감과 곧게 떨어지는 좌우대칭의 구조가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이번 전시에는 130여 점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말 많은 영화들과 함께하고 있으니, 영화에 관심이 많다면 보길 추천한다. 또한 일부 작품 밑 오디오 큐알을 인식하면 그에 맞는 작품 OST도 나오는데, 그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 곁에 있을 맥스 달튼과 함께 천천히 그 작품을 온전히 느껴보는 건 어떨까.

 

전시는 <영화의 순간들>, <웨스 앤더슨 컬렉션>, <맥스의 순간들>이라는 타이틀로 3개의 구성으로 나누어지는데, 천천히 영화에 대해 알아가다 맥스 달튼에게까지 스며드는 본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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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품 한 작품 놓칠 부분 없이 사소한 디테일의 미학으로 가득 차 있는 전시를 보며 맥스 달튼의 섬세함과 집념이 존경스러웠고, 떠나기가 아쉬워 쉽게 출구로 나갈 수 없었던 것 같다.

 

올겨울 마지막을 이 전시로 마무리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주변인들에게 오랜만에 추천해 주고 싶었던 선물 같은 전시였다.

 

 

[황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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