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저는 나중에 커서 여자가 될래요 [영화]

글 입력 2023.12.11 16:5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나중에 커서 여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소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사샤. 영화는 거울을 보며 자신을 ‘여자’처럼 꾸미는 사샤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겉보기에 사샤는 영락없는 여자아이이다. 머리를 기르고, 분홍색 옷을 즐겨 입는다. 사샤의 엄마는 그런 사샤의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면서도 슬퍼한다. 사샤가 원하는 대로 옷을 입고 행동하는 것을 누구보다 존중하지만, 사샤가 살아갈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리틀걸3.jpg

 

 

 

사샤는 유년기를 누리지 못해요. 세상이 그걸 앗아가 버렸어요.


 

세상은 역시나 사샤를 가만히 두질 않는다.

 

첫 번째 문제는 학교에서 발생한다. 학교는 사샤의 성별이 서류상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아이처럼 입고 행동할 것을 강요한다. 전문가와의 상담 결과를 통해 사샤가 겪고 있는 증상을 증명하지만, 학교 선생님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럴 수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사샤는 여자에도, 남자에도 속하지 못한 채 소외된다.

 

엄마는 여자아이를 원하고 이름도 중성적으로 지은 자신의 ‘탓’이라며 자책한다. 사샤가 마주한, 그리고 앞으로 무수히 겪게 될 어려움들에 가슴 아파한다. 하지만 이 비극은 어느 개인의 문제도 아니다.

 

이것은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의 문제다. 다양한 존재들의 무수한 개성을 무시하고 인위적인 분류 안으로 집어넣으려는 폭력적인 이분법적 사고의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0과 1로 구분되는 컴퓨터 세상이 아니다. 우리 존재들은 두 가지로 정확히 구분되지 못한다. 우리는 사실 모두 혼종적이다. 중심을 상정하고 둘 중 하나로 구분하려는 순간, 우리는 모두 어느 측면에선가 소수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이분법적 구조는 결국 우리 모두를 소외시킨다.

 

 

 

사샤는 남자로 태어난 여자애예요.


 

사샤의 오빠는 친구들에게 자기 동생을 소개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했다. 사샤가 남자의 몸에 갇힌 여자라고 하면 다들 이해한다고 말했다. 어른들이 만든 틀에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아이들은 오히려 쉽게 많은 것들을 포용하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사샤의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사샤의 모습에 의문을 품지 않는 친구들, 그리고 누구보다 사샤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가족들이 있다. 사샤의 가족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건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샤가 보고 자란 엄마와 언니는 머리가 짧지만, 사샤는 머리를 기르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런 사샤를 보고 자랐지만 사샤의 남동생은 자신은 남자라고 고민없이 외친다. 어린 사샤가 자신을 분명하게 표현할 줄 아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리틀걸7.png

 

 

학교에 갈 때면 사샤는 엄마가 입혀주는 ‘남자아이 같은’ 옷을 입어왔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의 행정적 문제가 해결된 등교 날, 사샤는 드디어 좋아하는 캉캉치마에 플랫슈즈를 신고 예쁘게 묶은 머리를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로 향한다.

 

“여자도 파란색 입어. 남자도 분홍색 입고.”

 

“그렇긴 한데, 어쩔 수 없어.”

 

파란색 옷을 모조리 정리하는 사샤를 보며 엄마가 하는 말에 사샤는 이렇게 답한다. 사샤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좋아하는 색깔이, 입는 옷이 성별을 결정하지 않는 다는 것. 사샤는 그저 자신이 입고 싶은 걸 입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그것이 옳다는 것, 그래도 좋다는 것을 조금 일찍 깨달은 사람이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태그팁.jpeg

 

 

[최아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