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그림 속 심연을 들여다보다 –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

by 최아연 에디터
2024.09.29 12:13

 

 

전후 미국 모더니즘 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는 나처럼 미술사를 전공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인물일 것이다. 색면으로 넓은 캔버스를 가득 채운 그의 ‘색면 추상’은 1950년대 미국 미술을 대표한다.


그의 그림은 사람들을 울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내셔널 갤러리가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미술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의 70%가 로스코의 그림 앞에서 울었다고 한다. 이것은 우연이라기에 상당히 큰 숫자였고, 그의 그림이 어떤 점이 이들의 마음속 내밀한 곳을 파고드는지 궁금했다.



로스코5.jpg

Mark Rothko, < Orange and Yellow > (1956)

 

 

이 책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의 저자 크리스토퍼 로스코는 마크 로스코의 아들이자 심리학자이다. 그는 아버지의 예술세계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 비록 그가 6살 때 마크 로스코는 권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부자간의 예술에 대한 교류는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아들로서 아버지의 작업에 대한 본능적 이해와 애착이 있다고 말하는 그는 로스코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내면을 바라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주장을 따라가며 로스코의 그림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가보고자 한다.

 

 

마크로스코 앞표지 웹용.jpg

 

 

저자는 로스코 그림의 핵심을 ‘감정적 복합성’이라고 본다. 이는 로스코의 경우에만 국한된 관점은 아니다.

 

그림은 여러 층위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순간에도 드림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피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림의 위대함을 알 수 있는데, 위대한 예술은 먼저 우리 자신의 개인적인 영역에 가차 없이 개입하며, 자신의 반응을 받아들일 때까지는 작품이 창작자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묻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로스코 그림은 다른 거장의 작품들보다 우리가 그 지점에 끈질기게 집중하게 만든다.


로스코 그림에는 외부 세계도, 알아볼 수 있는 뚜렷한 배경도, 서사도, 현실 세계와 구체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어떤 단서도 없다. 완전한 추상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그림들은 결코 공허하지는 않다. 로스코는 최소한의 매개로 자연스럽게 속삭이듯 보는 이의 내적 자아에 직접 말을 건다.

 

그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요소와 소통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의 신비로운 색면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그림을 통해 로스코를 알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는 특히 공감할 수 있었는데, 모마(뉴욕현대미술관)에서 로스코의 그림을 마주했던 순간, 난해하고 불친절한 다른 추상화들과는 조금 다르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크린샷 2024-09-29 오후 5.45.50.png

Mark Rothko, < Magenta, Black. Green on Orange > (1949)

 

 

저자는 로스코 그림 앞에서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감동의 표현이며, 유의미한 무언가를 경험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그들이 그림을 마주할 때 어떤 마음을 품고 작품으로부터 무엇을 얻든 마음속 깊은 곳을 뒤흔드는 교감을 경험하는 것이다.

 

즉, 그림 속 무언가가 관객의 마음을 울리고, 관객의 내면과 공명하는 것이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자신의 그림 앞에 선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고자 한 로스코의 진심이 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로스코는 색면 추상으로 나아가기 전에도 자신의 내면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초기 그림을 보면 자유로운 표현과 유기체적 형상이 눈에 띄는데, 이는 당시 로스코가 빠져있던 실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자 유럽의 초현실주의의 영향이다.

 

그는 내면과 심리 표현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다가 마침내 색면 추상에 도달한 것이다.



로스코1.jpg

Mark Rothko,  < Slow Swirl at the Edge of the Sea > (1944)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로스코의 색면은 195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색이 짙어진다. 한 종교에 국한되지 않는 범 종교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로스코는 메닐 부부의 후원으로 텍사스 휴스턴에 ‘로스코 채플’을 만들고 자신의 그림 연작을 걸어두고자 한다.

 

로스코는 채플 완공 전에 사망하였지만, 여전히 그 장소는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위로의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로스코채플.jpg

Rothko Chapel, Texas Houston

 

 

책을 읽으며 마크 로스코에 대해 여러 측면으로 탐구해 볼 수 있어서 유익했고, 더불어 크리스토퍼 로스코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버지의 아들로서, 심리학자로서, 그리고 미국 미술 거장의 재단 관리자로서 로스코의 작업 세계를 연구하는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책에 담긴 로스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그의 과정이 열정적이면서도 철저하고, 자랑스러워하면서도 객관적이라서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고작 6살 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위대한 화가 아버지의 아들로서 자신이 맡은바 숙명을 다하는 모습이 아주 크게 다가왔다.


때마침 용산구 한남동 페이스 갤러리에서 로스코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 로스코의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10월 26일까지라고 하니 로스코 그림에 관심이 생겼다면 꼭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그의 그림이 주는 울림은 화면으로는 잘 전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접 감상하며 로스코의 내면 세계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

 

 

 

컬쳐리스트 태그.jpeg

 

 

최아연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Review] 때로는 낮보다 아름다운 밤 - 화가가 사랑한 밤
  2. 02 [Review] 몽마르트의 섬세한 관찰자 툴루즈 로트렉
  3. 03 [Review] 사진의 역사, 역사의 사진 – 포토북 속의 매그넘 1943–2025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