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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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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레싱, <실패한 동서독의 정상회담>(1960)

 

 

 

매그넘 포토스: 사진가의 공동체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는 1947년에 설립된 세계적인 사진작가 협동조합이자 사진통신사로,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과 포토저널리즘의 상징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단순한 보도사진을 넘어서, 깊이 있는 서사와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는 사진을 찍는다. 전쟁 보도, 사회 다큐멘터리, 인권, 정치,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며, 보도사진과 예술사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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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개요: 포토북으로 만나는 매그넘


 

2025년 5월 23일부터 9월 14일까지 뮤지엄한미 삼청본관에서 열린 《포토북 속의 매그넘 1943–2025》는 매그넘 소속 사진가들에 대한 소개에서 시작해, 이들의 시선과 목소리가 담긴 사진과 포토북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매그넘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1908–2004)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매그넘은 사고의 공동체이자, 인간 공통의 특성,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호기심, 그것에 대한 존중, 그리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기록하려는 열망이 모여 있는 곳이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이번 전시는 이러한 매그넘의 철학, 즉 세계에 대한 윤리적 시선과 기록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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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어떻게 ‘대상’을 대할 수 있는가


 

매그넘 사진가들의 작업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들의 사진이 대상을 착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의 참상이나 비극적 사고 현장을 촬영할 경우, 사진은 때때로 자극적인 '포르노'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만큼 찍기 쉽고, 시선을 끌기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그넘의 사진은 그러한 방향을 철저히 거부한다. 브레송의 말처럼,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존중을 동시에 담고 있으며, 피사체를 연민의 대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대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잘’ 담아내기 위한 고민과 윤리적 태도가 사진 전반에 배어 있다. 렌즈를 통과해 필름에 안착된 장면은 종이에 인화되어 오랜 시간을 지나 우리에게 도달한다.

 

그 안에는 사진가의 노력과 마음이 더 짙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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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장면들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들은 역시 전쟁의 순간들이었다.

 

스위스 출신 매그넘 대표 작가인 베르너 비쇼프(Werner Bischof, 1916–1954)의 포토북에는 한국전쟁 당시 개성에 취재를 나간 국제 보도사진 기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어수선하고 긴장된 상황 속에서도 사명을 다하기 위해 집중하는 사진가들의 표정과 몸짓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강한 울림을 준다.


그 옆에는 전쟁 직후의 서울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폐허가 된 도시의 거리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민간인들과 어린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이어지는 구호 활동의 장면은 전쟁의 현실과 회복의 서사를 동시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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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북이라는 감각


 

전시장에 걸린 인화 사진을 감상하는 것과, 포토북을 넘기며 사진을 보는 경험은 전혀 달랐다.

 

공간의 압도적 감각이 사라진 대신, 하나의 주제 아래 응집된 사진들을 나만의 속도로 넘기며 볼 때의 몰입감은 훨씬 깊었다. 작가와의 거리도, 작업에 대한 거리도 책과 나의 거리만큼 좁아졌고, 손끝에 닿는 종이의 질감, 책의 냄새, 책장을 넘기는 소리는 그 감상의 밀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이 전시는 사진을 ‘본다’는 행위가 지닌 윤리성과 감각적 경험, 그리고 이미지와 기억 사이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만들었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 사진이라는 매체의 깊이와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고, 매그넘이라는 이름이 왜 여전히 강력한지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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