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선물처럼 내게로 온 공연, 국악뮤지컬 '심청날다' [공연]

글 입력 2023.11.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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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 제공한 연말 선물, ‘The Gift’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10월 6일에 진행된 올해 첫 번째 'The Gift'를 시작으로, 밴드 '날다'는 27일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2023년 'The Gift'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익숙하지만 가까워지진 않는 국악이라는 장르를, 마치 미처 풀어보지 못했던 ‘선물’ 그 자체로 탈바꿈하여 우리에게 전해주는 듯한 공연, [심청날다]를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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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다'는 JTBC 풍류대장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소리꾼 오단해, 신예주를 주축으로 한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이다.

 

작년부터 '날다'가 선보이고 있는 뮤지컬 [심청날다]는 판소리 심청가의 주요 대목과 장면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공연으로 한국 고유의 소리와 다양한 서양악기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보컬은 오단해, 신예주이며 두 보컬 외에도 기타의 김수유, 드럼의 김수준, 베이스의 구교진, 키보드의 이효주, 퍼커션의 조재범, 색소폰의 이유철로 구성된 밴드가 기존의 판소리 공연과 다른 새로움을 더한다. 그들은 펑크, 소울, 블루스 음악을 접목해 익숙히 알려진 '심청가'의 장면들을 그들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해당 공연은 사회공헌사업의 일환 전석 초청공연으로 진행되었으며, “예술 단체를 응원하고, 지역사회에 힐링을 선물한다.”는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과 한국메세나협회의 모토를 토대로 한다. 이들은 재능 있는 예술 단체를 발굴하고, 각각 3년간 공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국악은 이래야 한다


 

공연곡은 '쾌지나칭칭', '둥둥둥 내 딸', '소녀 심청', '중 올라간다', ‘심청날다’, '화초타령', ’방아타령’, '눈을 뜨고', ‘옹헤야’ 순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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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을 둘러싼 편견을 다 깨어, 마침내 국악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공연을 다 감상한 뇌리에 스친다.

 

특히 색소폰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했는데, 본래 국악에서 쓰이는 악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를 부각하는 점이 참신했다. 색소포니스트가 입고 있던, 멀리서도 보이게 번쩍번쩍 미러볼처럼 빛나는 의상은 그가 연주하는 색소폰의 명쾌하게 쭉 뻗어가는 음색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때로는 용왕으로, 때로는 그저 열정적인 연주가로서 참여한 그의 공연은, 개인 능력의 발견 부분에서도 흐름 상으로도 중요한 메인 스트림으로 작용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찬 공연


 

[심청날다]는 ‘효녀 심청’에서 존속되지 않아도 되는 전통은 배제하고, 웃음기와 희망만을 남긴 영리함을 보였다. 어쩌다 보니 모든 국민이 아는 대표 효녀 호(號)가 붙은 심청도 사실은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존재였으나 당시 다른 선택지가 없었음을 알린다.

 

‘효’도 중요하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던 아이였음을, 우리 모두와 다를 바가 없던 아이였음을 명시하는 동시에 그녀의 노고를 치하해 한민족이 심청에게 가지고 있는 선량한 오해에 대한 한(恨)을 푼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는 유려히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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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중 ’둥둥둥 내딸‘을 부를 때 내 옆자리 관객의 울음기 어린 들썩임을 잊지 못한다. 딸아이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던 그 선율은 정말 구슬프게 울렸다. 한 명의 작은 들썩거림은 아마 공연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이자 무대와 관객의 거리를 좁힌 감화의 표상일 것이다.

 

이토록 최선의 무대를 보여준 아티스트들은 이러한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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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의 감동 이후에도 약방의 감초와 같이 등장한 ‘심봉사’ 역의 재치 있는 대사들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관객을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하게 하면서 몰입도를 더욱 높였고,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부분부터 심봉사가 눈을 뜨는 그 순간까지 아름다운 노래와 화면이 함께했다.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해 노래 가사를 화면 자막으로 띄운 점도 인상 깊었다.


[심청날다]는 그 특유의 에너지로 중학생부터 노인층까지 모든 연령대의 관객들이 다 모여서 즐길 만한 공연이었다. 국악이 올드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준 밴드 '날다'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밴드 '날다'가 그 재능을 점차 인정받을 수 있게 도와준 메트라이프 재단과 더불어 메세나협회에도 격려를 보내며, 앞으로도 재능 있는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응원해 주는 단체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과 동시에, 더욱 다양한 예술가들이 무대에서 상호작용하며 화려한 빛을 받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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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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