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심청전의 완벽한 재해석, 심청날다

글 입력 2023.10.3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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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석 장르에 대하여


 

리뷰를 시작하기 앞서 내 취향을 먼저 밝히자면, 사실 나는 예술적인 차원에서의 재해석 장르는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특히 스토리텔링에서의 재해석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다. 원작을 새롭게 보고자 시도하는 데서부터 원작의 가치가 일부 훼손된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이라는 게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것이기에 지금의 사회 현상과 기호를 필수적으로 담을 수밖에는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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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심청전?


 

예전에 봤던 현대판 심청전 이야기에서는, 심청이 살기 위해 아버지를 배신하는 내용이 있었다.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여성의 주체적인 삶과 독립을 도모해 냈다는 점은 매우 의의가 있는 작품이었으나, 과연 진짜 현대판 "심청전"이라든가, 다시 쓰는 "심청전"과 같은 이름을 부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는 의문이 들었다. (나 역시도 심청이의 선택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모르겠다. 심청전의 요체인 효녀 모티프가 빠지고서는 심청이를 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옆집의 춘향전도 언급해 볼 수 있겠는데, 요즘 다시금 생산되는 춘향전, 각종 웹드라마, 음악 등에서의 춘향이는 종종 이몽룡을 변절하고 변학도를 선택하고는 한다. 그렇다면 과연, 춘향전의 핵심인 열녀 모티프가 빠진 춘향이를 "춘향"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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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심청


 

한편 <심청날다>만큼은 그런 내 편견에서 완전히 빗나간 작품이었다.

 

공연 도입 부분에서 심청이가 가수를 준비하며 노래 연습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 심청이가 반복적으로 읊었던 노래 가사는, "효녀 심청 아니 그냥 소녀 심청"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노래만 들었을 때는, 아, 또 내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의 현대판 심청전이구나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공연을 보는 내내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번 공연도 효녀로서의 정체성보다 소녀로서의 정체성을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성장 드라마겠거니 했는데, 원작 부분의 요소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실제 판소리 심청가의 주요 대목들을 접목시켜 구성한 공연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익숙한 곡조가 들리기도 했다.

 

원작의 이야기도 거의 훼손하지 않았다. 다만 음악에서의 어려움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서, 그리고 일부 유머 코드를 생성하기 위해 현대적인 요소가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정도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원작이 잘 재현되어 만족하며 관람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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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의 재발견


 

사실 나는 국악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인터넷에 유행하고 있는 말을 좀 빌리자면, 국악의 ㄱ자도 모르는 게 바로 나일 것이다. 티브이에서도 국악 채널이 나오면 쉽게 채널을 돌리고는 했다.

 

국악은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음악, 듣는 사람이 따로 있는 음악, 어렵운 음악이라고만 생각했다. 부끄럽지만 국악이라고 하면, 그냥 재미없고 졸린 음악이겠거니... 하는 편견도 가지고 있었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만 해도 졸리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했으니 말은 다 했지 말이다.

 

그런데 그런 걱정을 왜 했을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보는 내내 공연에 혼이 쏙 빠져 있었고, 노래가 흘러나올 때마다 손뼉을 치며 즐겁게 반응했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스토리를 얹은 국악 콘서트라는 설명이 더 맞을 듯한데도, 흡입력은 상당했다.

 

국악으로 이 정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니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런던에 갔을 때 뮤지컬을 보면서 완전히 매료되었을 때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K-작품들이라고 외국에 소개해 주면 좋을 텐데... 하는 마음도 들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나는 국악의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뻔한 말이지만 이만 한 말이 없다. 가슴을 울리는 소리가 당최 무엇인지, 목소리만으로도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추상적인 말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순간을 묘사하는 것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우리 음악을 왜 이렇게 몰랐나 부끄럽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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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악기와의 조화


 

그런 국악의 매력을 조금 더 돋보이게 해 준 데는 악기의 역할도 컸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각기 다른 서양의 악기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우리 음악의 맛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드럼, 베이스, 퍼커션, 색소폰의 선율에 우리의 목소리가 얹어질 때, 한 서린 목소리의 멋스러움은 배가 됐다.

 

물론 전통 국악을 감상하는 그 자체로도 의미 있었겠지만, 국악이라는 음악이 생소했기 때문에 국악과 나를 이어 줄 수 있는 매개점이 필요했었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는 악기가 그 역할을 담당했던 듯하다. 펑크 음악, 흔히 접하는 소울 장르, 심지어는 익숙한 블루스의 선율이 낯선 판소리 음악에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요약하자면 <심청날다>는 스토리텔링, 연주, 노래, 유머 등 모든 부분들이 다 매우 인상 깊은 공연이었다. 정말 좋은 공연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좋은 공연을 많이많이 보면 좋겠다. 학생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많은 가족들과 연인들에게 모두 추천하고 싶은 공연! 더 뜻깊고 의미 있는 공연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조금 더 풍요로운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

 

이번 가을도, 양질의 문화를 많이 향유하는 가을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끝맺고자 한다.

 

 

 

 


[신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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