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함께, 그리고 같이'의 가치 - 세이 예스 어게인 [영화]

프러포즈에 성공하지 못하면 오늘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글 입력 2023.10.1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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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포즈에 성공하지 못하면 오늘 하루가 반복된다. 


매일 청혼하는 남자와 매번 거절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세이 예스 어게인’이 이번 10월 한국에서 개봉한다. ‘세이 예스 어게인’은 달콤하지만 현실적인 대만 청춘 로맨스물로,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달달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다. 


사랑스러운 매력의 샤오차이 역에는 배우 곽서요, 허당미가 돋보이는 루크 역에는 배우 채범희가 열연을 펼친다. 루크의 절친 샤오류 역에는 후언서, 샤오차이의 절친 진 역에는 막리가 함께하며 영화의 다채로운 매력을 더한다. 


6년 동안 장기연애를 이어온 루크와 샤오차이. 소설 같은 첫 만남부터 영화 같은 데이트까지 긴 시간을 샤오차이와 함께 한 루크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녀와의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앞으로 계속 그녀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은 그로 하여금 결혼을 결심하게 만든다.


죽마고우의 헌신적인 도움은 물론이고 샤오차이 친구들의 도움까지 준비됐다. 아름다운 장소와 반지, 그리고 치밀한 계획도 준비됐다. 프러포즈를 할 생각에 너무 설렌 나머지 늦잠을 자서 회의에도 살짝 늦어버렸지만, 어쨌든 프러포즈 준비는 잘 되어가는 듯하다. 


영롱한 전등의 점화와 함께 야심차게 준비한 프러포즈가 시작된다. 오늘따라 유독 아름다운 샤오차이가 루크에게로 한 걸음씩 다가오고, 주변에서는 친구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그녀의 앞에 한 쪽 무릎을 꿇은 루크가 꽃다발과 함께 반지 함을 내민다. 어딘가 덜렁거리고 미숙해 보이는 루크지만, 샤오차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남은 건, 샤오차이의 승낙 뿐!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감정을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으로 반지함을 닫아버리는 샤오차이. 생각도 못 한 일에 당황하기도 전에 루크는 정신을 잃고 만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아침이었다. 


바로 프러포즈를 준비하고, 프러포즈를 하고, 프러포즈에 실패한 그날 아침!


아침으로 다시 돌아온 루크는 자신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 갇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후 6시까지 프러포즈에 성공하지 못하면 또다시 아침 9시로 돌아가게 된다. 루크는 그 후로 수십 번 샤오차이에게 청혼하고, 샤오차이는 그때마다 매번 루크를 거절한다. 그럼에도 루크는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이고 샤오차이에게 반지를 건넨다. 


과연 루크는 프러포즈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세이 예스 어게인_메인 포스터.jpg

 

 

포스터부터 사랑스러운 느낌이 가득했던 영화 ‘세이 예스 어게인’은 초반에는 유쾌한 매력으로 영화에 집중하게 하고, 후반부에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주제를 던져주면서 영화에 완전히 빠지게 만들어 버린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 한 시간 반이라는 러닝타임이 어느새 훌쩍 지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필자는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됐다. 


조금은 뜬금없지만, 이 글을 보는 당신은 언젠가 결혼을 하고 싶은가? 만약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당신도 프러포즈에 대한 환상이 분명 있을 것이다. 혹시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분명 프러포즈를 하거나 받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프러포즈를 하는 쪽이든, 받는 쪽이든 결혼과 프러포즈는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프러포즈. 상대에게 결혼에 대한 의사를 묻는 과정이다. 즉, 프러포즈는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거절이 두려워 결혼이 확정된 상태에서 프러포즈를 하기도 하거나, 프러포즈를 거절당한 이가 억울함을 표명하는 일도 있으니, 프러포즈에 있어 거절은 심히 두려운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프러포즈라는 이벤트가 주는 설렘이 결혼을 약속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는 다들 이견이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연애전선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던 루크의 프러포즈는 왜 실패한 것일까? 샤오차이는 왜 루크의 프러포즈를 거절했을까? 이는 영화 전반에 걸쳐 루크가 해답을 찾으려는 질문임과 동시에 필자도 의문을 품었던 질문 중 하나였다. 


그런데 고민을 하다 보니 필자는 근본적인 사실을 간과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바로 모든 사랑이 곧 결혼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람은 언제, 왜 결혼을 결심하는가?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결혼을 거절한다는 것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질까? 사랑한다면 무조건 꼭 결혼을 해야 할까? 필자는 이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사랑이 곧 결혼을 의미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기에. 


사랑한다고 무조건 다 연애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결혼할 수 있는 것도, 결혼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연인의 단계를 넘어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사랑 말고도 고려해야 하는 요인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의 요인이 어긋난다고 해서 사랑이 쉽게 사라지는 건 아닐 테다. 그러니 결혼을 거절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같은 의미는 아니다. 샤오차이 역시 루크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을 거절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반복되는 하루를 다시 살아가면서 루크는 샤오차이에 대한 걸 조금 더 알아가게 된다. 새로 알게 된 것들은 정말로 몰랐던 것들이 아니었다. 루크가 샤오차이를 만나는 시간 동안 가볍게 흘렸던 순간들을 다시 되새기게 된 것뿐이었다. 이를테면 샤오차이의 표정을 굳게 만들었던 저의 한 마디 같은 것들. 샤오차이가 저에게 간절히 바랐지만, 순간의 귀찮음 때문에 조금씩 미뤄두었던 일 같은 것들.


깨달음을 얻은 루크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하루를 변화를 위해 사용한다. 커다란 변화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샤오차이가 혼자 감내해야 했던 것들을 함께 하기 위한 준비였다. 혼자 걸어가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마땅히 했어야 할 것들을 뒤늦게야 붙잡아 보는 것이었다. 타임루프라는 특별한 설정이 가미되지 않았어도 같은 시간을 들였다면 그전에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들이었다. 


필자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랑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고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사랑에 있어 두 사람이 함께 마음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만큼, 함께 하자는 확신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 역시 말이다.


사실, 변할 것 같지 않은 상대에게 더 이상 말을 얹지 않는 건 배려라는 이름으로 예쁘게 포장한 포기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저 달라지지 않을 현실에 굴복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을 뿐이다. 여전히 그를 사랑하긴 하겠지만, 혼자 짊어지려는 만큼 두 사람 사이에는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이 생겨버린다. 함께 하는 사랑을 혼자 노력하는 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셈일 테니. 


그러나 이는 입을 다물어버린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상대가 변화에 대한 선명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상대와의 사랑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현상 유지만이 답이다. 팽팽하게 차올라 현상 유지를 하던 표면장력은 작은 흔들림에도 쉽게 넘쳐버린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사랑이 언제나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커다란 기만도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변하겠다는 의지는 함께하는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는 드라마틱한 삶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위해 맞춰나가겠다는 의지면 된다. 난 원래 그래왔어, 라는 등의 섣부른 결단은 상대방의 앞에 그어놓은 선명한 선이 될 뿐이다. 루크가 깨달은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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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루크의 프러포즈를 전적으로 도와준 샤오류도, 루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거듭 루크에게 힌트를 주던 진도, 진심으로 루크에게 조언하며 중요한 것을 일러준 어머니도 결국은 루크와 샤오차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랐다. 루크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기에 깨달음을 얻고 변할 수 있었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변하려는 자세와 함께, 주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도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세이 예스 어게인’은 귀엽고 풋풋하며 감동을 주는 이야기지만, 그 안에 분명한 교훈을 담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우리의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상대와 함께하려는 마음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이 예스 어게인’은 소중한 사람과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함과 동시에, 커다란 반전으로 관객들에게 충격을 준다. 올 가을, 어딘가 매콤한 달콤쌉싸름한 사랑 이야기를 즐기고 싶다면 ‘세이 예스 어게인’을 관람해 보면 좋겠다. 


‘세이 예스 어게인’은 오는 10월 18일부터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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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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