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들의 소소한 행복이 물들던 그 여름밤 - 남매의 여름밤 [영화]

남매의 따뜻한 성장 스토리
글 입력 2023.09.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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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9월, 제11회로 고양시 여성영화제가 열렸다. 올해의 고양여성영화제는 "여성, 역사와 마주하다 - 여성의 삶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다"라는 주제로 <콜제인>, <성스러운 거미>, <경아의 딸>, <나를 구하지 마세요> 등 영화 상영 및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가부장제 역사 속에서 여성들의 삶을 담았고 현재의 여성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연대하고 있는지를 담고 있는 영화제였다. 또한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에 관해서도 상영작을 구성하여 현재 대한민국의 아동의 삶을 비추며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필자는 영화제 폐막작 <남매의 여름밤>을 관람했다.

 

 

 

<남매의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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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일상의 행복을 보여준다. 아빠와 함께 사는 옥주와 동주. 그들은 여름방학 동안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다. 반지하에서 살다가 2층의 넓은 집으로 이사를 와 자신의 방을 갖게 되고 자전거도 탈 수 있게 되며 남매는 즐겁게 생활한다.

 

사회적인 시선으로 보면 그들은 이혼가정, 반지하에 살던 가난한 가정, 안정적 일자리가 없는 가장이다. 이들의 경제적 사회적 상황을 보면 걱정과 하루하루가 어려울 것 같지만 영화 속에 담긴 그 가족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그들은 하루하루 웃고 살았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알고 있는 가족이었으며 좋은 마음씨와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들을 함께 겪으며 조금씩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가정이었다. 밤에는 함께 모여 밥을 같이 먹고 마당에서 키운 포도를 빙 둘러 같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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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안 좋은 할아버지의 생일 땐, 아빠와 고모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케이크와 맛있는 음식만 준비하지만 할아버지가 초를 불고 동주는 춤추는 재롱을 부리고, 옥주가 깜짝 모자 선물을 드리며 모두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행복한 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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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마당에는 많은 농작물이 피어있어 언제든 그곳에서 고추, 방울토마토, 포도를 따 먹으며 맛있고 건강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그것과 같이 아이들도 따뜻한 웃음을 지어주는 할아버지와 함께 그의 집에서 가정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받으며 방학을 보냈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몸도 편찮으시고 정신도 온전치 않지만 아이들은 그런 할아버지를 돌보며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아빠와 고모는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고자 하지만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이 좋다며, 할아버지집에서 함께 살기를 원한다.

 

꼭 어른만이 돌봄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아이들도 어른을 돌볼 수 있다. 돌봄은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었다.

 

 

 

아이의 삶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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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옥주는 늘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긴다. 동생 동주의 밥을 먼저 퍼주고 정신이 온전치 않은 할아버지를 이해하며 챙긴다. 이혼한 엄마가 만나자고 하자 바로 따라가려는 동주를 막아 세우며 엄마를 왜 보냐며 동생과 싸우기까지 한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옥주는 엄마를 만나고 함께 밥을 먹는다. 그러나 엄마를 만난 것은 꿈이었다. 실은 누구보다 엄마를 보고 싶었지만, 책임감을 가진 첫째라는 이유로 마음을 애써 꾹 참고 있었던 것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가 없는 집에 차마 들어가지 못하던 남매. 그렇게 할아버지가 없는 집에서 아빠와 남매는 밥을 차려 먹는다. 그러나 첫째는 결국 밥을 먹다 눈물을 터뜨린다. 그 작은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니 지금까지 이 어린아이가 얼마나 꾹꾹 참고 살아왔던 것일까 마음이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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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아이에게 어떤 무게를 지운 것일까. 아빠와 사는 삶에서 엄마 역할을 하며 동생을 책임지고 불안정한 가정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많은 상황을 고려하며, 또 학생으로서의 자신의 삶도 살아내기 위해 얼마나 고단했을지 그 무게가 느껴져 눈물이 나왔다.

 

옥주와 같이 일찍 철이 들어버린 무거운 삶을 지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부디 아이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기를, 더 많이 웃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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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을 좇는 세상에서 잔잔한 행복을 좇아 작은 파동이지만 깊이 있는 울림을 줬던, 아이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한 영화, <남매의 여름밤>이었다.

 

서럽게 우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가 끝났음에도 옥주의 미래가 더 이상 걱정되지 않는 건 그 눈물을 쏟은 후에 건강한 가정 속에서 위로와 힘을 받으며 더 단단해져 당당히 살아낼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옥주와 동주 남매가 함께 웃으며 하루를 살아가는 것처럼, 세상의 아이들이 세상을 당당히 살아가며 웃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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