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국적이지 않은 한국 - 제26회 서울세계무용축제

2023 SIDance 개막작 <코리얼리티(Koreality)>
글 입력 2023.09.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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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2022 SIDance의 일정 중 하나인 ‘HOTPOT: 동아시아무용플랫폼’을 관람한 적이 있다. HOTPOT:동아시아무용플랫폼은 한·중·일 아시아 3개국의 무용 교류를 위한 창구로 작년이 4회째였다. 그 당시 아는 무용수님의 공연을 보기 위해 포스트 극장에서 열렸던 ‘후즈넥스트’를 예매했다. 총 4개의 한국팀이 주목받는 신예로 공연했는데 공연장의 규모나 시설이 조악한 것이 너무 아쉬웠을 만큼 멋진 무대와 아티스트들을 본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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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2023 SIDance인 26회 서울세계무용축제의 개막작을 보기 위해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으로 향했다. <코리얼리티(Koreality)>는 독일 바디토크무용단의 작품으로, 이번 26회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는 한국과 독일의 국제합작 프로그램으로 소개되었다.


재밌는 점은 바디토크무용단은 독일 소속이지만, 무용단원들은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또 안무가 와키 요시코(Yoshiko Waki)는 독일을 시작으로 함부르크와 홍콩에서 활동을 해온 일본인이다. 코리얼리티는 안무가가 한국에 잠시 머물며 경험한 한국의 이미지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으로 일본의 전래동화 ‘우라시마 타로’ 이야기 구조를 기반으로 창작되었다고. 큰 맥락은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이지만, 안무가는 한국 좀비 영화, K-POP과 같은 한류에 영감을 받아 작품을 창작했다고 한다.


설명만 봐서는 어떤 내용이 중심으로 펼쳐질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과 바디토크 무용단의 다양성, 타 장르 콘텐츠를 기반으로 짜여진 무용공연에 대한 기대로 관람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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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바깥에서부터 신명나게 판소리를 부르며 등장하는 사람들. 커다란 수레에는 몇 명의 사람이 있고, 그것을 끌며 뛰고 발을 구르는 몇 사람이 보인다. 젊은 무용수들의 얼굴은 밝고 쾌활하다. 노래가 끝나자 코리얼리티의 음악을 담당하는 뮤지션의 소개가 이어진다. 뮤지션과 무용수들은 장난을 주고받으며 그들만의 유머를 보여준다.


도입부의 첫인상은 공연 끝까지 이어졌다. 그동안의 공연 경험을 단숨에 부술 만큼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독특함이 묻어나는 작품이었다. 한편으로 문화가 맞지 않는 느낌이라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재미가 오롯이 전달되지 않았다. 공감보다는 새로운 시선에 대한 이해를 요했고, 하나의 이야기로서 이해하기 보다는 분절된 이야기 속의 상관관계를 계속해서 찾아나가야 하는 공연이었다.


무용공연은 다른 공연예술에 비해 창작자의 다양성과 철학, 실험성이 극대화되고, 하나의 레퍼토리로 규정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뮤지컬, 연극, 오페라 등은 기본적인 규칙과 플롯이 정해져 있지만, 무용은 전체 공연으로 따졌을 때 앞선 공연들에 비해 자유롭고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할 만큼 범위가 넓은 편이다. 어떤 무용 공연은 설치미술 혹은 행위예술과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만큼 무용공연은 음악, 무용, 무대, 노래가 제한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장르다.


그렇기에 코리얼리티 또한 이런 부분이 극대화된 공연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공연이 막을 내리고 전체적인 느낌은 기묘하다는 것. 누군가는 난해하다고 할 수도, 괴기하다고 할 수도 있는 공연이었다. 함께 감상한 지인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쨌든 어느 예술이건 마지막에 남는 장면과 감상 당시의 심상, 기분이 여운이 되어 일상에서 곱씹어 보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코리얼리티는 너무나 많은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물음표로 진행되던 공연. 그렇게 느낀 공연의 여러 요소를 짚어본다.


먼저, 하나의 무대에 들어간 레퍼토리가 무척 다양하다. 무용수들은 직접 라이브로 노래를 하고 동시에 춤을 춘다. 아이돌 뺨치는 호흡량과 에너지, 가창력을 두루 갖추었다. 공연 내내 무용수들의 기량에 무척 놀랐다. 작품의 등장한 춤에는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편이었다. 보통은 군무로 진행되었으나 중간중간 스트릿 댄스, 발레와 한국무용 그 사이 어딘가의 춤, 즉흥 움직임, 마임과 같은 연극적인 요소도 포함되어 있었다.


두 번째로는 너무 많은 상징과 스토리가 있었다. 80분짜리 공연에 서사가 여러 개다. 이야기들은 연결된 느낌보다는 분절되어 있다고 느꼈다. 공연을 이루는 콘텐츠 적인 요소와 모티브, 사용되는 오브제도 무척 많다. 판소리, 가요의 조합이라든지 해저와 led 소품의 조합 등이 그 예시다.


처음에는 판소리 음악으로 무용수들이 함께 어우러진다. 그중에는 돼지의 탈을 쓴 인물이 눈에 띈다. 한국의 고사 문화가 떠올랐다. 이후에는 빅뱅의 <뱅뱅뱅>,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라이브 무대가 펼쳐졌다. 무용수들은 번갈아가며 마이크를 주고받고 노래를 부르고, 넘치는 흥과 에너지를 발산한다. 한국의 밤거리를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상반된 두 곡은 2030이 주로 찾는 술집 거리, 4050이 찾는 밤의 골목을 연상케 한다. 늦은 시간까지 음주하고 노래할 수 있는 한국의 밤 문화를 보여주기 위한 두 곡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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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많은 상징이 이어졌다. 칼로 아름다움을 재단하는 사람들, 고독과 외로움. 해저 속 용궁과 LED 댄스, 실크 천을 이용하여 파도와 같은 공간을 떠다니는 무용수. 요가와 명상을 하는 남자. 소금 뿌리는 미신이 연상되는 꽃가루의 비산 등 장면마다 상징하는 소품과 내러티브가 다양하게 등장했다. 무용수들은 남녀 한 팀을 이루어 춤을 추기도 했으며, 짝을 지어 춤을 추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한 청년이 칼을 발에 쥐고 자신에 의해 위협을 당하는 부분이다. 최근 칼과 관련한 흉악범죄가 많이 있던지라 소품을 활용한 장면이 평소보다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남자 무용수의 퍼포먼스는 개인의 고독하고도 힘겨운 시간을 떠올리게 했다. 남을 향해 내미는 부정적인 생각은 예상치 못한 순간 나에게로 돌아와 꽂힌다. 밖을 향해 겨눈 칼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다. 그 날카로운 시선은 스스로를 옥죄는 강박이 되기도 한다. 그처럼 무용수가 발에 쥔 칼은 누구도 쥐지 않은 것. 그러니 끝내 스스로와 싸우고 스스로가 피하고 스스로가 거두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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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로 모든 무용수들이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이어 나가다 도미노처럼 겹쳐 쓰러지던 장면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들은 심폐소생술을 하며 서로서로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또한 이번 연도에 우리 사회에서 있던 큰 사고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도미노와 심폐소생술. 조명이 산란하게 깜빡인다. 혼란하던 순간이 오버랩되면서 감정적인 동요를 겪었다. 참 눈물겹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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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다양한 장면이 등장하며 공연은 막을 내렸다. 무용 공연이라기보다는 종합예술무대라고 칭하는 것이 더욱 어울리는 공연이었고, 바디토크무용단의 넘치는 끼와 재능을 볼 수 있었다. 아이돌 멤버 이상으로 춤과 노래, 표정 연기에 모두 능했다.

 

공연 자체는 상징과 스토리가 많았기에 사람마다 감상의 폭도 제각각일 것이라 예상된다. 독일에서는 찬사를 받은 작품이나 한국에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이라고 예상되는 정도. 그 이유 중 문화적인 차이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정서적으로 한국인에게는 공감되기 어려웠으며,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이 이 정도라고?’ 하는 생각에 약간의 불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을 ‘코리얼리티’로 정의하며 새로운 이미지와 움직임을 창작한 여러 장면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으나 그 생각을 보여주는 방식이 산만하여 아쉬운 면이 있었다. 다양한 상황과 자극적인 쇼맨십은 흐름상 오히려 불필요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불쾌감마저 의도한 것일 수 있다. 어디까지나 감상과 느낌은 개인의 영역이니 필자의 짧은 견해를 참고만 해주시면 좋겠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 뒤 2023 시댄스의 개막작이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왜 이 무대가 개막작이었을까? 그리고 마지막까지 머릿속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안무가가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여러 가지 질문을 떠올리며 나름의 대답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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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6회를 맞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는 지난 9월 1일(금)을 시작으로 9월 17일(일)까지 개최된다. 국내·해외 초청공연과 국제합작 작품뿐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밀도 있게 탐색한 기획특집 무대도 만나볼 수 있다. 최근 5년간 사회정치적 이슈를 키워드로 특집을 이어오고 있는데 26회째인 올해와 내년 27회의 주제는 <죽음과 노화>다. 특집 무대를 통해 무용수들의 다양한 철학적 세계와 움직임 언어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26편의 작품을 공연하며 한국 포함 9개국이 참여한다.

 

 

[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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