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날씨의 아이, 이 세계에서 다시 만나 [영화]

글 입력 2023.07.2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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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만 보면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어릴 적 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때 창문을 열고 구름을 손으로 만져보는 게 꿈이었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구름으로 태어나고 싶었다.

 

자유롭게 하늘을 누비며 하늘 아래 펼쳐진 이 세계를 구경한다. 몸이 무거워지면 비가 되어 내려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또 수증기가 되어 하늘 위로 날아가는 그런 꿈. 닿을 수 없이 멀게만 느껴지던 하늘이 바로 옆에 와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비행기만 타면 하늘에 온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잠시 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이 되는 시간, 그러다 보면 긴 비행도 끝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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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히나는 흐린 날씨도 맑게 만들 수 있는 '맑은 아이'다. 비가 내리던 어느날 빛의 웅덩이를 쫓아 빨간 기둥 사이를 통과하면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맑은 아이'가 된다. 히나는 호다카와 함께 사람들이 원하는 맑은 날씨를 만들어주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영화를 보면서 날씨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현실에도 '날씨 요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날씨는 인간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날씨로 여행지에 대한 인상이 바뀌고 더 나아가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는 데에도 날씨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보면 폭우로 침수될 도쿄의 날씨를 맑게 개게 하기 위해 히나가 본인을 날씨의 제물로 바치는 것도 과도한 설정은 아니다.

 

  
"하늘은 바다보다 훨씬 깊은 미지의 세계"
 

 

"적란운 하나에 호수만큼 물이 들어있다"라는 대사가 강하게 울렸다.

 

새파란 하늘을 보고 있을 때면 파란 바다를 품는 기분이다. 흘러가는 구름이 일렁이는 파도의 물결이고, 그 뒤에 넓게 펼쳐진 하늘이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처럼 느껴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하늘 위 수증기로 된 물고기는 나의 상상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하늘이 바다라면 우리는 두 개의 바다를 품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인간은 물 주변에서 진화하여 물을 보면 안정을 얻는다고 한다. 우리가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희망을 발견하고 살아갈 힘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히나와 호다카는 빨간 기둥 문을 사이에 두고 멀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된다. 바로 이 세계에서. 어른들은 이 세계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대로 움직이며, 도쿄의 이상한 날씨도 히나와 호다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호다카는 이를 부정하고 히나에게 달려가 안긴다.


 

"우리가 바꾼 거야. 그 하늘 위에서 나는 선택했어. 저 사람을, 이 세계를, 이곳에서 살아갈 것을."

 

 

히나와 호다카가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장면은 특별하다. 히나와 호다카도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질서, 운명의 낫을 거스를 수 없는 어른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괜찮을 거라는 호다카의 말은 큰 울림을 준다. 둘을 비추는 햇빛은 히나와 호다카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의 운명을 가만히 받아들인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빛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것을 뜻한다. 세계를 거스를 수 없다면 세계를 받아들여 자신들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히나와 호다카가 선택한 삶이다.

 

히나가 '맑은 아이'가 되기 전 처음 빨간 기둥 문을 통과하면서 하는 기도와 마지막 장면에서 호다카와 다시 만나기 전 하는 기도에는 차이가 있다. 처음 기둥을 통과하면서 하는 기도에는 맑은 날씨, 아픈 엄마의 빠른 회복이 담겨있다면, 마지막 기도에는 맑은 날씨, 히나와 호다카의 행복한 삶에 대한 염원이 담겨있을 것이다. 두 기도의 가장 큰 차이는 '나'라는 존재이다. 처음 기도에는 히나 본인에 대한 그 어떤 것도 들어있지 않았을 테지만, 마지막에는 히나 본인을 위한 염원이 담겨있을 것이다.

 

이는 히나가 주체적인 사람으로 성장했음을, 더 이상 사라질 두려움에 떨지 않는 단단한 존재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렇게 히나와 호다카는 자신들만의 '맑음'을 이 세계 속에서 만들어가며 살아갈 것이다.

 

 

[박진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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