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 - 예썰의 전당 [도서]

예술에 대한 썰풀기
글 입력 2023.06.09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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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썰(이야기)의 만남: 예썰의 전당


 

[예썰의 전당]은 KBS 화제의 교양 프로그램 [예썰의 전당]에서 소개된 여러 예술 작품 중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서양 미술을 주제로 엮은 책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20세기 파블로 피카소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17인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시대순으로 전개되는 작가와 그들의 에피소드들이 예술과 시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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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위대한 도전, 레오나르도 다빈치

2. 나를 찾아서, 알브레히트 뒤러

3. 완벽을 꿈꾸다, 미켈란젤로

4. 욕망의 재발견, 피터르 브뤼헐

5. 융합의 마에스트로, 페테르 파울 루벤스

...

16. 색다른 꿈을 꾸다, 앙리 마티스

17. 전쟁과 평화, 파블로 피카소

 

 

책은 종교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넘어가는 르네상스 시대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인간의 내면을 보기 시작했던 시기. 화가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그림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화가는 그림을 통해 어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을까. 책은 과거에 살았던 화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오늘은 어떤가요?"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모나리자>가 사실 지금만큼 유명하지 않았다면 믿을 수 있을까? 모나리자는 원래 그렇게 인지도가 높은 그림이 아니었지만 루브르 박물관에서 한 번 도난당한 후 인지도가 급상승했다고 한다.

 

다빈치는 <모나리자>를 통해 진짜 자연스러운 인간을 그려보고자 했다. 그 시기에 초상화는 신분이 높고 성공한 사람들만이 의뢰했기 때문에 미소보다는 강인함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다빈치의 <모나리자> 이후 인간은 새롭게 표현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보는 모나리자의 미소는 그런 인간의 자연스러운 미소를 최대한 담아내고자 했기 때문에 편안하고 매력적이게 느끼는 것이었구나 싶었다.

 

현재는 천재로 추앙 받는 다빈치도 구직 활동을 했었다고 한다. 그 사실은 우리에게 꽤 위로를 준다.

천재도 구직 활동을 해야 했다니. 다빈치의 출생도 재밌는 부분이었다. 서자 출신인 점은 다빈치의 컴플렉스였고 다빈치의 열정적인 활동은 모두 인정받기 위해서 였다.

 

천재임에도 끊임없이 노력했던 다빈치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도전이란 무엇인가요?"

 

 

 

삶의 빛과 그림자, 렘브란트 판레인


 

자화상을 유독 많이 그렸던 렘브란트는 서른셋에 13억원 가치의 집을 구매하고 자신보다 높은 신분의 시장 딸 사스키아와 결혼하는 등 인생의 최전성기를 달린다. 그때 그렸던 그림이 <아내 사스키아와의 자화상>으로 렘브란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런 그는 50세에 하락 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의 자화상 속 눈빛에서 자신감이 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시기마다 남겨놓은 그의 자화상 덕분에 그가 인생의 굴곡 속에서 어떤 기분으로 삶을 살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한 인간의 인생 그래프를 보는 건 썩 유쾌하지 않다고 생각할 찰나,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 <63의 자화상>을 봤다. 

 

그의 네 명의 자식들 그리고 사랑하는 부인 그 모든 것을 잃고 나서 그린 마지막 그림. 그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자화상을 그렸을지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어떤 초연함 속에서 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다. 

 

직설적이고 거친, 자신감이 자만으로 보이기도 했던 그는 이 마지막 그림을 통해 세상에 진심을 전하는 데 성공했다.

 

렘브란트 판레인이 오늘의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당신의 인생 그래프는 어떤가요?"

 

 

 

밀레, 노동하는 인간은 모두 훌륭하다


 

부농 집안에서 태어난 밀레는 농민의 삶을 귀하게 담았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이삭 줍는 여인들>, 1857년작이다.

 

지금 시대의 눈으로 본다면 그저 일하는 농민들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농민에 대한 편견이 심했기 때문에 우아하고 여유롭게 그려진 이 그림은 밀레가 살롱전이 출품했을 때 심사위원들에게 혹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밀레는 <우물에서 돌아오는 여인>을 그리고 이 작품에 대해 "가족의 저녁 식사를 만들기 위해 물을 길어 오는 이 소박하고 착한 여인이 혹시라도 하녀처럼 보일까 애를 써서 그렸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밀레의 행보를 통해 밀레가 노동의 가치를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를 알 수 있었다. 

 

"오늘도 힘들게 일한 당신을 응원합니다." 

 

 

 

고흐의 기구한 인생


 

"내가 무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인 것 같다."

 

<별이 빛나는 밤>으로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 내가 고흐에 대해 아는 건 잘린 귀와 정신이 불안정했다는 것뿐이었다. 그냥 그런 사람이구나 했었다. 그가 그저 사랑이 고팠던 사람임을 알기 전에는.

 

사실 고흐에게는 형이 있었다고 한다. 형이 죽고 정확히 1년 뒤에 고흐가 태어났고 고흐의 어머니는 고흐에게 형의 이름 '빈센트 반 고흐'를 그대로 물려주었고 그는 그의 생일에 죽은 형의 무덤에 가서 우는 어머니를 봐야만 했다. 그의 결핍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그는 1888년 시골 마을 아를에 노란 집을 얻어 함께 작업할 화가를 기다렸는데 우연한 기회로 폴 고갱이 함께하게 된다. 고흐는 그가 좋아할 만한 그림으로 꾸며주고 싶은 마음에 네 점의 <해바라기> 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둘의 동거는 약 두 달뿐으로 깔끔한 고갱과 지저분한 고흐는 오래 함께할 수 없었다. 고갱이 집을 나가자 고흐는 귀를 자른다. 

 

그 후 고갱이 다시 해바라기 그림을 받을 수 없겠냐는 편지를 쓰고 고흐는 고갱에게 두 점의 해바라기를 그려서 보낸다. 그건 어쩌면 그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고흐는 이 사건 이후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데 그때 나온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앞서 말한 <별 이 빛나는 밤>이었다. 고흐는 가족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그의 동생만은 끔찍이 사랑했다. 그러던 중 그가 정신병원에 있을 때 조카가 태어났고 그에게 선물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 <꽃 피는 아몬드 나무>였다.

 

이 그림은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고흐의 그림과는 전혀 다르게 따뜻하고 몽글몽글했다. 그가 조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에게 주고 싶은 감정이 어떤 것인지 한눈에 느껴지는 그런 그림이었다. 그리고 나에겐 역설적으로 그가 어떤 사랑을 받고 싶었는지 보이는 그림이었다. 봄이 주는 따뜻함처럼 그저 무한한 사랑을 받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알폰스 무하, 정말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을 찾아서


 

알폰스 무하의 그림은 처음 보는 것이었 는데 바로 어제 그린 것처럼 굉장히 현대적이고 트렌디했다. 물론 앞서 나온 그림들은 모두 역사적으로도 미적으로도 굉장한 그림이었지만 개인 취향으로는 무하의 그림이 제일 인상깊었다.

 

무하가 파리에서 활동한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까지 파리의 시민들에게 사랑받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는 특히 광고주의 마음에 쏙 들게 광고를 제작하는 데 탁월했다고 한다. 

 

이런 무하는 프라하 미술 아카데미 시험에 불합격하고 시험 결과표에는 '화가 말고 다른 길을 찾아라'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고도 한다. 비록 이런 과거가 있었음에도 그는 미술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았고 자기 인생을 통해 증명해냈다

 

"당신을 설레게 하는 건 무엇인가요?"

 

*

 

다빈치, 모네, 피카소 등 모두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화가들이다. 나에겐 이미 대단했던 존재들. 그러나 그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던 삶이 있었다는 건 잠깐의 충격과 함께 위로로 다가왔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건 결국 허상이다. 화가들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고 끝내 모든 사람들이 알아봐 주었다. 그러나 아마 이것도 그들에겐 중요치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결핍, 고통을 끝내기 위해 이어갔던 예술. 물론 그 외의 화가들도 있다. 모두가 고통스럽진 않았고, 모두가 사랑에 결핍을 느끼진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 질문을 건네는 화가들 중 유독 마음이 쓰였던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자신을 채우기 위해 그림을 그렸던 사람들. 책이 담고자 했던 의미가 바로 그런 것이지 않았을까. 시대는 달라도 같은 고민을 하는 우리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 

 

유명한 작품 속 화가가 했던 고민들, 그에 덧붙이는 같은 시대를 살았던 다른 예술가들의 이야기. 소탈하면서 구성적으로 잘 짜여져 있어 굉장히 편하고 부드럽게 읽을 수 있었다. 챕터의 마지막에 우리에게 묻는 질문들을 통해 우리는 자신에게 또 한 번 묻고 있을 것이다.

 

"당신의 오늘은 어땠나요?"

 

 

[박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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