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볍고 단단한 아름다움의 의인화 - 코리아 이모션; 정 [공연]

글 입력 2023.03.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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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


 

그동안 수많은 공연을 보면서 인물의 움직임과 몸동작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연극이라면 인물의 대사를 곱씹고, 뮤지컬이라면 가사와 표정에 집중하고, 오페라면 대사 자막과 화려한 무대 볼거리에 집중해서 감상해왔기 때문이다.

 

그를 중점으로 보다 보면 인물의 춤과 몸동작은 부연 설명으로 따라오는 개념으로 받아들였기에 시간이 지나면 머릿속에서 바로 잊혔다.

 

이번 공연을 처음으로 등장인물의 움직임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표현에 사용되는 도구가 아닌 목적 그 자체로 보기 위해 노력했다. 음악과 함께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몸선이 참 아름답게 다가왔다. 몸짓도 하나의 언어다. 중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처럼 사뿐 뛰어다니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며 악보 위를 뛰어다니는 음표가 떠올랐다.

 

그리고 손끝 하나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감정들을 온전히 느껴보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음악이 주가 아닌, 배경으로 들렸고 무엇보다 무용수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다.


 


크로스오버


 

크로스오버, 장르를 뛰어넘는 융합 예술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면 그 음악과 예술은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서 이질감과 거리가 느껴진다면 정체성이 정의될 수 없다.


총 9가지 무용 섹션으로 이루어진 공연의 공통적인 주제는 '한국인의 정'이다. 공연을 보기 전, 한국을 서양의 발레를 바탕으로 무대에서 표현하는 것 자체가 흔치 않기 때문에 꼭 챙겨보고 싶었고, 공연을 보면서 그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신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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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네오클래식 발레와 한국무용을 융합한 이 작품은 나에게 인상깊은 공연이 되었다.

 

사실 정통 발레나 한국무용을 제대로 접한 적이 없기 때문에 못 느낀 것일 수도 있지만, 국악 선율과 발레가 어우러져 무용수의 움직임과 흐름에 맞춰 음악도 따라 옮겨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남성 4인무인 찬비가를 감상하며 강한 힘 속에서 여유로운 날갯짓을 하는 무용수들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할아버지가 많이 생각났다. 경찰이셨던 할아버지가 점점 세월이 지나면서 나약해지는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고, 임을 사모하는 몸부림이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으로 다가와 마음이 아팠다.

 

 


발레


 

발레에 대한 편견이 많았다.

 

모태 마른 사람들이 더 말라가면서 하는 값비싼 예술이라고 어디선가 그렇게 알게 되었다. 어릴 때 한 번쯤은 배우는 운동 중 하나인데도, 발레에 붙는 수식어 모두 나와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시도해보지도 않았다.

 

어른이 되고 운동에 관심이 많아지고 나서, 최근에 성인 발레 수업이 있는 센터를 발견해 새로운 운동으로 발레를 배워볼까 고민했다. 결국 내가 쌓아둔 발레에 대한 장벽으로 시도하지 못했다. 마른 사람들 사이에 껴있을 내가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공연을 보고나서 나도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과 용기를 갖게 되었다.


마른 무용수의 모습보다는 더 확실히 보이는 탄탄한 근육과 건강한 모습에 감탄했다. 와이어 장치에 달린 것처럼 가볍게 날아다니는 여유로운 모습을 위해서 무용수들의 근육이 열일하고 있었다.

 

그들의 몸 자체가 예술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 발레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하는 무용수의 모습이 어떤 이보다 멋졌다. 한 마디로 발레리노, 발레리나에게 반했다. 그들의 열정과 진심이 묻어나는 몸짓은 공연을 시작하고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2021( Korea Emotion 1 ) - ⓒ Universal Ballet_photo by Kyongjin Kim  (49).jpg

 

 

그리고 왜 연말에 호두까기 인형 발레 극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극장으로 향하는지도 알 것 같다. 아름다우면서도 강단 있는 의지가 내재한 움직임을 보다 보면 나에게도 그 힘이 전해진다. 그리고 많은 무용수들의 군무는 그들이 얼마나 많은 연습을 거쳐 공연을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준다.

 

매혹적인 한복 차림의 무용수들이 한국인의 정을 표현하는 이야기들을 효과적으로 전해주었다. 발레라는 예술은 멀리서 보면 가냘프지만 우아한 모습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니 어느 이보다 강하게 단단한 아름다움으로 무장했음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2021( Korea Emotion 2 ) - ⓒ Universal Ballet_photo by Kyongjin Kim  (64).jpg

 


그들의 열정과 한국적 발레를 창조해내는 유니버셜 발레단의 행보에 응원을 전하고 싶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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