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 감상의 진입장벽

나름 전시도 많이 다니고 문화생활을 즐긴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술은 어렵다. 그래도 명작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작품을 공감하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여러 시도를 해봤다.

먼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아봤다. 하지만 작은 모니터로 그림을 봐도 디테일한 부분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작품에 대한 설명은 정보의 나열일 뿐이었다.

미술사나 작가에 대해서도 찾아봤다. 하지만 이를 작품과 연관 지어 감상으로 발전시키기에는 작품에 어떻게 반영됐는지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번은 서점에 가서 충동적으로 크고 두껍고 비싼 미술책을 산적이 있는데 배경지식이 충분한 사람을 위한 심화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에 몇 장 읽지 못하고 포기했다.

결국 그동안 미술 작품 감상을 하려던 나름의 노력들은 실패로 돌아갔다. 미술 작품을 즐겁게 감상하려면 정보와 작품 간의 구체적인 연결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도슨트, 루브르 박물관

그리고 [나만의 도슨트, 루브르 박물관]이 그 연결점이 되었다.

[나만의 도슨트, 루브르 박물관]은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대표 작품 25가지에 관해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은 작품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의 사조, 정치적 상황, 작가의 성격, 시대의 윤리 등등 정말 다양한 주제들을 이야기한다.

이야기들은 작품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미학적 가치도 함께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웅장함, 사실감, 정밀한 감정의 표현 등 작품이 표현하려는 아름다움은 모두 달랐지만, 그 모든 아름다움이 가치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헷갈리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단지 모두 가치 있었으며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

25가지의 작품을 보다 보니 외의로 나의 취향과 기호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다비드의 작품이 대체로 내 취향에 맞았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작품은 <나폴레옹 1세와 조세핀 황후의 대관식>이다. 압도적인 크기, 세밀한 계산을 통해 그린 그림이지만 인물들의 감정이나 자연스러운 생동감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봤을 때 감동이 덜하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실물 관람이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나폴레옹1세와 조세핀 황후의 대관식>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시시각각 작품에 대한 감상이 달라지고 있다. 좋은 작품일수록 오래 봐야 한다는 말에 다시 한번 공감하게 된다.

마치며

이 책은 표지만 보면 루브르 박물관에 방문할 예정인 사람에게 추천해 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고전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혹은 미술에 이제 막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사람도 좋을 것이다.

책을 다 읽고 아쉬움을 가장 먼저 느꼈다. 약 300페이지로 얇지 않은 책인데도 순식간에 읽어 버렸기 때문이다. 쉬운 문장으로 술술 읽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데 내용까지 알찼다.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은 사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 사람에게도 추천할 수 있겠다. 아마 누구든지 만족스럽게 읽을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