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글 입력 2022.11.0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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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스부르크-표지평면.jpg

 

 

파란만장한 유럽왕조사 속에서도 약 650여 년에 걸쳐 긴 왕조를 유지하며 유럽을 세계사의 중심으로 만든 가문이 있다.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합스부르크 가문이다. 유럽사의 핵심이자 기반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합스부르크 가문의 시작이 스위스의 보잘것없는 호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오랜 시간 왕조를 유지해온 가문이기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역사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 시대를 그려낸 그림과 함께라면 쉽고 재밌게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책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가 바로 이에 합당하는 교재라고 할 수 있다.

 

책은 합스부르크를 대표하는 인물이 그려진 명화를 선정해 소개하고, 명화 속 인물에 얽힌 사건과 시대 배경을 설명하면서 화가의 이야기를 적절히 배치해 알려줌으로써 독자들에게 그들의 역사를 친근하게 풀어낸다.

 

긴 시간 동안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유럽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주변 국가들과 적극적인 혼인 관계를 맺으면서 그물 모양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간 합스부르크의 시작은 어찌 보면 어부지리라고 표현할 수 있다. 약 20년가량 황제가 없었던 신성로마제국의 대공위시대 이후 실력 있는 황제의 출현을 꺼린 선제후들은 가진 것은 알프스의 빈약한 영토에 나이도 많아 전쟁을 일으킬 능력도 없어 보이는 루돌프1세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추대함으로써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후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불러올 미래를 알지 못했다. 겉으로는 무능해 보였던 루돌프1세가 알고 보니 엄청난 야심과 저력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루돌프1세는 선제후들이 절대 황제로 만들지 않으려고 했던 인물이자 당시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던 보헤미아 왕 오타카르 2세와의 전쟁에서 기사답지 못한 허를 찌르는 기습 작전으로 승리를 거둔다.

 

이후 보헤미아를 손안에 넣고 곧이어 오스트리아 일대도 자신의 영지로 삼았으며, 오스트리아로 본거지를 옮겼다. 오직 합스부르크왕조를 넓혀 나가고 지키는 것만을 첫째 목표로 삼으며 나아간 루돌프1세의 활약은 650년 합스부르크왕조의 시작이 되었다.

 

루돌프1세의 고군분투로 합스부르크가는 예전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강대해졌지만, 신성로마 황제의 자리를 순조롭게 세습할 만큼은 아니었다. 선제후들의 견제를 받기 시작했고, 황좌를 다른 가문에 넘겼다가 탈환하기를 반복하며 안정적으로 황위를 차지하기까지는 무려 150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리고 50년이 더 지난 15세기 말, 오랜만에 합스부르크가의 영웅이 배출되었다. 그 영웅은 바로 막시밀리안 1세로, 그는 독일어권의 합스부르크왕조를 강화하는 데 힘쓰며 실제로 합스부르크가문을 유럽에서 손꼽히는 명문가로 끌어올렸다.

 

"전쟁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

 

막시밀리안 1세는 혼인 외교를 통해 "넘어져도 빈손으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몸소 증명해 보였다. 부르군트공국의 마리아와 결혼을 통해 애쓰지 않고도 합스부르크가에 막대한 부와 영토가 굴러들어 왔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전쟁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라는 가문이 탄생하게 된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가문대로 유럽 내 여러 귀족과 결혼으로 협약을 맺으며 영토를 넓혀갔으며, 합스부르크 가문의 힘 또한 굳건히 유지해나갔다.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모든 유럽이 합스부르크왕조 아래 놓였겠지만, 정략혼이 종국엔 순혈주의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져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으로 고통받게 될 뿐만 아니라 후대를 남기지 못하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합스부르크 가문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이 다수 존재한다. 책은 이 주요 인물들과 얽힌 역사적 일화를 풀어내며, 독자들이 보다 쉽게 역사에 다가가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당시 합스부르크 가문을 담고 있는 그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함께 이야기하며 역사 지식과 더불어 명화 속 숨은 정보까지 전달한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작품과 역사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감을 느낄 수 있다.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는 평소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 서양 명화를 좋아하는 사람, 또는 서양사를 공부하고 싶었으나 다가가기 어려웠던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매번 다음에 해야지 하고 역사공부를 미루었던 사람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이 책을 선택해 읽어보기를 바란다. 어느새 작가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유럽사의 흐름을 읽고 있는 자기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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