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도서]

글 입력 2022.11.0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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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보잘것없는 호족에서 급부상하여 유럽을 세계사의 중심으로 만든 합스부르크 가문은 열강의 세력 균형에 의해 우연히 굴러들어 온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계기로 약 650여 년에 걸쳐 긴 왕조를 유지해왔다.

 


그 긴 시간 동안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유럽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주변 국가들과 적극적인 혼인 관계를 맺으면서 그물 모양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간 합스부르크 왕조는 유럽사의 핵심이자 기반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합스부르크의 역사를 알면 유럽사의 흐름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은 시간에 맞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공유한다. 역사와 명화를 엮어 흥미를 돋우는 책은 참 신선했다. 그간 미술관에 갈 때면 큐레이터를 자주 이용했다. 작품들은 대게 작가의 생각이나 당시 만난 사람들의 영향을 따랐었다. 그 배경에는 항상 당시 시대상이 투영되어있지만 방대한 역사의 힘을 당장은 체감하긴 힘들었다.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는 역사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되, 합스부르크의 지배권이었던 지금의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체코,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포르투갈, 브라질, 멕시코, 캘리포니아, 인도네시아까지 미친 방대한 이야기(그만큼 다소 복잡한 이야기로 진행되지만.)를 명화로 집중시킨 책이다.


책을 덮고 나면 단편적이었다면 몰랐을, 그 방대한 역사의 힘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길고 깊은 과거는 힘을 갖고, 현재에 교훈을 주기도 하고 물음표를 만들기도 한다.

 

합스부르크 가문을 지킨 마리아 테레지아를 통해 줄곧 남자가 기득권을 잡았던 그 때에 어떻게 가문을 이끌어 나갔을지 궁금하기도, 대단하다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긴 역사를 가진 만큼 합스부르크 가문에는 매력적인 인물이 다수 존재한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열중한 황제, 오로지 사랑 하나만 바라보았던 왕비, 정치에는 관심 없이 연금술에 빠져 있던 왕,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영웅의 아들, 이국의 땅에서 기요틴의 이슬이 된 왕비……. 가혹한 운명에 맞서, 또 운명에 따라 조용히 사라져간 주인공들의 면면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책에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엘리자베트 이야기가 나온다. 서양사를 깊이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한번은 들었을 친숙한 인물들이, 이 합스부르크가의 이야기 흐름에 나와 조각조각 머릿속에 떠다니던 것들이 대강 이어질 수 있었다.

 

아름다움, 미적인 것을 자극하는 것들은 현대의 것만이 아님도 느꼈다. 예술은 물론이거니와 여타의 예쁘고, 분위기 좋은 것을 취향에 맞게 선호하는 것은 인간의 심미안이 녹아 오랜 역사에 그대로 묻어나와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물음표를 만들었던 일화는 합스부르크가의 특징인 주걱턱에 관련된 것이었다. 말 그대로 순수혈통의 가문을 위해 근친혼을 당연시 했다고 한다.

 

“사촌 동생, 조카, 사촌 형의 딸 등과의 결혼으로 족보는 꼬이고 꼬여서 복잡하고도 무시무시하게 뒤틀린 근친 관계도가 완성되었다. 사산이나 선천성 질병 등 위험성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지만 고귀한 푸른 피에 천한 피가 섞이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왕가의 선택이었다. (114p-1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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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유전적 요인으로 주걱턱이 대대로 이어졌다는 것에 충격이었던 한편, 가문만의 결속력이 얼마나 강했던 것일까,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무조건적인 ‘팀’이 아닌, 한 ‘개인’을 요구하는 요즘. ‘다 같이, 함께’라는 말에 그 대답이 물음표 달린 반문으로 돌아오는 때에, 끈끈한 ‘단합’이 ‘지속’되었다는 합스부르크가만의 특징은 책을 읽고 나서도 생각해 볼거리이다.


집회, 워크숍, 단체행동, 명절, 축제 등도 과거에 비해 간소화되거나 다양성으로 퍼져가는 지금, 단발성과 지속성이 가진 특징 그리고 그 이면의 것들에 이런저런 생각이 잇는다. 생각과 감상, 배움의 시간이 되었다.


작가 나카노 교코는 이 책에서 합스부르크가를 대표하는 인물이 그려진 명화를 선정해 소개하고, 명화 속 인물에 얽힌 사건과 시대 배경을 설명하면서 화가의 이야기를 적절히 배치해 알려준다. 스토리텔링 식으로, 읽으면서 자연스레 합스부르크의 역사와 함께 명화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명화를 보고 해석하거나 골라 읽는 재미가 있었던 책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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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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