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소수의 이야기가 불편한 당신에게 - 기울어진 미술관

당신은 절대 느낄 수 없을 이야기
글 입력 2022.10.14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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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술 작품이 눈에 보이는 것만큼, 그리 아름답지만 않다는 걸 아는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과거 예술은 한낱 도구에 불과했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그것을 비판하는 예술가들도 있었지만)

 

그런데 오늘날에는 그러한 배경과 그림의 본질은 쏙 뺀 채, 여러 작품이 교과서에 등장하거나 흔히 명작이라 불린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오늘날에 예술이 독립과 표현의 자유를 얻었지만서도, 아직 옛 권력자들의 시선이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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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작가는 그림을 매개로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책을 여러 출간해왔다. 지난 8월엔 책 <기울어진 미술관>을 통해 예술 작품과 여러 권력관계,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마이너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책을 통해 독자들이 그동안 자연스럽게 흡수해왔던 예술을 낯설게 보게 한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당대 여러 불평등을 고발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가는 “사실 이 그림은 나쁜 그림이야!”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관점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 또한 옳지 않으니)

 

옛 그림의 배경과 참 의미를 짚어 봄으로써, 작가는 독자가 앞으로 예술 작품을 향유하는 데 있어 다각도로 (조금은 비판적으로) 살펴보길 바란다. 그리고 과거, 권력에 저항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예술가들에게 적게나마 힘이 되길 바라고 있다. (예술의 회색지대가 오늘날엔 어떠한 모습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는 친근한 미술 작품을 통해 여러 약자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이야기는, 누군가 의지를 갖고 소리 내지 않으면, 의지를 갖고 귀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이야기니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불편한 그림들도 있죠. 어떤 그림이 불편할 때는 화살을 자기한테 돌려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특정 이슈가 담긴 작품이 불편하다면, 자기 자신이 그 이슈에서 ‘갑’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거든요. 저도 앞서 말씀드린 그림을 보며 인간과 동물의 구도에서는 제가 갑이기에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같은 맥락에서 남성이 페미니즘 메시지가 드러나는 작품이 불편하다면, 그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갑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식으로 그림은 우리가 어떤 사안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봐요.

 

- [Interview] 그림이 던지는 불편한 질문들 - '기울어진 미술관' 이유리 작가, 글 발췌

 


나는 책에 나와 있는 당대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과연, 지금은 이보다 나아져서 기뻐해야 할지, 아님, 새로운 형태로 여전히 남아있는 것에 안타까워해야 할지 생각 들었다.

 

또, 어쩌면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혐오, 금지, 묵살했던 과거보다, (나도 모르게 배어 있기도 한) 눈에 보이지 않는 지금의 화살과 시스템들이 더욱, 그 뿌리를 뽑기에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당한 것들을 당연시 받아들여야 했던 시대와 달리, 겉으론 평등을 추구하지만, 실제론 아닌 지금이야말로 진짜 사회적 ‘모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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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요즘은 이런 책마저도 마음 편히 읽지 못한다. 책 이야기 속 약자뿐 아니라, 이러한 문제에 관해 관심 있거나 이야기하는 사람마저도 뭐라 그러고, 피하기 때문이다.

 

난 대학에 와서 서로 예민할 수 있는 주제의 이야기들은 최대한 피하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다. 왜냐면 입학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들은 이야기가 바로, 위 학번 선배들의 ‘분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관련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시선도 나는 무시할 수가 없다.

 

나의 의견이 무엇이며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서, 나의 신념 자체를 티 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좋으리라 생각했다. 나아가 나 또한, 다른 어떠한 사회적 목소리에 너무 동요되지 않으려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곤 했다. 자칫 그것에 대해 내가 너무 깊어질까 봐, 그러다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바라볼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한 번, 강의에서 피할 수 없는 주제인 페미니즘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나는 나를 포함해, 많은 여학생이 나와 비슷한 표정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그동안 모두가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을, 조심하고자 했을 것을 생각하니 조금 씁쓸하였다.

 

*

 

나는 우리는 '절대 느낄 수 없을' 이야기들에 대해 한 번(만이라도) 꼭 고민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만일 왜? 라고 묻는다면, 당신이 최근 남들에게 무시당했거나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던 때를 생각해봐라. 그리고 당신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물론 그것이 책 속 마이너들의 이야기에 비하면 별거 아닐 수 있겠지만 말이다.

 

자신에게 어떤 편견이 있고, 현재 내가 어떤 이데올로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 책을 통해서 꼭 한 번 들여다보길 바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당당히 소리 낼 수 있길 바라본다 (나도 마찬가지).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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