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투 운동은 하나의 이벤트였나, 애프터 미투 -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글 입력 2022.08.2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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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포스터_네마프2022.jpg

 

 

 

애프터 미투_Prologue.


  

미투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이젠 '나도 그렇다'라는 단순 동의의 뜻만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조직 내 위계에 의한 성폭력과 성희롱에 저항하고 이를 고발하는 사회 운동을 생각하고 논하게 된다. 나에게 있어 미투 운동은 20대 초반의 문화적 충격이었고 새로운 연대의 시작이었다.


대학에서도 여성학을 주제로 비슷한 실 사례와 그 불합리성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비단 학교 안에서 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수없이 많은 피해자들이 주변에 있었다는 것을 미투 운동의 뜨거운 발발과 한창 이슈였던 페미니즘 논의로 분명히 깨달으며 분노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그렇게 열띤 논의가 있었기에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커다란 흐름으로는 젠더 갈등은 점차 줄어들고 페미니즘이 특정 소수의 의견이 아닌 일반적인 사회적 정의의 스탠스로 자리잡아 갈 줄 알았다. 그러나 작금의 시류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페미니즘을 부정하고 퇴보하게 만들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말싸움에 가깝지만)논의를 하는 모습 자체는 쉽게 목격할 수 있고 길을 걷는 여성들의 옷차림과 꾸밈 정도도 한결 편안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여성부 폐지 움직임, 계속되는 성별 임금 격차, 매체 속 여성 연예인들을 대하는 태도와 프레이밍, 페미니스트임을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주변의 시선은 미투 운동 이후 변하지 않은 젠더 갈등의 실태를 보여준다.


 

 

네마프 소개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네마프)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영화, 전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부분 경쟁 대안영화제.

 

국내 유일의 예술가의 영화제, 다원예술 영화제, 미디어아트 영화제로 영화, 전시를 함께 선보이는 뉴미디어아트 대안영상축제 네마프는 200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22회째를 맞고 있다. 대안영상에 대한 젊은 감독, 신진작가들의 참신한 작품을 발굴해 상영, 전시 기회를 제공하며 현재까지 약 2400편 이상의 국내외 작품을 발굴하고, 약 1,200여명의 뉴미디어 대안영화와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대중들에게 작품을 소개했다.

 

인권, 젠더, 예술감수성을 중점적으로 작품을 선별하고 있으며, 젊은 작가들과 각 분야 전문 감독, 작가들이 함께 어울리며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뉴미디어아트 대안영화 축제로서 다양한 융복합문화예술 체험을 시도하고 있다. 제22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은 (사)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과 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가 주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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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찾은 네마프에서는 여전히 생소하고 기존의 스크린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국내외 작가/감독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애프터 미투'라는 제목의 영화였다. 제목만으로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갈듯 가지 않는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미투 운동에 대한 답답함이 조금 덜해질까 싶은 마음도 선택의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프롤로그에서 쏟아낸 말들처럼 미투 운동이 하나의 이벤트가 되어 역사 속으로 묻혀가는 듯한 아쉬움과 책임감으로 한 번은 이 영화를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출 의도


  

2018년 1월 30일 한국사회를 충격과 분노로 휩쓴 ‘#미투 운동(#MeToo)'이 일어났다. 서지현 검사 가 TV방송에 출현하여 검찰조직에서 겪은 과거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 고발한 이후 침묵해왔던 여성들이 연달아 용기를 내어 말하기 시작했다. 정계, 문화예술계, 교육계, 체육계를 비롯해 사회 각 분야의 유명 지도층 인사들이 가해자로 지목되고, 다양한 여성운동단체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일 반 시민들이 관심과 지지를 표했다.

 

다양한 계급, 직업, 연령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미투 운동에 참여하며 공감적 연대를 만들었다. 2018년 가을에는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스쿨 미투 운동도 시작되었다. 미투 운동은 여성의 연대 더 나아가 사회적 연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큰 담론과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의 성찰과 실천, 변화의 필요성을 드러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미투 운동의 한계와 부정적인 측면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논쟁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성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이 함께 만드는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애프터 미투>는 동시대를 함께 살 아가는 여성들의 일상과 목소리를 통해 미투 운동이 남긴 질문과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아낼 네 가지 이야기 속 인물과 공간의 목소리들은 이 거대한 질문에 대한 실질적인 답을 찾아가기 위한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복합적인 현장이다.

 

*

 

'애프터 미투'는 4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식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미투 운동은 3-4년 전의 단발적 사건리 아닌 아주 오래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음을 시사하듯, 김학순 할머니의 위안부 피해 고백을 이 운동의 시작점으로 상정해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리고 등장하는 첫 단편 '여고괴담' 속 스쿨 미투 운동.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남교사의 오랜 성추행과 희롱, 이를 고발하는 학생들. 내가 직접 목격했던 장면들이 장소만 다른 한 고등학교에서 되풀이되고 있었다.

 

이어 나타나는 '100.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애서는 성폭행 피해자가 살아가는 삶 속 고통을 보여주었다. 아픈 마음의 이유가 과거의 성폭행 경험과 그로 인해 잃어버렸던 자신이었음을 깨닫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끝없이 몸부림치는 사람의 모습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불러일으켰다. 마침내 그는 그러한 자신에게서 벗어나고자 고통의 근원지였던 고향에 찾아가 마음 속 슬픔을 허공에 고백하는 여정을 감행한다.

 

세번째 '이후의 시간'은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 여성 운동 속에서 활동가이자 창작자의 역할을 병행해야 했던 이들의 솔직한 속내를 담았다. 많은 이들이 부당함을 겪고 있기에 연대하여 고발하고 지속해나가야 할 이 활동을 몇명의 여성이 진행하고 감내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 창작자로서의 자신의 커리어는 어찌해야 할지 미투 운동과 삶과 맞닿아 있어 필요한 고민들을 털어놓는다.

 

그레이 섹스는 여성들이 연인 혹은 파트너와의 성 관계에서 동의하지 않은 행위로 인해 불쾌감을 느꼈던 성적 경험을 고백한다. 상대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적, 충분한 상의 없이 시작되었던 성행위, 연인 사이에서 배려 없이 시작되고 끝났던 상대 중심의 관계 등이 자신에게 주었던 수치심과 비참함을 풀어놓는다.

 

네 편의 내용을 다소 절절히 늘어 설명하는 것은 사실 좋아하는 형태의 글은 아니지만, 100% 실화만 담긴 내용이니만큼 그 자체로 주는 울림과 결연함이 있어 상세히 소개하게 되었다. 이들을 꿰뚫는 애프터 미투라는 주제는 각 단편에서 조직, 일상, 예술계, 연인 관계에서 여전히 온전히 자유롭지 않은 여성의 모습을 조명한다. 3-4년의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서서히 다가오는 백래시를 경계해야 하며 여성이 자신의 감정과 의지에 따라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성만이 모여 말하는 여성의 미래가 아닌 모두의 동의와 공감이 필요하기에 더욱 중요한 미투 운동 그 이후의 시간. 뜨겁게 끓고 식는 냄비의 물이 아니라 깊고 크게 흐르는 바다의 물결로 미투 운동이 흘러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개인적, 조직적 논의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꾸준히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지를 보내기란 사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오늘은 이 영화에 대한 리뷰와 추천글로 공감과 연대의 의지를 담아 전해본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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