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항상 있었던, 한번도 오지 않은(Always & Never) -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네마프 2022
글 입력 2022.08.2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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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네마프 2022)


 

‘네마프’라고 불리는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은 기존 영화제와는 다른 대안 영화제로 영화뿐만 아니라 미디어아트와 전시도 함께 개최된다.

 

이는 국내 유일의 영화와 전시를 다루는 영화제이며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안 영화제이다. 미디어 아트가 점점 더 발전하고 미디어아트만 따로 다루는 전시회도 늘어나는 지금, 영화와 전시 모두 아우르는 ‘네마프’는 예술이라는 더 넓은 범위에서 그 의미가 크다.

 

축제 이름에 ‘예술’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방대한 많은 분야에 대해 관심이 크며 도전적이고 시범적인 작품도 많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바라본다. 이번에 봤던 작품들이 그랬다. 일반적인 단편영화의 묶음과 달랐다.

 

올해 ‘네마프’의 슬로건은 ‘자연’이다. 자연 그 자체와 자연 속에 있는 사람 등을 다루며 스크린을 통해 자연이 곧 미디어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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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인 ‘자연’과 가장 잘 어울렸던 프로그램은 바로 ‘주제전’이었다.

 

‘항상 있었던, 한번도 오지 않은’이라는 제목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주위의 항상 있었던 자연과 그 자연 중에 우리가 가보지 않았던, 인간이 오지 않았던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관객을 관찰자로 만들어 관찰자와 피사체의 관계를 만드는 작품도 있었고 자연의 모습에 기술적 효과를 넣어 물질과 비물질의 관계를 묘하게 섞은 작품도 있었다. 자연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자연을 전시 보듯이 있는 그대로 계속 봤는데 마치 노르웨이에서 인기가 많았던 ‘슬로tv’를 보는 느낌이다. 편집 없이 기차가 달리는 풍경을 약 7시간 보여주거나, 소가 걷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작품과 비슷했다.

 

자연을 소중하고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한 노르웨이의 특징으로 이 작품들이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네마프’의 작품들도 비록 단편이고 편집은 됐지만 그만큼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거기에 더해서 새로운 도전으로 신선함과 놀라움도 준다.

 

 

 

낯선 평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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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민간인 통제 구역의 자연을 보여주는 ‘낯선 평온함’이라는 작품은 여유로움과 동시에 경각심을 준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을 보여주며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주지만 그와 동시에 대남방송의 소리를 들려주며 지리적으로 갈등의 가운데에 있는 통제구역에 대한 경각심을 준다.

 

대남방송을 평소에 잘 듣지 못하는 관객에게 낯섦을 전달한다. 미디어를 통해 자연을 본 경험은 많다. 하지만 그 자연을 덮고 있는 갈등을 봤을 때 사뭇 공포감이 느껴진다. 더군다나 그 자연에 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그 자연은 우리 주위의 자연이 아니라 갈 수 없는 미지의 공간으로 남는다.

 

 

 

세로 사투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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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보여주는 ‘세로 사투르노’ 작품도 인상 깊었다. 흑백영화로 자연의 색채를 잘 담진 못하지만 자연과 그 속의 인간을 보여주며 풍성함 대신 삭막함을 느끼게 한다.

 

구름이 많고 비가 오는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자연의 푸른 이미지를 처참히 깬다. 흐린 구름과 비, 그리고 거친 모래도 자연의 일부다. 그 자연 속의 사람들의 모습도 마냥 밝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아간다는 아름다움이 있다.

 

 

 

릴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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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기술로 왜곡한 ‘릴릴’이라는 작품은 다른 의미로 경이로웠다.

 

‘자연이 곧 미디어’라는 말이 자연 자체가 곧 미디어라는 말이 될 수 있지만 편집과 기술이 기본인 미디어를 생각할 때, 자연 또한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합 한 송이가 기타 소리에 따라 변화한다.

 

여러 색의 조명과 점, 선, 면으로 마구 변하는 백합의 모습은 실제 우리가 보는 백합이 이 형태가 맞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시각과 청각을 편안하게 하는 것과 달리 시청각을 굉장히 자극한다. 항상 생각했던 백합의 새로운 모습을 시각과 청각을 통해 보여준다. ‘항상 있었던, 한번도 오지 않은 Ⅲ’에서 가장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자연은 가깝고도 멀다는 걸 느꼈다. 많이, 그리고 질리게 봤다고 생각했던 자연이지만 막상 지긋이 보면 새롭다. 영화 ‘하이드’에서는 늑대가 등장한다. 마을에 늑대가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늑대를 두 눈으로 보기는 어렵다. 자연이 ‘하이드’ 속 늑대 같았다. 분명 곁에 있다는 걸 인지하지만 보지 못한 자연이 천지다.

 

무궁무진한 자연이 이렇게 작품을 통해서라도 보일 수 있음에 ‘네마프’의 의미가 더 크게 느껴졌던 영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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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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