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하늘 위로 띄우는 당신을 위한 편지

모든 계절 모퉁이마다, 당신을 기억하며
글 입력 2022.08.2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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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당신이 긴 여행을 떠난 지 일년 하고도 반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저는 당신이 지나간 발자취를 찾아보며 사계절을 보냈어요. 때로는 당신 때문에 웃고, 울고, 또 화도 내면서 말이죠. 순간을 함께 보낼 수는 없지만 당신과 함께했던 날을 추억하며 매일 곱씹듯이 머릿속에 갈무리해요.

 

지난주에는 뉴스에서 슈퍼문이 뜬다는 소식에 오랜만에 베란다에 나가 하늘을 쳐다봤어요. 당신이 좋아했던 크고 환한 보름달. 당신은 늘 어두운 우리 집안을 밝혀 주었었죠. 당신이 긴 여행을 떠난 뒤 알았어요.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사람, 가까이서 보면 울퉁불퉁한 운석투성이인 달처럼. 모든 아픔을 홀로 껴안고 있는 사람이란걸요. 당신이 떠나갔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왜냐하면 난 아직도 무서운 꿈을 꾸거나 가위에 눌릴 때면 습관처럼 당신을 부르게 돼요.

"엄마? 엄마 ……"라고.
 

처음에는 물음표로 시작해서 한 번 더 부를 때 마침표로 끝나게 되네요. 저는 지금 하늘 너머 저 멀리로 우편을 보내요.

 

나는 매일 아침 출근을 하고 또 퇴근을 할 때면 마음속으로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을 꾸역꾸역 참았다가, 고이 접었다가 꾸깃꾸깃하게 눌러요. 그러다 혼자 방안에 문을 닫고 들어가 펑펑 울어요. 나는 당신이 짊어졌던 모든 짐들을, 당신이 여행을 떠나면서 남겨두고 간 사실들과 만나게 되며 한동안 당신이 미웠어요.

 

왜 끝까지 힘들었던 일들을 말하지 않고 숨기면서 갔을까.

 

본인도 힘들었으면서 그 많은 사람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을까. 당신의 두고 간 비밀들을 알게 된 것보다 혼자 끙끙 앓았을 시간들을 생각하니, 그 모습을 떠올리니 너무 안타까워서 자꾸 눈물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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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마는 본인의 몸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몰랐을까? 모른 걸까 참은 걸까?

 

난 아직도 기억이 나요. 병실에서 꾹꾹 울음을 누르며 참다가 결국 우리 모녀가 마주 앉아 펑펑 울었던 날들을요. 난소암 3기, 그래도 이겨낼 수 있다며. 완치하고 아빠와 자연으로 들어가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던 당신의 씩씩한 웃음이 머릿속에 떠오르네요.

 

아빠와 싸우지 좀 말라는 당신의 부탁을 백 퍼센트 지키지는 못하지만 당신의 자리를 채우려고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어요. 생전 안 해보던 장 보기, 요리하기, 집안일도 하고 회사도 다녀요. 그리고 언젠가 세상 밖으로 언젠가 태어날 내 이야기도 조금씩 쓰고 있어요.

 

내가 글을 쓰고 상을 탈 때마다 유난히도 기뻐하던 당신. 평소 웃을 일이 없는데 이렇게라도 웃을 수 있어서 좋다며 상장과 상패를 바라보던 모습. 그런데 강아지는 아직도 당신이 떠난 줄 모르는 것 같아요. 가끔 문너머로 허공을 바라보는 일이 늘었거든요.

 

나는 당신이 긴 여행을 떠난 후 한동안 글을 못 썼어요. 어쩌면 평생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무 일도 못한 채, 그저 당신의 진실을 찾기 위해 당신에게 머물러서 계속 싸워야 하나도 생각하며. 그렇게 눈물을 훔친 날들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엄마 난 그래서 오늘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어요.

 

한 번 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돈을 모으고, 아끼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맛있는 게 있으면 아끼지 않고 사 먹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사려고 해요. 보고 싶은 게 있으면 눈에 충분히 담아두고요. 아빠가 먹고 싶다는 것, 필요한 게 있다고 하면 일단은 그냥 사요.

 

아, 4월부터 건강기능식품 관련 스타트업 회사에 콘텐츠 에디터로 취업했어요. 당신이 병마와 싸우고 힘들어할 때마다 건강에 관심이 생겼었거든요. 나도 나중에 아픈 사람들을 위해 내 글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게 당신 덕분인 것 같아 더 열심히 살려고요.

 

당신의 유품을 정리하다 아껴 둔다고 사용 안 한, 그래서 사용 기한이 훌쩍 지난 상품권들을 발견 했어요. 옷장 속에는 택이 붙은 철 지난 옷들이 한가득이었는데요. 당신이 세일할 때 사서 쟁여 두었던 옷 들이었죠. 나는 그 옷들을 버리며 당신을 떠나보냈어요. 그렇게 보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나 혹은 아빠가 걱정돼서 제대로 못 떠나갈까봐 걱정됐었거든요.

 

마지막 순간에 당신의 호흡과 심장박동이 잦아졌을 무렵 내가 이런 말을 했죠.

 

"이제 여기는 절대 생각하지 말고, 거기서는 일하지도 말고 걱정하지도 말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내, 그곳에서는 가고 싶은 곳 다 다니며 여행하라고"

 

매일 일과 집안일, 할머니 간병에 집안 장녀 역할을 하던 당신, 아니 우리 엄마. 내가 쓴 글을 제일 좋아했던 당신은 지금 먼 여행을 떠났지만 매일 가슴에 묻으며 사무치게 그리워하려고요.

 

세상에 태어나서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다면 당신이 내 엄마라는 것과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 있었단 거예요. 당신에게 마지막까지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면 큰 후회로 남았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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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완전히 잘 지낸다고 말할 수 없지만, 엄마의 자리를 다시 한번 느끼고 있어요. 이제는 내가 엄마 역할을 해야 하잖아요. 사실 많이 버거울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곤 해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당신이 떠나간 자리를 되새김하며 편지를 써요. 지난주에 뜬 슈퍼문이 소원을 들어준다면 온 마음을 담아 쓴 이 편지가 하늘에 닿았으면 좋겠어요.

 

엄마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요.


- 하나 뿐인 당신의 딸이, 하늘에 띄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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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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