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방안에서 뉴욕현대미술관 여행하기 - 그림들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
글 입력 2022.08.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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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


 

내 방엔 근대미술 액자가 두 개 걸려있다. 에곤 쉴레의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 그리고 클로드 모네의 <아르장퇴유의 양귀비 들판>.

 

모네의 <아르장퇴유의 양귀비 들판>은 서울 어느 모네의 전시에서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던 작품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시간 차로 두 번이나 그려넣었으며, 아스란히 펼쳐져 있는 꽃과 풀밭 그 뒤로 보이는 푸르른 하늘과 구름, 자연으로 가득한 그림이 왠지 모를 편안함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후 나는 방 안에 그의 그림을 걸어두었고, 자주 바라보며 자연을 간접적으로 만끽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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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편안함을 느끼고 힐링을 받았던 이유를 <그림들>이란 책에서 알 수 있었다. 모네는 "예술이 휴식을 제공할 수 있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이런 신념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은 <수련>이다. 1955년 모마는 미국 최초로 대형 패널 <수련>시리즈를 소장하게 된다. 이후 미술관에서 이 작품은 중요한 위치로 자리 잡았고 도시화, 상업화, 기술화가 한창이던 뉴욕에 모네를 가장 강하게 각인시켰다.

 

지금 당장 모마에서 수련을 볼 수 없다면, <그림들>을 펼쳐보는 것은 어떠한가. 이 책에서는 모마에 전시된 수련 시리즈의 그 모습 자체를 볼 수 있다. 미국 도슨트의 재미있는 미술 설명과 함께 말이다.

 

 

 

<그림들>의 생생한 뉴욕현대미술관 그리고 미국 도슨트


 

뉴욕 현대미술관 MoMA. 그림들에서는 우리가 직접 모마에 방문 한 것처럼 모마 미술관을 담았다. 모마에 간다면 5층부터 내려오며 관람해야 시대순으로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어느 시간대에 가야 한산하고 현대카드로 무료입장이 가능하다는 팁들을 알려준다. 직접 가보지 않고 찾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이런 소소한 꿀팁들은 매우 유용했고 실제로 가보는 상상을 불러일으켜 생생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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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이라는 책으로 미술관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장의 감동을 받을 수 있다. 모마의 소장 작품이 걸려있는 벽과 안전선, 관람객들까지 함께 담아 모마를 직접 방문한 듯한 착각을 준다. 그림을 보호하는 유리에 비추는 모습을 그대로 넣어 우리가 미술관에서 그림을 바라보는 현장감을 담았다. 또한 책 두 쪽에 큼지막하게 인쇄된 그림 이후 설명이 이어져, 미술관 작품 앞에서 도슨트를 직접 만나 듣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 시리즈


 

도슨트는 <수련>시리즈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배경부터 알려준다. 모네는 1914년부터 1926년까지 장장 12년간 <수련>시리즈를 그렸다. 1926년에 생을 마쳤으니 죽기 직전까지 계속 손을 본 셈이다. 그는 1883년 파리에서 지베르니로 거처를 옮겨 수련 시리즈 250여 점을 그려 낸다.

 

그중 40여 점이 대형 패널에 그린 것이다. 모마에 있는 <수련>은 가로 4.2미터 세로 2미터의 패널 3개를 연결하여 가로 12.7미터의 초대형 작품이 전시실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다. 특히 평면으로 전시된 것이 아닌, 살짝 굴곡진 입체적 형태로 전시되어 있어 보고 있다 보면 정원이 나를 감싸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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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는 초기 인상주의를 이끌었고, 폄하와 조롱이 있었으나 사람들은 점차 매료되어 그림이 하나 둘 팔리기 시작한다. 결국 모네는 노년기에 큰 부를 누리게 된다.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상당한 부를 쌓자, 지베르니에 정원이 딸린 저택을 구입한다. 그리고 그 스스로 "내 생애 최고의 작품은 이 정원"이라고 말하며 큰 애착을 갖고 정원을 정성껏 가꾼다. 물이 많지 않던 곳에서 정원에 수로공사를 하며 물을 끌어오느라 근처 농부들에게 항의를 받았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하는 등 일본풍 다리도 만들며 마침내 정원을 완성한다.

 

모네는 수련에 세 가지 요소를 담았다고 말한다. 물 위의 수련, 수련 아래에 보이는 물, 그리고 물 위에 비친 하늘. <수련>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수련, 물, 하늘 세 가지 요소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수련>시리즈는 점점 변모되어 간다. 처음에 모네는 완전한 정원의 형태로 그림을 그리지만, 범위가 점점 물 위로 좁혀지고, 군더더기가 떨어져 나가며 수련의 형태가 단순해졌다.

 

노년에 백내장까지 앓게 되며 대상의 외양뿐 아니라 색까지 변형이 된다. 형태와 색의 변형까지 일어나자 그림은 점점 추상화 느낌이 짙어졌다. 이 때문에 인상주의가 추상주의의 문을 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프랑스 오랑주리 미술관에는 수련 작품이 모마보다 더 큰 규모로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모네가 죽고 몇 달이 지난 후 그와 친구처럼 지내던 프상스 수상 조르주 클레망소의 제안으로, 오랑주리 미술관에 대형 패널 8개를 연결하여 특별 전시 공간을 만든다. 모네는 생전에 미술관에 수련을 전시할 때 꼭 지켜줬으면 좋겠는 세 가지 조건이 있었다고 한다.

 

 

"하나, 평면이 아닌 곡선 형태의 빙 둘러진 모습이었으면 좋겠소.

둘, 전시실 벽이 하얀색이었으면 좋겠소.

셋, 자연광이 전시실 안으로 잘 들어왔으면 좋겠소."

 

<그림들>, 59p

 

 

모네는 자신의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이 마치 지베르니 정원에서 수련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로 오랑주리 미술관은 천장으로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담기도 했다. 이런 진지한 태도 덕분에 그의 작품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도슨트는 <모마>에서 수련을 본다면 가까이서 한 번, 조금 떨어져서 한 번 보길 권한다. 가까이서 보면 채색도 뿌옇게 보여 왠지 대충 그린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본다면 전체적으로 완성된 모습이 보이며 전율이 돋는다. 그러다 차츰 마음이 차분해진다.

 

 

<수련>은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도시라 할 수 있는 뉴욕 한복판에서 예술과 자연이 주는 위로와 위안을 얻게 하는 소중한 작품이다.

 

<그림들>, 60p

 

 

<그림들>에는 클로드 모네 이외에도 반 고흐, 피카소, 샤갈, 달리, 마그리트 등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작가들의 작품이 16편이 준비되어 있다. 선정된 이 작품들에 대해 도슨트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들을 들려준다.

 

현장감 있고, 정보가 가득한 이 책으로 언제 어디서나 모마의 소장 작품이 주는 감동을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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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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