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위태롭지만 신비하고 아름다운 그녀, 뮤지컬 마타하리 [공연]

화려함 뒤에 감춰진 한 여자의 인생
글 입력 2022.07.2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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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기]1사본 -[2022 마타하리] 공식 포스터 ⓒEMK Musical.jpg

 

 

검은 머리, 올리브 빛 피부, 커다란 갈색 눈,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이국적 미모의 여성 무희 마타하리(MATA HARI). 관능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의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마타하리]가 오는 8월 15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상연된다.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마타하리]는 기존 시즌들과는 다르게 마타하리라는 '한 여자의 인생' 자체에 초점을 맞춰 더욱 탄탄한 서사와 설득력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특히 새롭게 추가된 안나와 마타하리의 서사를 비롯해 가상의 캐릭터인 '마가레타'를 등장시켜 극을 한층 더 촘촘하고 풍성하게 다듬었다.

 

위태롭지만 신비롭고, 연약하지만 당당했던 그녀의 삶은 과연 어디로 흘러갈까. 작품을 통해 드라마틱 했던 그녀의 삶을 따라가기 전, 미리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마타하리 vs 마가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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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하리는 오늘날까지도 팜 파탈(femme fatale)의 대명사이자, 이중 스파이로 기억되는 대표적 인물이다. 인도네시아어로 '여명의 눈동자'라는 뜻을 가진 그녀의 이름은 그녀가 파리에서 댄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붙인 이름이며, 본명은 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Margaretha Geertruida Zelle)다. 자신의 이국적인 외모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가명을 사용했다.


어릴 적 태어나고 자란 곳은 네덜란드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가난하고 의지할 데가 없어 인도네시아에 주둔하던 한 네덜란드인 장교의 구혼 광고를 보고 결혼을 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건너갔다. 하지만 그녀의 결혼 생활은 기대만큼 순탄하지 않았고, 결국 이혼하게 된다.

 

이후 어렵게 유럽으로 돌아왔으나 빈털터리에 이혼녀가 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녀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하던 시절 자바 섬에서 익힌 벨리댄스를 파리의 한 클럽에서 선보이게 되는데, 그 무대를 계기로 일약 스타가 됨은 물론 사교계 최고 클럽인 물랭루주(Moulin Rouge)에 입성하게 되면서 마침내 마타하리가 탄생하게 된다.

 

작품은 이렇게 어둡고 복잡한 마타하리의 과거를 '마가레타'라는 가상의 존재를 등장시켜 절묘하게 표현해 낸다. '마가레타'는 오로지 춤으로써 그녀가 감추고 싶어 하는 과거의 상처들을 표현해 내는 존재이며 관객들은 이런 '마가레타'의 춤을 통해서 '마타하리'의 솔직한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이중 스파이 vs 희생양


 

[꾸미기]1사본 -[2022 마타하리] 7.내 맘을 조심해_옥주현, 김바울 ⓒEMK Musical.jpg

 

 

그녀가 춘 춤은 사실 정통 벨리 댄스라기 보다 노출이 심한 의상과 자극적인 동작을 보여주는 스트립 댄스에 가까웠다. 하지만 유럽의 많은 남성들은 그녀의 춤에 열광했고, 그중에는 수많은 고위급 군사 장교들과 유명 인사들도 있었다.


자신의 유명세와 댄서라는 직업 덕분에 고위층과의 접촉이 자유로웠던 마타하리는 공연을 위해 파리, 베를린 등을 순회하며 국경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각국의 장교들은 이런 마타하리의 신분을 이용해 적국의 정보를 찾아내려 애썼고 그 이해관계 속에서 그녀는 끝내 살아남지 못하고 스파이라는 죄명으로 사형을 당한다.


극 중에서 마타하리는 자신의 과거를 들키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아르망'을 지키기 위해 스파이 제안을 수락하는데, 그녀가 스파이 활동을 제안받고 수행하는 장면들은 공연 내내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마타하리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한편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마타하리가 정말 스파이였는지 아닌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만약 그녀가 정말로 스파이 제안을 수락했다면 그 또한 그저 살아남기 위한 그녀만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참 아이러니한 것은 과거에 그녀가 살기 위해 선택했던 화려하고 자유로운 댄서의 삶이 결국 그녀의 마지막을 스스로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당당한 vs 순애보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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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에서 마타하리는 매우 순애보 적이지만 동시에 거침없이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남자 '아르망' 앞에서는 한없이 연약하고 모든 것을 바치는 순애보적인 여자지만,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사람들 앞에서는 거침없고 당당한 여자의 면모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당하는 그 순간에도 흐트러짐 없이 의연한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자신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친구 안나를 다독이고, 연인 아르망을 오히려 위로하며 홀로 선 사형대에서 기어코 울린 총성과 함께 우아하게 키스를 날리는 장면은 마지막 뮤지컬 넘버인 '마지막 순간'과 함께 어우러져 오래도록 깊은 여운을 남긴다.


기록된 바에 의하면 사형 당시, 마타하리는 눈가리개도 거부하고 미소 지은 채 알몸으로 12명의 사수 앞에 섰다고 한다. 비록 평생을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삶을 살았지만, 마지막 순간만큼은 모든 걸 내던지고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던 그녀의 바람이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물론 그녀의 삶이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거나 존경받을 만한 삶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지독히 애썼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누구보다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삶을 살고도 누구보다 외로웠을 한 여자의 인생이 부디 작품을 통해 많은 관객들과 만나며 위로받을 수 있기를 조심스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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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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