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의 진정성을 포착한 눈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

인간을 위한 사진, 사진을 위한 삶
글 입력 2022.07.05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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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 <결정적 순간> 의 발행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이 오는 10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사진집 <결정적 순간>은 앙리 마티스가 책의 표지와 타이틀을 담당했다. 전시에서는 앙리 마티스 외에도 사진집 편집자인 테리아드, <결정적 순간>이라는 제목을 지은 사진작가이자, 출판사 대표인 딕 사인먼 등과의 주고받은 편지와 일화 등 역사적인 사진집이 나올 수 있었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가득하다.

 

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작품이 나오기까지 내막을 알면 작품이 더 매력있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전시를 관람하고 나서 이들의 이야기를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생애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타이틀에 걸맞게 역사의 한 획을 그을 결정적인 순간을 담은 이미지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간디의 장례식, 영국 조지 6세의 대관식, 독일 데사우 나치 강제수용소의 모습과 같이 카르티에 브레송은 포토 저널리즘의 선구자로 어엿하게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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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미국, 인도, 중국 등 다양한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촬영한 사진에 흠뻑 젖어있는 동안, 영국 BBC에서 그의 생애와 더불어 같이 작업했던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한 곳에서 상영되고 있었다.

 

Pen, Brush, Camera가 적힌 단상 위에 놓인 스크린에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글, 그림, 사진으로 자신의 결정적인 순간을 담았다. 예술을 위한 도구를 카메라에 국한짓지 않았기에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회화의 시선으로 사진을 찍고 사진을 찍는 시선으로 그림을 그렸다.


필름이 빼곡하게 놓인 벽장을 배경으로 인터뷰한 그의 말이 맴돌았다. 필름이 가득찬 벽장을 시체 안치소라고 비유하며 ‘죽은 사람들의 생전의 모습’을 담았으니 사진 속 사람은 현재 죽었으되 사진 안에서만큼은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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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티에 브레송은 “사진보다 인간의 삶에 더 관심이 많다”고 내내 강조한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사진을 인간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 그의 사진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순간을 담는 사진의 특성상, 어떠한 오해의 여지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인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대상이 형태적으로 완벽하게 본질을 드러내는 순간에 그는 셔터를 눌렀다.


카르티에 브레송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묘사하는 문장은 하나같이 우스꽝스럽다. ‘벌레 같은 포즈‘, ‘까치발을 하고 펄쩍펄쩍 뛰는 모습’ ‘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기도 하고 또는 아예 없는 사람처럼 구석에 가만히 물러나 있기도 하다‘는 등등. 순간의 상황을 흩뜨리지 않기 위해 이미지의 주인공에게 다가갈 때는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 순간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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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진은 2분 이상 바라볼 수 있는 사진이다. 2분이란 굉장히 긴 시간이다. 그런 사진은 보고 또 보게 되는데 그래도 충분치가 않다. 마치 체홉의 단편 같기도 하고 개인의 사연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사진엔 온 세상이 담겨 있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나에게 있어 사진이란, 머리와 눈과 그리고 마음을 하나의 축에 놓는 것이다. 그것은 삶의 방식이다. "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 '결정적인 순간'은 프랑스판 제목으로는 ‘달아나는 이미지들'이다. 단속을 피해 달아날 준비를 하는 무허가 노점상을 가리키는 관용적인 표현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을 위한 카르티에 브레송의 촬영방식과 매우 닮았다고 한다.

 

'달아나는 이미지'의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회화의 시선으로 사진을 찍고 벌레같은 포즈도 서슴지 않았던 그의 작품에서 사진에 대한 그의 태도가 느껴진다.

 

전시를 보는 동안, 그의 작품 속에서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무릎을 조금 구부리는 것만으로도 시야를 바꿀 수 있고 단지 머리의 위치를 약간 바꾸는 것만으로도 선들을 일치시킬 수 있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그가 삶을 바라보는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시선을 조금 바꾸고 관점 한 끗 차이로 내가 원하지 않는 삶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끌고 바꿔 갈 수 있음을 사진을 통해 얘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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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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