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한 지 어언 3년. 그간 나의 글도 나의 삶도 많은 변화와 성장이 있었다. 여전히 문화예술은 위대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사람들의 관계, 확장 가능성에 대해 파고드는 것이 흥미롭다.


지리멸렬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책을 읽는 행위로 자신을 돌보고 순간을 기록한 글에서 지난날의 나를 기억하곤 했다. 직장인에게 흔히 마의 구간이 있다고 한다. ‘3, 6 ,9’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3년, 6년, 9년마다 번아웃이 오거나 이직, 퇴사 생각을 많이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마의 3년 차에 접어든 에디터로서 다시 중심을 잡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동안 좋아하고 아끼는 것들로 작성한 글을 큐레이션 하고자 한다.

 

1. 음악 - 그 가을, 내가 사랑한 밴드들(잭킹콩, 버스커버스커, 새소년, 나이트오프, 위아더나잇)

 

특정 계절이 다가오면, 그 계절에 자주 들었던 노래들이 반사신경처럼 떠오를 때가 있다. 가을의 향이 물씬 풍기는 요즘. 여전히 듣기 좋은 가을에 어울리는 밴드 노래를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듣다 보면, 매년 가을에 이 노래들이 생각날지도 모른다.

 

[“밴드를 떠올리면, 괜히 다가가기 어렵고 '락앤롤'만 외칠 것 같다. 잔잔한 노래가 듣고 싶은 가을과는 맞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장르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계절에 알맞은 옷을 입은 듯 순간의 감정을 충실하게 담는다. 4분 남짓한 이 음악들은 끝나가는 가을을 맘껏 느끼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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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화 - 본연의 ‘나’를 사랑하고 ‘너’를 바라보는 곳, 영화 <메종 드 히미코>

 

여전히, 일본 영화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 엉뚱하지만 입체적인 캐릭터, 뻔하지 않은 스토리라인을 좋아한다.

 

영화 <메종 드 히미코는> 극 중, ‘시오리’라는 캐릭터를 통해 성소수자를 향한 시선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덕분에,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이질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감독은 ‘피키피키 피키’라는 주문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서로가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현대사회에는 더 많은 시오리가 존재한다. 극 중, 사오리의 인식이 변한 것처럼 이들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아버지의 임종 후, 메종 드 히미코에 가지 않던 사오리는 결국 ‘집’으로 돌아간다. 언제나 그녀를 따스하게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현재에도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감독은 일종의 주문을 걸고 싶은 것이다. 손녀를 그리워하는 루비의 바램처럼, 시오리가 돌아오길 원하는 메종 드 히미코의 사람들처럼, 감독은 혐오가 가득한 이 사회를 아름답고 순수하게 바꾸고 싶은 바람을 담아 외친다. ‘서로가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기를, 피키피키 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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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드라마 - 세상을 향해 외치는 건배!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이 글을 작성한 후, 일상을 보내다가 문득 문득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이 오버랩되던 순간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친한 친구와의 다툼, 미래에 대한 불안감, 꿈을 향한 열정 등 이렇게 내가 진짜 어른이 되는 걸까 하는 씁쓸함이 들 때마다 이 드라마를 보며 위로를 받았다.

 

[“인생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애석하게도 신은 우리에게 위기를 극복해야지 성공을 얻을 수 있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처참한 자신을 맞닥뜨리고 이유 모를 분노가 치밀어올라 급기야 모든 게 원망스러워진다. 술에는 망각의 힘이 있다. 고단한 삶에서 힘든 순간을 술과 함께 잠시나마 털어낼 수 있다.”]

 

[“술에 취하면 별것도 아닌 일이 다 별 게 된다. 그리고 진짜 별거였던 일은 순식간에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이게 바로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다.”] - <술꾼도시여자들> 2화 中

 

먼지 더미 속에 숨은 일기장을 발견한 것처럼, n년 전 이맘때 작성한 글을 살펴보니 감회가 새롭다. 역시 기록의 힘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진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몇 달간 글을 쓰지 못할 때도 많았고, 글쓰기를 게을리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재밌다. 그 시절 내가 아끼던 것들의 애정이 담긴 글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앞으로 훗날의 내가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바지런히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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