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가을, 내가 사랑한 밴드들 [음악]

끝나가는 가을이 아쉬워서
글 입력 2021.11.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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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음악을 좋아한다. 각각의 악기들로 조합된 사운드는 하나의 장르를 완성한다. 저마다의 색깔은 적절하게 섞여 그들만의 개성을 보여준다. 뚜렷한 스타일은 마니아들을 만들어내기 충분하다. 나 또한 그런 매력에 반해 이곳에 빠졌으니.

 

밴드를 떠올리면, 괜히 다가가기 어렵고 '락앤롤'만 외칠 것 같다. 잔잔한 노래가 듣고 싶은 가을과는 맞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장르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계절에 알맞은 옷을 입은 듯 순간의 감정을 충실하게 담는다. 4분 남짓한 이 음악들은 끝나가는 가을을 맘껏 느끼라고 말한다.

 

 

 

잭킹콩(Jackingcong)- Diamond





 

가을하면 빠질 수 없는 ‘재즈’. 밴드의 자유분방함과 재즈의 펑키함을 겸비한 밴드를 소개한다.

 

‘잭킹콩’은 2018년에 데뷔한 5인조 인디밴드로 자신들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Soul 음악을 기반으로 R&B, Hiphop 등 장르를 아우르며 그들만의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보여준다. 멤버 심강훈은 보컬과 트럼펫 연주를 겸하며 곡의 풍부함을 더한다.


‘Diamond’는 도입부의 리드미컬한 드럼연주로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는다. 중저음의 소울풀한 목소리는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한다. 이 곡에서는 그동안 독주였던 트럼펫 연주를 건반을 담당하는 멤버 서원과 함께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트럼펫 합주는 잭킹콩만의 색깔을 마음껏 뽐낸다. 팀 이름이 그렇듯, 저절로 리듬에 몸을 맡기게 된다.

 

불편한 것들은 모두 놓고 진정한 나를 찾으러 가자며 지루한 일상에 기분 좋은 제안을 한다. 에너지 넘치는 그들의 라이브 영상과 함께 움츠러드는 가을 아침을 상쾌하게 열어보자.

 

 

 

버스커버스커 - 골목길 어귀에서



 

 

버스커버스커는 봄하면 생각나는 밴드다. 벚꽃엔딩은 계절의 감성을 노랫말과 멜로디에 적절하게 담아낸다. ‘벚꽃연금’으로 불릴 만큼 인기를 얻었지만, 이 곡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곡들도 많다. 이들의 오랜 팬으로서 가을에도 듣기 좋은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을 소개한다.


‘골목길 어귀에서’는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난 기쁨과 혼란스러움, 그 사이의 감정선을 노래한다. 전반적으로 경쾌한 기타 선율과 리드미컬한 드럼연주가 돋보인다. 장범준의 목소리는 담백하지만, 마음을 건드리는 힘이 있다. 울적할 땐, 담담한 위로를 건네고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진솔한 가사를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순수했기 때문에 더 서툴고 후회가 남았던 그 시절의 나를 마주할 수 있다. 그래도 아쉬움은 아쉬운 대로 남겨두고 추억은 과거로 간직하라고 말한다. 지나가는 계절의 아쉬움을 이 노래로 달래보면 어떨까?

 

 

 

새소년- 긴꿈



 

 

처음 이 곡을 마주했을 때가 생생하다. 간만에 느껴본 짜릿함이었다. 즐겨보던 <유희열의 스케치북>를 통해 듣게 됐고 바로 이들의 전곡을 탐미했다. 밴드 ‘새소년’은 ‘긴꿈’으로 데뷔해 인디계의 주목을 한눈에 받았다. 감각적인 사운드, 황소윤의 허스키한 음색, 빈티지하면서 세련된 스타일이 ‘새소년스러움’이라는 고유명사를 만들었다.


‘긴꿈’은 마치 혼재된 내면을 유영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경쾌한 비트와 더불어 드럼과 베이스, 기타가 더해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희망찬 멜로디와 가사는 삶의 반짝임을 조명한다. 가을은 어지러운 계절이다. 순간의 혼란스러움을 뮤직비디오와 함께 있는 그대로 즐겨보자.

 

 

 

나이트오프(Night Off)- 잠


 

 

 

‘나이트오프’는 언니네이발관의 이능룡과 못의 이이언으로 구성된 2인조 밴드다. 둘이 만들어낸 새로운 음악세계는 우울하면서도 아름다운 감정을 특유의 섬세함으로 녹여낸다. 서정적인 가사와 이이언의 미성은 듣는 이의 마음 한구석을 아릿하게 건드린다.


 

벽에 기대어 앉으며 짐을 내려놓으니

한 줌의 희망이 그토록 무거웠구나

탓할 무언가를 애써 떠올려봐도

오직 나만의 어리석음 뿐이었네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잠깐 잠들면 안 될까

날도 저무는데

아무도 없는데

 


‘잠’은 나이트오프의 첫 번째 EP [마지막 밤]의 타이틀 곡이다. 가을날씨처럼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노래다. 진중한 사운드에 이이언의 꾸밈없는 발성이 청자들에게 절제된 위로를 건넨다. 삶의 허무함을 담담하게 표현하면서도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도 괜찮다며 애써 붙잡았던 시간을 토닥인다. 담백하지만 다정한 가사는 한없이 작아진 나를 따뜻하게 감싼다.

  

때론, 우울한 감정을 애써 피하기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감정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그 이유를 깨닫는다면 어느샌가 무거운 짐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은 끝이 없는 휴식을 ‘잠’에 비유한다. 여러 메타포가 담긴 뮤직비디오와 함께 이 노래를 감상하길 바란다.

 

 

 

위아더나잇(We are The Night)- 깊은 우리 젊은 날



 

 

서늘해진 공기의 온도,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들, 짧아진 낮.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과정은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나를 보는 것 같다.

 

어느덧 저물어가는 올해를 실감하면서 괜히 마음이 복잡하다.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르지.’, ‘또 이렇게 나이만 먹는구나.’  쓸데없는 걱정들이 괴롭힌다. 이 곡은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자고, 다 괜찮다며 한없이 불안한 이들에게 따듯한 안부를 전한다.

  

 

울지 말아요. 그대여

거리는 흔들려도 비틀거리지 마요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이

약해진 건 언제부터였는지

 

무표정한 얼굴 서로를 지나치고

무표정한 얼굴 서로를 대해도

울지 말아요 그대여 다 괜찮아



때로는 청춘이 가벼워 

이 시간이 너무 두려워

손을 뻗어봐도 그대와 

나는 어쩔 줄을 몰랐네

 

우리 지난 날을 추억하고 

우리 오늘 날을 간직하고

기억해요. 깊은 우리 젊은 날

 

 

인디팝밴드 ‘위아더나잇은’ 미완이라서 더 아름다운, 이 시대의 모든 청춘을 이야기한다. ‘깊은 우리 젊은 날’은 신디사이저와 어쿠스틱 악기를 조합하여 몽환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곡이다. 노래가 끝나면 울적했던 마음은 어느 새 가벼워지고 남은 날을 위해 힘차게 일어나게 될 것이다.

 

*

 

그 계절에 들은 노래는 저마다의 감정과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시 돌아온다지만, 끝나가는 순간은 항상 서글프다. 그러니, 이 순간에 어울리는 음악을 듣는 것도 현명한 방법. 왠지 모를 공허함과 쓸쓸함을 분명히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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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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