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본연의 ‘나’를 사랑하고 ‘너’를 바라보는 곳, 메종 드 히미코 [영화]

성 소수자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집
글 입력 2021.10.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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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집’은 항상 제자리를 지키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철부지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가출에 대한 환상을 가졌을 것이다. 부모로부터의 해방, 혼자만의 자유를 꿈꾸며 치밀하게 계획한 적이 다들 있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집이 주는 편안함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뒤늦게 깨닫고 결국 제 발로 집에 돌아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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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드 히미코>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이누도 잇신 감독의 작품이다. 메종 드 히미코는 프랑스어로 ‘히미코의 집’이란 뜻이다. 이곳에서 사회가 규정한 ‘보통의 가족’은 없다. 짙은 화장과 화려한 무늬의 원피스로 한껏 치장한 노년의 남자들. 누가 봐도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누나보다 언니라는 호칭이 익숙한 이곳은 일명 ‘게이들을 위한 실버타운’이다.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채 서로 흩어져있었지만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메종 드 히미코에 새로운 사람이 문을 두드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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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리는 여느 사회초년생들과 다를 바 없다. 직장에서는 상사 눈치 보기 바쁘며, 조금이라도 더 벌고자 구인 정보지를 뒤적이는 게 일상이다. 그런 자신을 마주할 때면, 가족을 버리고 떠난 게이 아버지를 원망할 뿐이었다. 어느 날, 아버지의 연인이라며 그녀를 찾아온 하루히코는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며 간병인을 부탁한다. 단칼에 거절하려던 시오리는 고액의 아르바이트 제안에 귀가 솔깃해진다.

 

메종 드 히미코를 향한 주민들의 시선은 경멸과 혐오로 가득하다. 그 시선의 주체였던 사오리는 이제 그 시선의 대상이 된다. 성 소수자에 대한 조롱과 학생들로부터 짓궂은 장난까지 당한다. 낯선 사람들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꼈지만, 그들의 입장이 된 사오리는 점차 성 소수자들을 받아들이고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 메종 드 히미코의 사람들이 이 안에서만큼은 성 정체성에서 벗어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누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마작을 하고 기타를 치고 맛있는 것을 나눠 먹으며 힘들었던 지난 과거를 새로운 시간으로 덮고 행복한 기억들로 채운다. 각박했던 현실에서 시오리는 그들로부터 순수함과 따뜻함을 느낀다. 돈만 보고 간 곳이지만, 이상하게 이곳이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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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나면 드레스가 안 어울리는 자신을 보고 슬퍼할 일은 없잖아. 내겐 처음이자 마지막 드레스야. 다음 생에는 여자로 태어날 거야.”

 

 

“어울리면 어떻고 안 어울리면 어때요”.
“드레스의 정조를 이렇게 버리다니.” 
“정조는 버리라고 있는 거예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유독 어려웠던 야마자키는 사오리를 통해 세상에 한 발짝 나아간다. 시오리는 자신 또한 미처 하지 못했던 욕망을 분출한다. 서로가 가장 원했던 모습으로 변신한 이들은 메종 드 히미코의 사람들과 함께 오랜만의 외출을 나선다. 이때, 등장하는 댄스홀 군무 장면은 참 인상적이다. 사오리가 메종 드 히미코에 완전히 녹아들어 이들과 하나의 공동체, 가족이 되었다는 것을 춤을 통해 보여준다. 야마자키는 사오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여자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립스틱을 바르면서 사소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꿈을 이루게 된다. 그동안 야마자키가 겪어온 사회의 시선이 어땠는지 그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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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힘들게 한 걸 후회한 적 있어? 날 그리워한 적은? 못 보는 게 괴로워서 눈물 흘린 적 있어?

 

 

메종 드 히미코에 점차 적응해가던 사오리는 액자에 걸린 어머니의 사진을 발견한다. 부모님의 사이가 당연히 나쁠 것으로 생각했던 그녀는 의구심이 들었다. 사오리의 어머니는 3년 전, 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현재, 그녀의 아버지인 히미코도 암과 투병 중이다. 담담하게만 보였던 사오리는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그동안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아버지가 가족을 떠난 후, 그녀를 괴롭혔던 질문들을 히미코에게 마구 뱉기 시작한다. 히미코는 아내와 꾸준한 만남을 이어왔다. 사오리의 어머니는 ‘동성애자’로서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히미코의 가게(게이바)를 찾아와 진심으로 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머니가 죽기 전에 어땠는지, 히미코의 가게를 간 이유는 무엇인지. 그 어떤 대화보다 가장 진솔한 대화가 이어졌다. 지금까지 둘 사이에 얽히고 설켰던 실은 오해가 풀리는 동시에 느슨해졌다. 시오리는 오랫동안 자신을 얽매였던 가족의 굴레에서 마침내 벗어난다. 아버지와의 관계회복과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게 된다. 히미코가 마지막으로 딸에게 마음을 표현한 이 장면은 누군가를 용서하기까지 여정을 보여준다. 잇신 감독의 인간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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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드 히미코>는 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을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사오리를 통해 성 소수자들에 대한 보편적인 생각을 보여주고 그녀가 변화하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서서히 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의 편견을 깨뜨리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이해를 무조건 강요하지 않는다. 낯설고 생소한 게이들의 모습을 친근하게 보여주면서 이들의 삶에 천천히 스며들도록 이끈다. 히미코의 집은 성 소수자들에게 가장 안전한 보금자리이다. 지독하게 외로웠던 사람들이 세상의 모진 시선을 피해 서로의 외로움을 보듬으면서 그 공간을 따뜻한 공기로 채운다.

 

현대사회에는 더 많은 시오리가 존재한다. 극 중, 사오리의 인식이 변한 것처럼 이들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아버지의 임종 후, 메종 드 히미코에 가지 않던 사오리는 결국 ‘집’으로 돌아간다. 언제나 그녀를 따스하게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현재에도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감독은 일종의 주문을 걸고 싶은 것이다. 손녀를 그리워하는 루비의 바램처럼, 시오리가 돌아오길 원하는 메종 드 히미코의 사람들처럼, 감독은 혐오가 가득한 이 사회를 아름답고 순수하게 바꾸고 싶은 바람을 담아 외친다.

 

‘서로가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기를, 피키피키 피키!’

 

 

[이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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