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기억으로 살아간다 - 도서 '그는 금빛날개를 타고 갔다'

떠났지만 여전히 살아있음을
글 입력 2023.12.2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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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않으면 어느새 보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를 가득 채우게 된다. 그 그리움에 무뎌지는 것 같다가도 금세 떠오르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 마음이 울렁이기도 하다. 보고 싶은 마음을 가득 품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게 되면 또 한 번의 사랑에 빠지는 것 같다.

 

필자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지금, 세상에 없다. 아픈 몸으로 눈을 감고 시간을 보내던 내 사랑하는 사람은 90이 넘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 소식을 들은 그 날은 경사에 초청받아 가던 날이었고, 울음소리에 잠에 깨어 들은 이 소식에 며칠 내내 울기만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그 슬픔, 허무함,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작스럽게 가득 차는 그리움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필자에게 해결할 수 없는 공허함을 가져다 준다.

 

하물며 평생을 사랑해 온 사람이 영영 떠나버린다면, 그것은 엄청난 고통을 동반해 평생을 그 사람을 그리워 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위안을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나의 기억 속에 그 사람이 살아있기에 완전한 이별은 아니라는 것이다. 남겨진 사람들은 그렇게 떠나간 사람을 기억하며 함께 살아간다.

 

 

그는금빛날개를타고-앞표지.jpg

 

 

<그는 금빛날개를 타고 갔다>는 배우자를 잃은 작가가 남편을 기억하고자 쓴 책이다. 그래서 본래 '이기숙' 작가 한 명으로 기재가 되어야 하지만, 그들의 삶은 결코 혼자 써나갈 수 없었기에, 그들의 기억은 '임정태' 작가 또한 있어야 존재할 수 있었기에 작가는 두 명으로 기재되어 있다. 책의 말미에 적힌 작가 소개는 다음과 같다.

 

 

이 부부는 1950년생 동갑으로 1975년 결혼하였다.

행복하게 살다가 2022년 12월 임정태가 먼저 사망하였다.

 

이 책은 남편 임정태의 삶을 정리함과 동시 그를 추모하는 글로, 아내 이기숙이 적었다. 자녀와 손자들이 그를 오래오래 기억하기를 바라며.

 

 

필자는 책을 접할 때 항상 앞표지와 뒷표지를 먼저 보는 습관이 있는데, 앞표지에는 사랑하는 남편의 웃는 얼굴을, 뒷표지에는 '이 책은 다음에 나랑 같이 화장되면 될 것이다.'라는 문구를 적어놓음에 매우 인상깊었다. 꼭, '사랑해'라는 말이 없어도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고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모습은 다양하게 보여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자체가 그리움이고 사랑이라는 사실을 표지를 보면서 어렴풋이 느꼈다.

 

책의 내용은 어렵지 않다. 1부는 남편이 떠나가는 과정을, 2부는 남편의 72년 3개월의 삶을, 3부는 남편의 죽음 이후를 그려냈다. 글은 짧막한 글들이 많아 읽기 쉬웠으며, 작가는 글이 길지 않기에 오히려 다양한 사념을 담을 수 있었다고 표현하기에 그 문장 속에 담긴 작가의 생각을 쫓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중간 중간 부부가 함께 한 추억의 사진들이 몇 장 삽입되어 있어서 이 부부가 살아온 50여년의 세월을 독자로서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띈 점은, 작가 이기숙이 이 책을 집필한 이유와 아내 이기숙이 남편 임정태를 바라보는 모습이 자주 언급되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쓰지 않으면

그를 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와의 삶을 온전히 기억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도 위안을 받고 싶었다

 

 

아내 이기숙은 남편 임정태의 임종일에 대해서 '2022년 12월 8일, 그는 갑자기 (질병으로) 사망하여 우리를 놀래키었다.' 라고 표현했다. '놀래키었다'라는 문구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보면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는 표현일텐데, 남편의 죽음에 대해 그 문구를 작성할 수 있을 때까지 아내는 얼마나 많은 슬픔 속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을지 가슴이 저려왔다.

 

<그는 금빛날개를 타고 갔다>를 읽으며 떠나간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죽음은 그저 죽음이라고 생각해 온 필자에게 '금빛날개를 타고 갔다'라는 표현은 낯설었다. 그러나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웃는 얼굴로 금빛날개를 타고서 어딘가를 떠나갔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볼 수 있었고, 그것은 필자로 하여금 매우 큰 위로를 주었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감정에 책을 완독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다 읽은 후 느끼는 감정은 그 무엇보다도 편안했다.

 

또한 필자는 그들을 기억하는 방법으로 그들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마음을 책으로 집필해낼 수 있었던 작가 이기숙의 용기와 사랑이 인간적으로 매우 존경스러웠다. 수없이 흘렸을 눈물에도 사랑하는 남편을 기억하고자 남편이 떠나간 지 100일이 지난 즈음부터 300일까지 천천히 추억을 회상하고, 그의 삶을 떠올리고, 일상생활을 했을 아내가 너무나도 존경스러웠다.

 

이 책은 비단 작가들과 그들의 가족에게만 소중한 책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기억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과 '그리움'을 '기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 그럼에도 '살아갈 수 있는 용기', '떠나보낼 수 있는 용기', '떠올릴 수 있는 용기'를 건넨다. 그것은 단순한 감정적 위로나 현실적인 이성적 조언보다도 더욱 큰 힘일 것이다. 남은 이들이 서로에게 뜨거운 눈물을 공유해가며 미래를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떠나간 이들이 가장 바라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금빛날개를 타고 갔다>를 읽으며 사랑하지만 떠나간 사람들이 하늘에서 금빛으로 빛나길 간절하게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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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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