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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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는 많은 사람이 손꼽는 롤모델이다. 유년시절의 아픔을 딛고 우연히 방송을 접한 후, <오프라 윈프리 쇼>를 진행하며 토크쇼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세기의 위대한 인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히며 전 세계적으로 이름만 들으면 아는 인물로 거듭났다.
나 또한 학창 시절, 롤모델을 적으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매번 적던 이름이었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세상에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그녀에게 감명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나운서를 꿈꾸던 학창 시절, 오프라 윈프리를 보며 막연하게 내 이름을 건 토크쇼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울리던 오프라 윈프리의 이야기는 성인이 되고 일상을 바쁘게 지내면서 서서히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다. 매번 롤모델 빈칸에 적던 이름이 무색하게도 말이다. 오프라 윈프리의 에세이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 출간 10주년 기념으로 출간되었다고 했을 때, 그녀의 모습을 보며 꿈을 꾸던 학창시절의 모습이 선연하게 떠올랐다.
책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은 오프라 윈프리가 토크쇼를 진행하며 만난 영화 평론가 진 시스켈에게 받은 ‘당신이 확실하게 아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이 질문을 들은 그녀는 상당히 당황했고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 후, 그 질문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을 주제로 칼럼을 연재했고 이를 기쁨, 회생력, 교감, 가능성, 경회, 명확함, 힘, 그리고 출간 10주년을 기념해 ‘마음 씀’ 키워드를 추가해 자전적 에세이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을 출간했다.
하지만, 나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삶에 존재하는 가장 거대하고 가치있는 도전 중의 하나라는 것을 확실히 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내 모습을 가지게 한 씨앗이 언제, 어떻게 뿌려졌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 씨앗을 바꿔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우리가 사는 이 우주에는 반박할 수 없는 법칙이 하나 있다. 우리는 각각 자신의 삶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 p.59
애착유형은 부모나 친구, 연인 등 자신과 친밀한 정서적 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생후 1년간 부모와의 애착관계에서 생성된다고 한다.
애착유형의 중요성을 크게 깨닫게 된 계기는 연인과의 관계에서 이 애착유형이 크게 발현된다는 것을 알고 난 후였다. 연인 관계를 경험하다 보면 무의식 중에 어렸을 때 애착 경험이 나온다고 한다. 부모 외에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는 상대가 생기게 되면서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많이 보았다. 상대방에게 하는 행동의 이유를 자신도 몰랐을 때, 친구가 말한 이 애착유형 덕분에 근본적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오프라 윈프리가 말한 것처럼 지금 나의 모습이 어떻게 만들게 된 건지 알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 내 씨앗을 살펴보면서 성숙하게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삶이라는 캔버스는 매일 우리가 겪는 경험과 행동, 반응과 감정으로 채워지며, 그 붓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우리가 모두 자신의 인생을 그리는 예술가이며, 원하는 만큼 다채로운 색깔로 한껏 붓질할 수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그것은 내 삶의 크나큰 발견이 되었을 것이다. - p.69
이 책을 읽는 도중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감상했다. 두 작품은 독자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오프라 윈프리는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은 이런 건데, 당신은 어떤 것을 확실히 아냐‘고 물으며 미야자키 하야오는 ’나는 이렇게 살아왔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살 것이냐‘고 질문한다.
자전적인 에세이, 영화 등 한 사람의 삶이 담긴 작품은 수많은 타인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이야기를 접한 그 순간이 아니더라도, 인생의 어느 순간을 겪을 때 잠재된 기억 조각이 ‘이 사람도 너와 같은 상황인 적이 있었어. 그러니,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라며 내면에서 목소리를 낸다.
무수한 정보 속에서 내가 맘에 드는 이야기를 채집하고 마음 속에 간직해야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좋은 책은 좋은 책을 부른다. 책은 한 권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의 삶이 엮이고 엉키듯 책도 얽히고설킨다. 삶과 삶도 그렇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다른 세계의 황금 무덤 입구에는 ‘나를 배우는 자는 모두 죽는다’는 구절이 적혀있다. 세계의 진실을 깨우친 자는 이전의 자신에게 죽음을 고하고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을 탐구하면서 삶의 진실을 깨닫고 삶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리를 이야기한다.
스스로 물어보자. 나의 의도가 어떻게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경험을 낳은 것일까? 내가 의도를 바꾼다면, 다른 어떠한 결과를 창조하게 될까?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선택을 한다면 당신이 의도한 바로 그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 p.154
수많은 사건과 기억이 모여 인생을 만든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 모일 때, 삶을 주체적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오프라 윈프리의 외침처럼 삶은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손에 넣을 수 있다.
[이정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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