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낭만을 벗겨낸 꿈에 대해 - The Color Spot : 꿈속의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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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단어를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니 신기하다.
굼은 굼뜬 느낌, 끔은 단호한 느낌, 금은 현실에 닿은 느낌, 단어가 어떤 느낌을 연상시킨다고 했을 때, 꿈은 붕 떠 있는 느낌을 준다.
뜻이 다른 두 가지 꿈에 대한 전시는 역시나 그 모호함을 다룬다. 휘황한 색깔이 겹쳐진 몽환적인 유리 조각, 우주를 떠다니는 여자, 사막의 선인장, 그런 이미지들은 지나치게 익숙하고, 이제 도저히 새롭지 않다.
그래서인지 내가 이번 전시에서 집중하게 되는 건 ‘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종종 소외되는 ‘현실’에 대한 감각들이다.
전시는 꿈으로의 입장, 꿈에서의 걸음,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는 과정 전반을 보여준다.
우주, 사막, 혼란의 이미지 보다 눈에 띈 이미지는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들이다.
나의 그림자
문준용 작가의 작품, ‘나의 그림자’는 그림자와 증강현실을 접목했다. 여러 빌딩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방에 불이 켜졌다, 꺼지고, 사람들이 지나갔다가 사라진다.
꿈의 세계와 도시를 접목한 이 작품은 현실에서 이어지는 꿈의 잔재를 보여주는 듯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잠>은 꿈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들을 그린다. 꿈에서 새로운 세계를 짓고 소통하기도 하고, 꿈을 통해 과거를 항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꿈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기껏 현실에서 겪고, 본 어떤 것을 극단적으로 해석해 다시 한번 경험할 뿐이다. 우리는 우리 이외의 것들을 꿈꿀 수 없다.
또 다른 꿈 또한 마찬가지다. 대통령을 꿈꿨던 어린이는 자라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결코 될 수 없는 것을 점칠 수 있게 되었고, 허황한 꿈은 멀찍이 떨어뜨려 두고 지낸다.
아이는 “꿈은 필수”라는 어른들의 말은 버리지 못한 채 “꿈을 위한 꿈”을 억지로 지어내 꿈이 있는 척 군다.
꿈은 억압이기도 하다. 자유, 몽환, 낭만과는 꽤 먼 이야기. 이 작품에서는 그런 꿈을 보인다.
하루의 시작
또 다른 작품, ‘하루의 시작’은 서로 다른 아름다운 아침의 풍경을 담았다.
꿈이 깨어난 현실, 아침에 가장 처음 마주하는 게 아름다운 구름이다. 아름다운 풍경은 오늘의 위안이다. 꿈에서 빗겨 난 현실은 생각보다 지독하고, 무채색일지라도, 꿈과 가장 가까이 닿은 아침의 풍경은 이토록 다채롭다.
두 가지 꿈이란 단어에 회의적인 내가 본 본 전시는 역시나 뻔한 이미지의 남발이었다. 하지만 그 너머에 꿈에서 깨어난 오늘을 담았다는 점에서 새롭다.
낭만과 환상을 걷어낸 하루치의 삶을 보여줬기에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다.
[최유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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