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탄의 시대에 추억의 등장이라 [문화 전반]

포켓몬빵의 인기로 보는 코로나19 상황과 추억에 대하여
글 입력 2022.03.0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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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해진 '빵계'에 긴장감을 주는 '포켓몬빵'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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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을 하나 꼽자면, '포켓몬빵'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판매되고 있는 매장은 물론이고, SNS에서도 포켓몬빵을 구매했다는 인증을 위해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포켓몬빵이란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주인공들을 주요 캐릭터로 내세운 빵이다. 다른 브랜드와 특별히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 빵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유는 빵 그 자체가 아닌, 따라오는 부속물에 있었다. 띠었다 부쳤다(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일명 '띠부띠부씰'은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포켓몬들을 모델로 한 스티커이다. 바로, 이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빵을 사는 사람들로 인해서 포켓몬빵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얼핏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포켓몬빵의 위력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화제성만을 갖고 간 것이 아니라, 이 빵을 출시한 SPC삼립에도 큰 이익을 가져다준 것이다. 출시 일주일 만에 판매량은 150만 개를 넘어섰고, 이것은 동일 회사의 다른 제품 판매량의 6배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회사의 주식 또한 크게 올랐다는 소식을 전했다. 포켓몬빵을 해시태그로 한 SNS의 게시글은 현재(3월 4일 기준) 1만 개가 훌쩍 넘은 상황이다.

 

 

 

화제의 중심, 그 이유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포켓몬빵이 출시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24년 전, 1998년에 처음 출시된 제품이다. 2006년에 단종되었지만, 그전까지도 포켓몬빵의 인기는 대단했다. 포켓몬빵을 만든 SPC삼립도 언급한 바 있지만, 포켓몬빵은 단종된 이후에도 재출시를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한 소비자들의 문의에 힘입어 다시 한번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중고신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포켓몬빵은 MZ세대(1980~2000년생)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한 번 겪어본 사람들이 또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포켓몬빵을 직접 구매한 MZ세대는 자연스레 단종되기 이전, 이들이 어렸을 때를 떠올리고 있다. 빵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회상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빵을 먹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먹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포켓몬빵의 인기에는 '추억'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가 힘든 사람들의 유일한 선택지, 과거


 

사실 추억이라는 요소가 호황을 맞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추억을 이용한 레트로 혹은 복고 마케팅의 유행은 '어떠한 상황'과 맞물려 있는데, 이것이 바로 코로나1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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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는 과거에 많은 인기를 끌었던 제품을 다시 내놓았으며, 과거에 없던 제품이라도 일명 레트로라는 콘셉트를 이용하여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TV프로그램에서도 추억 요소가 쓰이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놀면 뭐하니?'에서 인기를 끌었던 싹쓰리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포켓몬빵의 인기와 성공은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추억은 코로나19와 맞물려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 현재는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기에 극복을 위한 행복함은 현재에서 찾을 수 없다. 또한, 우리가 겪어보지 않았기에 미래에서 찾을 수도 없다. 결국 우리가 고를 수 있는 행복함의 원천은 과거뿐이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연스레 과거에서 행복함을 찾게 되고, 이 행복함의 요소는 '추억'이 된다.

 

 

 

과거를 추억으로 만드는 므두셀라(Methuselah Syndrome)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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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모든 과거가 행복하지는 않다. 분명히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가장 힘들었던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떠올리는 과거가 행복한 것은 므두셀라 증후군으로 설명될 수 있다.

 

므두셀라 증후군이란 과거에 있었던 일 중 좋은 일만 기억하며, 과거를 그저 아름다운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현재가 그 어느 때보다 불행한 상황이라면, 과거는 더욱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작은 요소들은 실제 우리가 과거에 느꼈었던 행복감에 비해 크게 느껴지게 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MZ세대는 이미 1990~2000년대에 포켓몬빵을 사고, 띠부띠부씰을 모으면서 작은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이 행복감은 불행함이 가득한 현재,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포켓몬빵이 출시와 동시에 성공으로 이어진 주요한 이유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미래를 위한 과거, 극복을 위한 추억


 

이렇게 추억을 선택하는 것은 자칫 현실을 도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현실의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고 지나온 과거에만 안주하는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선택한 추억은 도피 하기 위함이 아니라, 극복 하기 위함이다.

 

앞서 말했듯이 현재는 불행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출은 제한적이고, 뉴스에서는 사람들의 경제난을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코로나로 인한 우울함과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해결책은 코로나19가 없어지는 것이지만, 개인이 코로나19 상황을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깊은 우울에 빠지지 않도록 우울감을 극복하는 일뿐이다.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저 작은 즐거움, 작은 재미만 있어도 극복에 많은 도움을 준다. 위에서부터 이어온 내용으로 추측하기를, 포켓몬빵 또한 불행함을 극복하기 위한 작은 즐거움이다.

 

사람들은 포켓몬빵의 띠부띠부씰을 모으기 위해 방 안에만 있던 몸을 일으켜 집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 포켓몬빵을 마주하면서부터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은 분명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직접 구매한 포켓몬빵을 통해 사람들과 추억을 이야기하며, 그 추억 속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이 즐거움은 현재의 불행함을 잠시 잊고, 앞으로 나가기 위한 원동력이 된다. 즉, 과거의 추억은 극복을 통해 미래로 나가기 위한 것이다.

 

지금은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어떤 전문가는 코로나19가 2024년은 되어야 완벽히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또 어떤 전문가는 완전히 사라지는 게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시기에 개인은 더욱 스스로를 챙겨야 한다. 현재에서 오는 우울함을 견디기 위해 말이다. 그렇기에 이런 포켓몬빵과 같은 작은 재미를 더 확실히 즐길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극복할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김예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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