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더 넓은 세상으로 - 루카 [영화]

물 밖으로 나오세요
글 입력 2022.03.04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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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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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 ‘코코’에서는 멕시코를 배경으로, 작년에 나온 영화 ‘엔칸토 : 마법의 세계’는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 ‘루카’는 이탈리아가 배경인 영화다. 이탈리아 북부 제노바만 지역의 해안가를 배경으로 하며 바다와 섬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여준다.

 

바닷속에서 살고 있는 바다 생명체 ‘루카’가 육지로 가면서 사건들이 전개된다. ‘루카’와 같은 생명체들은 인간들에게 속히 ‘바다괴물’이라고 불렸으며 사냥의 대상이다. 그래서 ‘루카’의 가족들은 ‘루카’가 바다 밖으로 나가는 걸 막고 물고기를 키우는 일을 시킨다.

 

하지만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에게 하지 말라는 말은 오히려 더 부추기기 딱 좋다. 우연히 인간들이 배에서 흘린 물건들은 모으는 ‘알베르토’를 따라 육지에 첫 발을 밟고 처음으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자 육지에 대한 갈망은 더 커져간다.

 

 

 

공간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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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가 ‘알베르토’를 따라 바다를 나오면서 공간의 확장은 시작된다. 바다에서 섬으로, 섬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도시로 주인공들이 성장하면서 그에 따른 공간도 확장된다.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책 ‘데미안’에 나오는 글이다. 영화 ‘루카’는 공간이 확장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세계를 깨는 과정의 연속이다.

 

지구의 약 70%가 바다라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루카’는 가장 작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사람들을 피해 물고기를 키우고 집에 돌아온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다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하지만 ‘알베르토’를 만나고 처음으로 육지를 밟아봤으며, 인간으로 변한 후 처음으로 직립보행을 해봤다.

 

또 더 큰 용기로 섬에서 떠나 마을로 향했으며 좋은 친구 ‘줄리아’를 만났다. 나중에는 ‘줄리아’의 도움으로 도시 ‘제노바’로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난다. 알을 깨는 과정은 비단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다. ‘루카’와 ‘알베르토’는 상호적으로 서로의 알을, 세계를 깼다. 그리고 더 큰 세계로 나아갔다.

 

알을 깨고 나온 새가 처음으로 맞은 세계에서 첫 비행을 하듯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걸음마를 떼고, 파스타를 먹는다.

 

 

 

꿈의 베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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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궁극적으로 알을 깨는 이유는 꿈이다. 영화에는 대표적으로 꿈을 상징하는 ‘베스파’가 등장한다. ‘알베르토’가 지내는 집에 붙어있는 포스터엔 스쿠터 ‘베스파’가 있다. 아직 넓은 곳으로 떠나 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베스파’는 아주 매력적인 꿈이다. ‘베스파’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자유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베스파’는 ‘루카’와 ‘알베르토’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또 ‘줄리아’와 이탈리아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마지막 ‘루카’가 ‘제노바’로 떠날 때는 ‘베스파’가 아닌 열차를 타고 떠난다. ‘베스파’보다 훨씬 빠르고 큰 열차다. ‘베스파’에 대한 꿈은 더 큰 꿈으로 커져간 것이다.

 

 

 

변하지 않는 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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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친구 관계에 대한 성장도 등장한다. 친구 없이 지낸 ‘루카’와 ‘알베르토’는 서로를 너무 좋아했다. 서로의 알을 깨주며 성장해왔기 때문에 ‘알베르토’는 중간에 낀 ‘줄리아’에게 질투를 느꼈다. 결국 ‘루카’와 ‘알베르토’는 싸우고 ‘알베르토’는 마을을 떠난다. ‘루카’는 ‘알베르토’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찾아간다. 그리고 ‘알베르토’가 보여줬던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중력’을 보여준다.

 

‘중력’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건 과학적으로 자연의 이치이자 법이다. 이들의 관계도 ‘중력’과 같다는 것일까? ‘중력’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 ‘알베르토’가 했던 장난을 똑같이 함으로써 사과를 강하게 표현한 것이고, 두 번째는 ‘중력’처럼 변함없는 친구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백이진’이 면접을 볼 때 세상이 변해도 변하진 않는 건 ‘중력’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우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뉴턴의 사과가 항상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듯 이들의 우정도 변하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원더'와 '루카'의 헬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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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 정보를 찾아봤을 때 ‘루카’ 목소리를 맡은 배우가 영화 ‘원더’에서 ‘어기’ 역할을 맡았다는 걸 알았다. ‘루카’가 대회에서 수영을 할 때 물을 몸에서 차단시키기 위해 잠수복을 입고 헬멧을 쓴다. 이 장면이 ‘원더’에서 ‘어기’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감추기 위해 헬멧을 쓰고 다니는 게 생각났다. 이들은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방어를 했다. 하지만 우정으로, 사랑으로, 용기로 방어막을 던지고 당당히 자신의 정체를 보여줬다.

 

‘루카’는 자전거 경기를 하는 중 비가 와서 비를 피해 더 나아가지 못했다. 비를 맞으면 바다 생명체로 변해 사람들의 질타를 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알베르토’는 그런 ‘루카’에게 우산을 가져다주다가 넘어져 비를 맞아 정체를 들켰고 그를 구하기 위해 ‘루카’는 과감히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중력’으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듯 자전거를 탄 ‘루카’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비를 맞은 이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으로 자전거를 타며 마을 아래로 내려왔다. ‘어기’가 헬멧을 벗고 학교 강당에 당당히 서듯 ‘루카’와 ‘알베르토’는 당당히 대회에서 우승했다.

 

 

 

글을 마치며


 

바다 생명체와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삶. 서로 이해하고 맞춰가는 삶. 다르다고 서로 헐뜯는 지금 시대에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생각했다. 세상에는 당당히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소수자들이 많다. 망설이던 ‘루카’의 손을 잡아 육지로 끌어올린 ‘알베르토’처럼, 마을 사람들이 창을 들고 ‘루카’와 ‘알베르토’를 공격할 때 이들의 손을 잡아준 ‘줄리아’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손을 잡아야 한다.

 

더 넓은 세상으로의 확장을 위해.

 

 

[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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