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토니오 가우디의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 [건축]

집 내부까지 신경 쓴 건축가
글 입력 2022.02.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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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가우디 (Antoni Gaudi)


에스파냐(현 스페인)의 건축가이며 아르누보의 미를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고 표현했다. 그는 오늘 살펴볼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외에도 사그라다 성당, 구엘 공원 등의 걸작을 남겼다.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본국의 대표 관광지인데, 가우디의 건축물이 바르셀로나 전체를 대표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며 거의 스페인을 관광으로 먹여살리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여행한다면 스페인의 건축이 아니라 가우디의 건축을 보러 왔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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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기에 앞서 아르누보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아르누보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유행한 예술 양식이다. 18세기 이후, 그리고 19세기에 본격적으로 산업혁명의 산물로서 공장식 제품이 등장하고 사람들은 이에 회의감을 느끼기 사작한다. 이에 수공예적인 느낌을 살리고 기계로 표현하기 힘든 곡선적 미를 드러내고자 다음과 같은 예술이 세계적으로 퍼지게 되었다.

 

아르누보의 하위 개념 혹은 분리되어 발생한 예술 사조로 유겐트슈틸, 빈 양식 등이 있지만 이것을 그저 아르누보의 또 다른 양식일 뿐이라 치부하는 사람도 있다. 가우디 역시 아르누보의 영향을 받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결합하여 사랑받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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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이는 이 건물은 진정한 아르누보 형식의 최초라 할 수 있겠다. 아르누보는 유럽 여러 곳과 북남미까지 세계적으로 뻗어나갔지만 특히 벨기에나 프랑스에서 크게 번영하였다. 아르누보의 대표격 작가 알폰스 무하도 파리에서 벨 에포크 시대를 이끌어 나갔다. 타셀 호텔은 벨기에 브뤼셀에 있으며 당시 예술의 중심지 파리에서도 아르누보 양식을 꽤 엿볼 수 있다. 아까 언급했듯 가우디의 예술적 표현을 그저 에스파냐에서 피어난 또 다른 아르누보에 불과하다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지나치게 천재적인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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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는 스페인어로 집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카사 바트요는 '바트요의 집'이고 카사 밀라는 '밀라의 집'인 것이다. 카사 바트요는 직물업자 바트요를 위해 지은 저택으로, 오늘 살펴볼 카사 밀라와 그라시아 거리에서 마주보고 있다. 관광할 기회가 생긴다면 두 건물 중 한 건물만 방문하는 아쉬운 일은 없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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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누보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자면, 어찌되었건 그가 아르누보의 곡선적인 아름다움과 표현 방법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힘들다. 곡선 건축의 대가라고 불리는 가우디를 아르누보의 틀에 굳이 집어넣으려 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곡선 건축의 대가라고 불리는 그답게, 카사 바트요의 외관도 곡선이 돋보인다. 내부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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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는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괴테의 자연론을 토대로 곡선 건축에 초점을 두었고, 건축물도 자연의 방식 그대로 설계하였다. 중력을 거스르는 자연(예컨대 아랫가지가 더 굵고 윗가지가 얇은 나무)처럼 자연의 형태를 본따 만든 가우디의 건축물과 공간은 마치 동굴이나 숲과 같이 자연 속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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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바트요를 볼 때 주의할 점은 볕이 쨍쨍한 대낮에 가지 말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카사 바트요는 바다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바다를 형상화한 건물이다. 외벽이 색유리와 다채색의 타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빛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볼 수 있는 모습이 확연히 달라지며 하지만 햇살이 너무 강하면 눈이 부셔 건물을 자세히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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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바트요는 산 조르디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오래 전 한 마을에 독을 내뿜는 용이 있었으며 주민들은 용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한 사람을 재물로 바치고자 했다. 공주가 재물로 선택되었고 용에게 바치기 직전 산 조르디가 용을 칼로 베어 공주를 구했다. 용이 몸에서 나온 피가 빨간 장미가 되었고 조르디는 그 꽃을 공주에게 선물했다. 지금까지도 스페인에서는 산 조르디의 날이 있으며 이 날이 되면 길거리가 빨간 장미로 물든다고 한다. 카사 바트요의 창에도 빨간 장미가 가득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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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의 집' 카사 밀라, 당시 가우디의 작품에 매료되었던 사업가 페레 밀라의 의뢰로 만들어진 작품이고 카사 바트요와 마주보고 있다. 카사 바트요가 바다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면 카사 밀라는 산 모양을 본떴다. 정확히는 몬세라트 산에서 영감을 받았다. 뾰족하게 이어진 산을 형상화하여 건물의 꼭대기 모습을 만들었다.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된 이 건물은 당시 중산층 아파트로 지어졌으며 현재도 사람이 거주하고 있다. 겉모습은 전혀 실용성이 없어 보이지만 내부에 엘리베이터와 냉난방 시스템도 모두 갖춰져 있다. 당시 가우디의 작품에 매료되었던 사업가 페레 밀라의 의뢰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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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내려다 본 카사 밀라도 마치 자연 혹은 적어도 공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진처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 마치 커다란 바위나 암벽처럼 보인다고 ‘라 페드레라(La Pedrera·채석장)’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건물이 주는 자연적 느낌과 곡선적 심미성 때문에 가우디를 사랑하는 사람이 참 많은 듯하다. 물론 카사 밀라가 지어질 당시에는 "이게 집이냐" 하는 비난을 받기도 했고 돌로 지어져 콘크리트가 등장하고부터 방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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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는 "직선은 인간, 곡선은 신에게 속한다." 고 말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한 가우디는 현재 많은 바르셀로나 방문객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르네상스의 과학적 원근법이 만들어지기 이전까지 소실점, 직선 등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다. 직선은 어찌 보면 인간의 발명인 것이다. 가우디는 그러한 직선, 지나치게 완벽하거나 형식적이고 권위가 느껴지는 작품이 아닌 자연적이며 본래 존재한 것이라 믿는 곡선, 그것을 신의 영역이라 칭하고 이에 도전하려던 것 혹은 그것을 실현시키려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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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바로 아래층인 6층 다락 공간은 ‘에스파이 가우디(Espai Gaudi)’라고 불린다. 이곳은 마치 작은 가우디 박물관처럼 이루어져 있다. 그의 건축물 평면도나 설계도가 전시되어 있고, 간단한 영상물이 상영되기도 한다. 이 공간은 단순히 카사 밀라만 소개하지 않고 가우디의 카사 바트요, 구엘 공원, 파밀리아 성당 등 다른 건축물도 포함되어 있다.


카사 밀라 6층에는 이런 공간도 있다고 하니, 가우디의 건물 중 한 곳만 방문해야 한다면 이 곳을 선택하는 건 어떤가?

 

 

[구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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