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일까?
각자의 우선순위는 다르겠지만, 아마 많은 이들이 몰입감을 꼽지 않을까 싶다. 혼자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 몰입되는 순간이 오면 마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쓴 것처럼 주위에 잡음들은 없어지고, 세상에 나와 그 영화만이 있는 진공 상태에 떠다니는 느낌이다.
![[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사진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202/20220210174009_vvwevcay.jpg)
<어나더 라운드>. 술 한 잔 돌리라는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필자가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 중 그런 몰입감을 선사한 첫 번째 작품이었다. <어나더 라운드>는 그런 순간이 몇 번이나 존재했다(2번째 실험을 하기 전 함께 피아노곡을 듣는 장면이라거나, 아내와 문자를 주고받는 결말 부의 장면들).
오늘은 이런 뛰어난 몰입감을 보여준 <어나더 라운드>에 대해 소개할까 한다. 한잔하면서 보면 좋을 영화 <어나더 라운드>, 술알못 필자가 부릅니다 “아 칵테일 바 가서 술이나 한잔할까.
중요한 순간들
![[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사진3.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202/20220210174146_xzftpthi.jpg)
좋은 영화엔 항상 적절한 유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엔 그런 여유와 유머가 나오는 장면이 많았다. 하나를 꼽자면 니콜라이가 영화 초반, 자신의 아이가 자다가 오줌을 싸자 타박을 하는 장면. 그런데 정작 본인이 만취 실험 이후, 똑같이 침대에 오줌을 싸는 장면이 나온다. 술을 먹으면, 마치 아이라도 된 것 마냥 자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반부와 후반부 총 두 번의 오줌 장면의 대비가 유머 있으면서도 멋들어지게 표현된다.
진지한 장면도 하나 꼽아보자. 영화 결말, 자신을 떠난 아내와 식당에서 문자를 주고받는 주인공 마틴. 함께 실험에 참여한, 절친 톰뮈의 장례식 이후 식사 자리에서 아내에게 보고 싶다는 문자를 받는다. 톰뮈가 우리 둘의 관계를 응원하는 것만 같다는 말을 아내에게 전할 때, 그 순간 마틴을 연기한 매즈 미켈슨의 눈빛 연기가 정말 일품이다. 그림자가 진 곳에서 벽에 기대어 아내의 답장을 기다리던 매즈 미켈슨의 그 흔들리는 시선이 필자를 오랫동안 스크린에 머물게 했다.
연출과 주제 의식
촬영이나 연출적인 면도 인상적이었다.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의 전작 <더 헌트>에서도 드러나는 특징인데 정적이고 컷신이 많지 않으며 굉장히 심도 깊은 카메라를 사용한다. 그래서 인물의 얼굴이 아주 잘 보이고, 그 내면에 깊게 다가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친구의 생일기념 식사 자리에 가서 우울해하고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얼굴을 화면 가득 보여주는 식으로 말이다.
또 문자나, 텍스트를 검은 화면에 흰 글씨로 표현하는 부분 역시 흥미로웠다. 알코올 농도나 자신들의 술 관련 실험 텍스트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 가시적으로도 보기 좋았을 뿐 아니라 관객도 그 실험에 참여하는 느낌을 준다. 텍스트에 때로 감정이 실려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표현 방식은 그 감정을 절제하는 것만 같이 연출되어 더 몰입감 있게 다가왔다.
![[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사진4.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202/20220210174230_gusrvkwp.jpg)
빈터베르 감독은 어나더 라운드를 ‘통제할 수 없는 것에 깃든 선량함’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시간의 흐름, 사랑 그리고 술 같은 것들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런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은 그 때문인지 무척 불안하지만, 한편으론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그런 이성에 대해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곤 한다. 그래서 남들과 비교해가며 스스로의 위치나 처지에 대해 지나치게 생각하며 자기 연민에 빠지기 일쑤다. 그런 자기연민에 빠질 때, 술이나 사랑 같은 통제하기 어려운 것들이 역설적으로 행복감과 이겨낼 힘을 줄 수 있다는, 그런 메시지가 <어나더 라운드> 곳곳에 배어 있었다.
뛰어난 음악과 연기
일단 주제곡 ‘What a life’를 설명 안 할 수 없겠다. 영화 도입부와 마무리에 사용된 음악이다. 덴마크의 3인조 그룹 스칼렛 플레져의 곡으로, 매즈 미켈슨의 딸이 스칼렛 플레져 멤버인 에밀과 학창 시절 친구였다고 한다. 그래서 에밀이 술 취했을 때 메즈 미켈슨이 종종 차로 집까지 데려다줬다고 하는 훈훈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흥미롭다. (*스칼렛 플레져에 관심이 생긴다면 ‘Deja vu’라는 곡을 들어보자)
그리고 영화 중반부 등장한 피아노곡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 F 단조’ 역시 마음에 울림이 있었다. 연주한 사람은 헤르포르트라는 덴마크 피아니스트다. 영화에선 헤르포르트는 술에 취하지도 취하지 않지도 않은 상태로 연주해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는 언급이 있다. 실제로 그 음악을 들으면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안에서 요동치게 된다.
![[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사진 5.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202/20220210174354_gntnrboe.jpg)
작중 톰뮈를 연기한 토마스 보 라센 배우도 꼭 언급하고 싶다. 사실상 그는 빈터베르그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실제로도 절친이라는 둘은 <가장 위대한 영웅들>, <셀레브레이션>, <디어 웬디>, <더 헌트>, <어나더 라운드>까지 여러 영화를 함께해왔다.
<어나더 라운드>에선 주름살 많고 약간은 까칠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속은 따뜻한 체육 교사 역할을 맡았다. 마틴에게 아니카와 다시 잘해보라며 응원의 말을 건네는 장면, 자신의 개와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의 연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감독의 출세작 도그마 95의 첫 번째 작품인 <셀레브레이션>에도 약간 방탕하고 괴팍한 막내아들 포지션으로 등장한다. 95년 작이라 굉장히 뽀얀 피부에 일단 놀라게 된다. 작중 그는 아버지가 자신의 형제자매를 성적으로 학대해왔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다, 그것이 사실로 밝혀지자 완전히 감정을 터트려버리는 연기를 선보인다. <더 헌트>에서도 가장 친했던 주인공을 의심하고 괴로워하는 연기, 그리고 그가 무죄임을 알게 됐을 때 후회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함께 보면 좋을
<어나더 라운드>처럼 술에 관한 영화는 무엇이 있을까. 필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이 바로 <칵테일>과 <사이드 웨이>다.
![[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사진 6.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202/20220210174508_pmrpomly.jpg)
<칵테일>은 1988년 작품으로,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아 바텐더 연기를 한다. 다양한 종류의 칵테일이 등장하고,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바텐더 묘기를 볼 수 있다. 리즈 시절, 톰 크루즈와 엘리자베스 슈의 빛이 나는 얼굴을 넋 놓고 바라보면 순식간에 러닝타임이 흘러 있다. 스토리나 연출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이 많지 않아도, 배우들의 비주얼과 비치 보이스의 Kokomo 등 주옥같은 OST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하다.
![[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사진7.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202/20220210174543_bkfszsnl.jpg)
<사이드 웨이>는 여러모로 어나더 라운드와 비슷한 결의 영화다. <사이드 웨이>는 중년의 남자들이 와인 농장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며 겪는 이야기다. 영화는 와인과 함께 우리의 인생을 뜨겁게 예찬한다. 권태와 위기를 느끼는 중년들이 술을 소재로 뭉친다는 점에서 어나더 라운드와 많이 닮아있다. 특히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으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작품이다.
최근 <어나더 라운드>의 미국 리메이크 판권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운영하는 제작사에서 취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실제로, 디카프리오가 주인공을 맡을 예정이라고 하던데, 어떤 식의 리메이크가 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미국만의 음주 문화 그리고 배우들 면면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질까.
여하튼 우리에겐 디카프리오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보여줬던 약에 취한 연기를 종목을 바꿔서 감상할 기회겠다. 가상 캐스팅을 좀 생각해보자면, 니콜라이 역할엔 조나 힐, 톰뮈 역엔 아담 샌들러나 스티븐 카렐이 어떨까. 까칠하면서도 유머 있는 톰뮈의 역할이 그 둘에게 잘 어울릴 듯하다.
<어나더 라운드>의 새 단장을 어서 빨리 만나고 싶다. 그만큼 <어나더 라운드>가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