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가 자폐를 다루는 방식: 레인맨 [영화]

영화 <레인맨> 분석
글 입력 2022.04.0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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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신 뒤 분석글을 감상하시면

더욱 상세한 이해와 공감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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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이라는 제목을 듣고 무엇이 떠오르는가? 영화를 보기 전, 나는 여주인공이 비가 내리는 날 남자 주인공, 일명 레인맨을 만나는 로맨스 장르를 상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이 영화는 보면 볼수록 자폐를 표현한 방식에 감탄하게 된다. 자폐증을 겪는 인물이 등장하는 한국의 유명 영화 <증인>, <그것만이 내 세상>이 떠오르기도 했다. 따라서 나는 ‘자폐’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폐를 앓는 형 레이먼 역을 연기한 더스틴 호프만과 돈 부족에 시달리는 동생 찰리 역을 연기한 톰 크루즈가 그려낸 아름다운 형제애를 소개하고자 한다.

 

 


더스틴 호프만의 레이먼, 자폐의 세밀한 묘사에 감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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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를 그저 독특한 천재로만 묘사하는 작품들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자폐라는 일종의 심리적 장애는 그리 단순하게 표현될 수 없다. 전에 자폐에 관한 뇌과학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들은 결여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부분이 특히 더 발달한다. 마치 시각 장애인이 몹시 뛰어난 청각과 후각을 갖는 것처럼, 뇌에서 사회성과 관련된 특정한 부분이 기능하지 못하는 대신에 다른 기능이 각성하는 것이다.

 

남자 주인공 톰 크루즈는 화려한 필모그래피, 비주얼로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전설적인 배우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영화에서 자폐를 앓는 형 역할을 맡은 더스틴 호프만 배우에게 더 눈길이 갔다. 더스틴 호프만은 걸음걸이, 어투, 행동, 시선을 완벽히 묘사하며 자폐의 특성을 사실적으로 보여주었다. 그의 연기는 자폐를 앓으면서 겪는 한계를 너무나도 분명히 드러냈다. 같은 내용의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리거나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그의 연기가 가장 잘 부각되었다고 느꼈다. 이러한 연기는 배우 스스로가 꼼꼼히 분석하고 연구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 내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더스틴 호프만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국 영화와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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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레인맨을 보면서 두 영화가 생각이 났다. <증인>과 <그것만이 내 세상>이다. 지금 소개한 영화들은 <레인맨>과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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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증인>과의 비교이다. 두 영화는 자폐를 앓는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것이 동일하다. 그리고 두 주인공의 능력 역시 매우 유사하다. 이쑤시개의 개수를 순식간에 세어버리는 레이먼과 넥타이의 물방울무늬를 맞추는 지우는 정말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우성이 연기한 변호사와 톰 크루즈가 연기한 찰리는 자폐를 앓는 인물을 이용하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목적도 재물에 대한 욕망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퀴즈를 좋아한 지우와 다저스를 좋아하는 레이먼의 흥미를 자극해서 접근했다는 것도 같다. 이렇게 보면 두 영화가 정말 구조적으로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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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그것만이 내 세상>은 구조보다는 내용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있었는지도 몰랐던 형제와 만나고, 그 형제는 자폐를 앓고 있었으며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 두 중심인물은 많은 갈등을 겪지만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형제로 거듭난다. 하지만 <그것만이 내 세상>은 음악 요소를 접목해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는 부분이 있고, 서사적으로 더욱 전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레인맨>을 인상 깊게 봤다면 <그것만이 내 세상> 역시 꼭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영화가 전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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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은 자신만의 규칙이 명확해 강박적으로 이를 지키려고 한다. 찰리는 처음에 이런 레이먼을 이해하지 못하고 분노한다. 케이마트에서 팬티를 사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레이먼에게 진심으로 화를 내고 그를 병원에 데려가기도 한다. 그러다가 레이먼의 천재적 면모를 점차 알게 되면서 찰리는 그가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나는 깨달았다. 레이먼은 결코 도중에 천재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의 천재적 면모를 감춘 것은 다름 아닌 찰리의 편견 그 자체였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레인맨을 나타내는 복선을 찾고자 노력했다. 왜냐하면 영화의 제목은 어떤 방식으로든 주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기 때문이다. 설령 제목이 주제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될지라도 반어적 의미로 주제를 강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 초반에 찰리는 상상 친구 레인맨을 이야기한다. 숨겨진 형이 등장한 시점에서 나는 이 상상 친구의 정체가 오래전 헤어진 형이었으며,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 일종의 자기방어로 기억을 왜곡했을 것이라 예측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격적인 일은 형과 영영 이별하게 된 것 자체가 아니었을까? 예상대로 레인맨의 정체는 레이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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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I.E!”


레이먼은 위기에 처했을 때 찰리의 이름을 스펠링으로 끊어 부른다. 하지만 결말에 가까워졌을 때 찰리를 끊어 부르는 장면은 위급하지 않았다. 극도로 의존적인 상황에서 그를 부른 것이 아니라 믿음의 의미로써 찰리를 부른 것이다.

 

레이먼의 세계는 아주 좁았다. 그는 세상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비행기, 차가 많은 상황, 뜨거운 물, 비 등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찰리는 그의 세계를 바꿨다. 이제 레이먼은 케이마트는 지겹다고 농담할 줄도 알고, 하나(혼자)는 나쁘고 둘(함께)이 좋다고 말한다.

 

둘은 서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찰리는 계속해서 기꺼이 레이먼의 세계를 넓혀줄 것이다. 분명 레이먼이 당황하고 두려워하는 면모는 새로움을 맞이하는 이상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왠지 모를 확신이 들었다. 그 새로움으로 레이먼과 찰리의 인생은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출처

레인맨(1998), 베리 래빈슨 감독,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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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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