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류의 연대기(年代記)속 연대(連帶) '게티이미지 사진전 - 세상을 연결하다'

글 입력 2022.02.0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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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문화 양식에서 시각화의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비주얼 리터러시(visual literacy)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비주얼 리터러시는 시각적 메시지를 인식, 분석, 평가하고 생산하는 능력을 말한다. (Lacy,1987) 이는 문자와 마찬가지로 이미지와 영상이 읽힐 수 있으며, 그 의미가 소통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기초한다. 우리는 비주얼 리터러시를 통해 사회와 문화, 세상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통찰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생산되고 저무는 시대다. 과거에는 문자를 해득하는 문해력만이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이미지, 영상까지도 포괄해야하는 시대에 다다랐다. 미래에는 모든 사람들이 15분 동안 유명해질 것이라는 앤디워홀의 말처럼, 작금의 시대에는 10분 남짓의 영상들이 온라인을 순회하다가 알고리즘의 선택으로 인해 급부상하기도 하며 SNS에 전시되는 몇 장의 사진만으로도 셀러브리티가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현대 사회에서 문맹은 글을 못 읽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못 읽는 것이다”


- 발터 벤야민

 

 

문자 언어에 대한 애정이 큰 사람으로서 텍스트보다 숏폼과 이미지가 주로 소비되는 세태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디지털 리터러시, 비주얼 리터러시 등의 측면에서도 세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에는 그 언어만이 가장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 음악만이 들려줄 수 있는 감동, 문자만이 전달할 수 있는 아픔이 있을 것이다. 사진 역시, 그것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길게 풀어쓴 글보다 사진 한 장에 함축된 이야기가 더욱 풍성하고 크게 들리는 때가 있다.


이미지 기록과 편집이 자유로운 오늘, 어쩐지 친숙하게 느껴지는 사진 속의 워터마크가 있다.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 보관하는 ‘아카이브’를 상징하는 ‘getty images’가 바로 그것이다. 게티이미지는 1995년 런던에서 설립된 이래 26년간 인류의 기록을 이미지와 영상 매체로 보관하는 아키비스트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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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코리아의 협조로 서울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된 세계 최초 대규모 기획의 <게티이미지 사진전 - 세상을 연결하다>은 사진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한 좋은 기회다. 이번 전시에서는 게티 이미지가 보유한 4억 장 이상의 아카이브 중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330여 점을 엄선해, 세대와 성별, 국적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담은 사진들을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2개의 관으로 나뉘며 5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1관(섹션 1,2)에서는 게티 이미지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소개한다. 헐튼 아카이브부터 베트만, 픽처포스트 등 의미 있는 사진 컬렉션을 대량 보유한 게티이미지가 원본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역사적 사진들과 더불어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곳곳에서 셔터를 누르고 있는 종군기자들의 사진들이 포함되어있다. 사진으로 기록된 과거와 현재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2관(섹션 3, 4, 5)에서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세상을 연결하는 사진의 역할을 재조명한다. 사진으로 기록된 순간들은 그 시간과 인물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세대나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와 감정을 담아 서로를 연결한다. 이번 전시는 수많은 사건 · 사고가 반복되는 인류의 연대기(年代記) 속 누구나 공감하는 인간의 연대(連帶)를 이야기한다.


게티이미지(Getty Images) - 마크 게티(Mark Getty)와 조너선 클레인(Jonathan Klein)이 1995년 런던에서 ‘게티 인베스트먼트 LLC(Getty Investment LLC)’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세계에서 가장 큰 콘텐츠 아카이브 ‘게티이미지’는 분열과 변화를 수용하여 쪼개진 아날로그의 스톡 사진 비즈니스를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산업의 리더이자 신뢰받는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이후 개별 저작권은 물론 헐튼(Hulton), 코비스(Corbis) 등 의미 있는 아카이브들을 인수하며 세상의 모든 이미지들을 보관하는 세계 최대의 아카이브로 거듭났다.


게티이미지는 아날로그 자료들을 복원 및 디지털화하고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들을 생산하며 4억 장이 넘는 이미지와 1,200개 이상의 영상 콘텐츠를 유통 중이다. 현재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2,000여 명의 직원과 32만 명이 넘는 크리에이터가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프롤로그 – 암실에서 In the Darkroom



프롤로그에서는 게티이미지만의 아카이빙 방식과 아날로그 사진 복원 과정을 소개한다. 과거 암실을 복원한 어두컴컴한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은 원본이 섬유 · 합성수지 프린트로 복원되는 과정과 원본 투명양화가 디지털화되는 절차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 한 귀퉁이에선 옹기종기 모인 관람객들이 ‘레터프레스’ 체험을 하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한 장 골라서 프레스기(압착기)에 넣고 힘껏 누르면 ‘게티 이미지 뱅크’라는 글자를 새길 수 있는 체험이었다. 이는 예전에 게티이미지가 자신의 인증마크를 새겨 넣던 방식이라고 한다. 본격적으로 전시장를 감상하기에 앞서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체험이었다.

 

 


Section1. 아키비스트의 저장고 – Photographers& Archives



첫 번째 섹션에서는 게티이미지가 보유한 4억 개 이상의 사진과 영상 컬렉션 중 일부를 소개한다. 역사적인 스톡 이미지의 산실인 헐튼 아카이브(Hulton Archive), 픽처포스트(Picture Post) 등 의미 있는 출간물 콘텐츠는 물론 슬림 에런스(SlimAarons), 버트 하디(Bert Hardy) 등 전설적인 사진작가 컬렉션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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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의 개 Commissionaire's Dog, 1938.10.22 ⓒ Photo by Kurt Hutton/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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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빔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뉴욕의 건설노동자들 New York Construction Workers Lunching on a Crossbeam, ⓒ Photo by Bettmann/Getty Images 1932.09.20

 

 

뉴욕 록펠러센터 RCA 빌딩의 70층 건설 현장 철제빔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뉴욕의 건설 노동자들의 사진, 호텔의 경비원이 개한테 말을 걸고 있는 모습, 혀를 내밀고 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모습 등으로 당시의 소소한 풍경들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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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가십 Poolside Gossip, 1970.01.01 ⓒ Photo by Slim Aarons/Getty Images


 

이 사진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팜스프링스의 사막 저택에서 리타 바론(맨 왼쪽)이 헬렌 조조(왼쪽)와 예술품 딜러인 조지프 린스크의 아내인 넬다 린스크에게 다가서고 있다. 상류층의 여유로운 한낮의 풍경이 사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중앙의 노란색의 꽃은 인물의 옷 컬러와 조응하며 사진에 미감을 더한다.

 

 

 

Section2. 현대르포의 세계 – The Latest News



두 번째 섹션에서는 월드 프레스 포토(World Press Photo), 비자도르 데일리 프레스(Visa D’or Daily Press) 등 세계 유수의 보도사진전에서 수상한 게티이미지 소속 종군기자들과 협력 사진작가들의 현대 르포사진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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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으로 분신자살을 시도한 헤라트 여성

Desperation Drives Women To Self Immolation In Herat, 2004.10.22

ⓒ Photo by Paula Bronstein/Getty Images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미국 보스턴 출신의 사진기자 폴라 브론스타인이 2004년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분신자살을 시도해 몸의 70%에 심한 화상을 입은 18세 소녀 마수마는 지역병원 화상치료센터에서 손에 생긴 흉터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약혼한 상태인 마수마는 두 달 전 화상을 입었으며, 자살을 시도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현지 의료진은 그해 7월까지 80건이 넘는 분신 신고가 접수됐다고 알렸다. 이는 남성 중심의 아프간 사회에서 여성의 종속적인 위치와도 연관되어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여성 할례와 조혼과 같은 반인륜적인 악습으로 이는 지금까지도 수만 명의 여성이 죽음을 선택하는 원인이 된다. 강제 결혼, 가정폭력, 빈곤, 박탈된 교육 기회 등이 이슬람 여성이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로 손꼽힌다.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되고 탄압받는 여성 인권이 보장될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바란다.

 

 

 

Section 3. 기록의 시대 – The Age of Records



세 번째 섹션에서는 지난 20세기부터 현재까지 카메라로 기록한 각 시대상들을 특정 주제를 통해 살펴본다. 연대와 혐오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기꺼이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이들과 그것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셔터를 누르며 순간은 영원성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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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로드 작전, Operation Overlord,1944.06.07. ⓒ Photo by Galerie Bilder welt/Getty Images


 

1944년 6월 6일, 제 2차 세계대전 중 유럽 대륙으로부터 퇴각한 연합군이 독일 본토로 진공하기 위해 북 프랑스의 노르망디 해안에서 감행한 상륙 작전이다.


제5 전투공병여단 소속의 한 병사(우측 헬멧을 쓴 인물)가 프랑스 노르망디 유타 해변에서 독일 국방군 포로의 이름을 등록하고 있다. 그중 한 명은 1920년 3월 3일 대한민국 신의주 태생의 양경종이다.1938년 일본관동군에 입대한 그는 노모한(Nomohan)에서 소련군에게 붙잡혔고, 1943년 하리코프 전투에서 독일군에 의해 포로가 되었다.


텅 빈 눈동자로 누구를 위해서 싸우는지도 모르는 한 동양인의 모습은 ‘노르망디의 한국인’이란 제목으로 회자되었으며 훗날 영화 <마이웨이>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Section 4. 연대(連帶)의 연대기(年代記) – History Repeats Itself



섹션 4에서는 반복 되는 역사 속 아이러니를 관람객이 체감할 수 있도록,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발생했지만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 두 점을 교차로 보여준다. 데칼코마니처럼 비슷한 모습의 서로 다른 사진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해 되풀이되는 역사를 돌아보고,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인류애와 평화정신, 보편적 가치를 되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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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 상륙작전, D-Day Landings, 1944.06.06 ⓒ Photo by Robert F Sargent/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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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Landing In Korea, 1950.10.01

ⓒPhoto by Bert Hardy/Picture Post/Hulton Archive/Getty Images


 

 

Section 5. 일상으로 초대 – An Invitation to EverydayLife



마지막 관에서는 현재 팬데믹 시대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독감이 대유행 중이었던 1937년의 할리우드에서 감염 예방을 위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한 키스 장면이 요즘의 시대상과 포개지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일상을 잃어버린 지난 2년의 기록과 더불어 소중해진 일상 속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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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마스크를 쓴 채 하는 영화 속 키스 Film kiss with protective mask, 1937.01.01

ⓒ Photo by Imagno/Getty Images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에는 이 마지막 사진이 8할을 차지했다. 전시장에서 이 사진을 마주하자 순간 한 소설이 떠올랐다. G. 보카치오가 1351년 출간한 <데카메론>이라는 단편 소설집이었다.


데카메론은 피렌체에 흑사병이 돌자 이를 피해 한 별장에서 10명의 사람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나눈 이야기를 엮어낸 책으로, 서사에서는 불행한 사람들의 고뇌를 덜어 주기 위하여 이 책을 쓴다고 전하며 1348년의 페스트에 관한 기술로 작품 제 1일의 서화가 시작된다. 책에서는 2개의 주제를 끌어낼 수 있는데 ‘사랑’과 ‘지혜’가 바로 그것이다.


세기가 바뀌어도 우린 여전히 재난 앞에서 무력한 존재다. 그러나 지키고 싶은 사랑과 지혜의 가치는 여전할 것이다. 진부하게 들리는 말들이 사실 정답과 가장 가까운 법이다.


소소하고 일상적인 풍경들을 기록하는 것, 과거의 끔찍한 일들이 재현되지 않도록 사명감을 갖고 현장을 담아내는 것, 기록과 투쟁 그리고 연대. 이 모든 것들의 밑바탕에는 사랑과 지혜가 있다. 게티이미지전의 작품들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사랑과 지혜로 세상을 연결시켜주었다.

 

 

참고

미디어 리터러시의 이해, 2015. 11. 1. 전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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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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