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극한 상황 속, 인간성을 잃지 않은 사람들 [도서]

『생존자(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해부)』 테렌스 데 프레, 서해문집, 2010
글 입력 2021.12.10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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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렌스 데 프레의 책, 『생존자(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핵심정보 위주로 3개의 장으로 간추릴 수 있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세계 2차 대전의 생존자를 중심으로 다루며, 1장에서는 실제 생존자들의 사례를 통해 생존자의 모습을 담아낸다. 2장에서는 생존자들의 협력과 저항에 관한 글을 전개하고 있으며, 생존자들이 살아남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조작한다’, ‘캐나다’ 또는 빵의 법률 등의 용어들을 예시로 들어 책의 논지를 뒷받침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3장에서는 생존자들의 삶과 우리의 삶에 대해 다룬다. 그리고 기존의 수용소와 관련된 이론들을 비판하고 우리의 삶과도 연결한다. 따라서 전반적인 책의 내용은 죽음에서 시작되어 다시 삶으로 글을 끝내는 구조를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담담하고 건조한 문체로 기록된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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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서는 생존자의 의미를 정의하고 집단 강제수용소의 참상을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라 그대로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저자는 책에서 생존자의 정의를 분명히 밝힌다. ‘생존자란 인간으로서의 행동방식을 영위하려는 의지를 잃지 않은 채 공포와 절망을 견디어 낸 사람, 즉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살아남은 사람을 말한다.’(p.30) 그리고 생존자들의 사례들을 제시하며 독자들이 수용소의 참상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아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들의 증언이다.


"길 위에는 온통 시체들이 흩어져 있었다. 철조망 울타리 위에도 시체들이 매달려 있었다. 총살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공중에 울려 퍼졌다. 확확 타오르는 불꽃들이 하늘을 향해 쏘아지고 커다란 연기가 뭉게뭉게 솟아올랐다, 굶주리고 말라빠진 인간의 해골들이 무언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중얼대면서 우리에게 구르듯 다가왔다. 그러고는 우리들의 눈앞에 쓰러진 후, 그 자리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 뉴먼 (p.144)



생존자들에 대한 기억과 현대사회의 인간성 확증

 

저자는 현대사회를 대량학살과 테러리즘이 난무하는 시대라고 바라보며, 히로시마 사건, 베트남에서의 전쟁을 예시로 들면서 인간의 가치를 부정하는 반인간적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서도 강력히 비판한다. 또 죽음을 집행하는 일이 컴퓨터화되는 사건 등 생명경시의 논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므로 생존자들이 겪었던 경험과 과거의 인명피해들을 기억해야 하며 현대사회에서 인간성이 확증될 필요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로의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실천되는 도움이 중요하다고도 밝힌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인문과학적 접근

 

책은 생존자들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연구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인간생존의 의욕을 C.H 웨딩튼의 이론을 빌려 설명했는데 인용하면 이와 같다. ‘생명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박탈당한 상황에서 생존자가 기댈 수 있는 거라고는, 오랫동안 ‘문화적 변형’에 의해 억압되어 온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소질’ 그리고 신체의 세포마다 묻어있는 지식 외에 또 무엇이 있겠는가? 따라서 생존을 위한 행동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생물학적 존재에 우선적으로 근거한다고 할 수 있다. (pp.334-335)


이 이론을 통해 저자는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상황에서 생존자들이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생명 자체 속성의 까닭임을 밝히고 있다. 이렇게 생존자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새롭게 발견했다는 점, 인간 본성에 더 심층적인 의의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높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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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많은 인용 구절들로 가독성과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여러 장점이 존재한다. 일단 생존자의 정의부터 시작하여 생존의 의미, 나아가 인간의 실존에 대한 추론을 끌어낼 만큼 책이 다루는 영역의 스펙트럼이 넓다. 단지 역사 속 희생자로 머무는 사람을 생존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극한 상황 속에 인간성을 잃지 않은 사람들을 생존자로 정의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시사한다.


이로써 인간 본성에 대해 심도 있게 질문을 던지며, 생존자들을 향한 시각에 관해서도 큰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서문에 등장하는 “우리 모두가 생존자이며 또 생존자가 되어야 하는 시대이다”(p.21)라는 역자의 말처럼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생존과도 결부시켜 고찰, 탐구할 수 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를 배울 수 있다는 점, 인간성의 확증을 논리적으로 입증한다는 점에서 현대인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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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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