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정말로 멋있는 건 무엇일까 - 라스트 듀얼

라스트 듀얼을 보면서 내가 생각한 멋짐에 대하여
글 입력 2021.11.12 07:3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흔히들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입장에서 서술된다고 한다. 유명 그룹 아바(ABBA)의 곡 중에 ‘The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곡도 있지 않은가.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남아있는 한정적인 기록물로밖에 확인할 수 없는 후대의 입장에선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란 어렵다.


그렇지만 어떤 역사적 사건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이가 진실을 알고자 오랜 시간 공을 들인다면, 진실의 근처에 가까이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런 작가가 공들여 쓴 작품이다. 에릭 재거는 이 역사적인 사건에 관해 10년간 연구를 지속해온 학자이다.


그는 이 역사적인 사건을 심층적으로, 그리고 다면적으로 조사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이 의견을 이야기로 만들어 대중들로부터 흥미로우며, 설득력을 갖고 있어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이른다. 책으로 출판한 이 이야기의 제목은 ‘라스트 듀얼’이다.


‘라스트 듀얼’은 중세 시대 기사들의 한 여인을 둘러싸고 벌어진 진실 공방전을 다룬 이야기다. ‘장’은 자신의 아내인 ‘마르그리트’가 ‘르그리’라는 기사에 의해 강간당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주군에게 고발한다. 그리고 이 고발은 결국 프랑스의 마지막 공식 전투 재판으로 이어지게 된다.

 

중세에는 한 사람의 치욕스러운 죽음을 결정짓는 판결을 신에게 떠넘기는, 전투 재판이라는 제도가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승부의 승자는 신이 손을 들어주었으므로 진실한 사람이 되었다. 당시 사람들이 진심으로 이 판결을 믿었다는 사실이 어이없게 느껴졌다. 아주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야기의 중심에는 전투 재판이 있다. 가히 중세적이라고 할만한 생각을 품고 있었던 중세 시대의 사람들은 ‘힘센 사람이 장땡~’이라고 치부하며 피곤한 사안을 공정하게 처리하려는 듯한 느낌의 제도를 만들었던 것 같다. 어떻든 간에 이 제도는 ‘라스트 듀얼’을 탄생시켰다.


그토록 가까웠던 관계가 질투와 시샘으로 인해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되어버리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라스트 듀얼’을 보며 배신으로 얼룩진 현대판 느와르 영화를 떠올렸다. 몇백 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남자들은 여자와 돈을 두고 갈등하며, 목숨을 건다.


‘내 여자를 가로채?’, ‘감히 내 돈에 손을 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대사는 고귀한 명분만이 중요한 것처럼 보였던 중세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실 그 ‘고귀함’의 배경에는 그들의 소유물이 있었을 것이고, 그 소유물에는 물론 여자와 돈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낭만적으로만 보일지도 모르는 남자들 간의 피 끓는 사투를 세심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이다. 진실한 로맨스와 고상한 품격은 사실 드러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원래 묵묵히 수행되어야 더 멋있는 법이다. 대놓고 ‘이거 멋있지 않아?’하고 보여주는 서사는 오히려 멋이 없다.


알고 보면 목적이 이기적인 경우가 더 많다. ‘너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라고 똥폼을 잡지만 실은 자기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자기 본위가 진심이기 때문에 멋이 없는 게 아닐까.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 진심 어린 행동을 할 때 멋있다고 한다.

 

겉멋이나 자존심을 위해서 패기를 부리는 건 어리석다. 그렇기에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은 늘 중요하다. 단순히 패기에 그쳤던 행위는 정당한 목적성을 획득하는 동시에 용기있는 행동으로 치환된다. 용기있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라스트_듀얼-표1-띠지-최종본.jpg

 

 

++


스캔들, 범죄, 진실에 관한 매혹적인 추리극이자 흥미진진한 역사 소설
 
역사 및 시대물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할 강렬한 소설이 번역 출간되었다. 14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악명 높은 사건 '카루주-르그리 결투'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두 남자의 사적인 악연과 집념이 결집된 "모든 결투를 끝내기 위한 결투"에 관한 화려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경제적으로 쇠락한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자원한 전쟁에서 패배하고 막 돌아온 기사 카루주, 그에게 주어진 것은 무한한 영광도, 편안한 쉼도 아니었다. 아름다운 아내가 옛 친구이자 세상을 떠난 아들의 대부 르그리에게 육욕에서 비롯된 폭력적인 행위에 희생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게 과연 진실일까? 명예를 위해 펼쳐지는 치열한 재판. 그리고 반드시 이겨내야 할 또 하나의 결투가 그를 맞이한다. 이 결투는 인류 역사의 '최후의 결투'가 될 것이다.
  
어마어마한 군중들이 모인 가운데 불과 물이 만나 서로의 죽음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챔피언'(결투의 대리인)이 결투에서 패배한다면 화형이라는 끔찍한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는 한 여자가 있다.
 
소설 [라스트 듀얼]은 한 강간 의혹 사건을 두고 중세 프랑스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일반적인 재판 대신 합법한 '결투 재판(14세기 말까지 중세 프랑스에서 지속된 법제도)'을 통해 정의를 추구하고자 했던 한 실제 사건에 중점을 둔 이야기다. 무려 10년 동안 이 역사적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든 역사가가 스릴러적 요소를 결합해 재탄생시킨 매력적인 이 역사 소설은 지도 및 도판과 인용을 비롯한 풍부한 사료와 간결한 문장으로 이뤄져 대단한 몰입도를 뽐낸다.

 

 

 

이정욱.jpg

 

 

[이정욱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