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혼란의 시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 - 뉴 오더

우리가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는 디스토피아
글 입력 2021.11.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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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3관왕을 거머쥔 멕시코의 젊은 거장 '미셸 프랑코' 감독이 시의적절한 문제작을 내놓았다. 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뉴 오더>(New Order)다.

 

 

 

뉴 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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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오더>는 202X년 가까운 미래에 불안한 상황의 멕시코를 그려낸다.

 

마리안과 가족들은 호화로운 저택에서 결혼 파티를 즐기고 있다. 그 시각 전역은 폭력시위가 한창이다. 시위대가 저택에 들이닥치고 무기로 무장한 시위대는 파티를 즐기던 사람들, 부유층에게 무자비하게 총을 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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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저택을 파괴하고 값어치 있는 것들을 약탈한다. 시위대가 휩쓸고 간 저택은 풍비박산이 되었다.

 

저택 여기저기엔 시체가 나뒹굴고 모든 가구들과 예술품들은 박살 났다. 그 와중 결혼 파티의 주인공 마리안은 아픈 유모를 돌보러 빈민층 지역으로 갔다가 군인에게 납치되어 끔찍한 일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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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시위대에 의해 모든 법과 질서들이 무너지고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들이 뒤집은 나라엔 새로운 질서가 세워진다.

 

 

 

오직 죽은 자만이 전쟁의 끝을 본다


 

권력과 비권력,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인 빈부의 전쟁, 서로서로를 혐오와 차별 구조적 문제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계급구조의 부조리에 저항하며 계급투쟁을 일으킨 피지배층,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혼란 덕에 새로운 군사정부를 새우게 된 군인들. 그들은 이제 계급 차별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사람만 바뀌었을 뿐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구조는 여전히 존재했다. 부패한 권력층을 끌어내린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질서로 비인간적인, 더 큰 부패한 세계를 만들어냈다.


군인은 곧 국가를 의미한다. 폭력시위, 전시상황 등 국민에게 위험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군인은 국민을 보호하고 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뉴 오더>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은 국민을 약탈하고 학대하며 국민을 자기 잇속을 차리는 지배의 대상으로 보았다.

 

국가의 의무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군인과 정부를 보며 국가가 힘을 상실하고 국가의 체제가 무너지면 얼마나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는지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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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들이 일으킨 계급전쟁은 약자들을 포함한 모두에게 부당한 결과를 불러왔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약자는 보호받아야 하는 등 나라는 더 살기 좋게 바뀌어야 했다. 그러나 군부에겐 그들의 입장은 중요치 않았다. 빈민가의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한 핍박을 받게 된다. 물은 줄을 서서 배급받아야 하며 일을 하려면 국가에 신고를 해야 했다.

 

쿠데타로 만들어진 군사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서 자유를 빼앗고 국민을 통제했다.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선 목숨을 취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빈민가에서 아픈 가족을 병원에 보내기 위해 통행금지 시간에 밖에 나온 한 노인이 있었다.

 

길가를 지키던 군인은 움직이지 말라는 말을 지키지 않은 노인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총으로 쏴버렸고, 노인은 허망한 죽음을 맞게 된다.

 


 

꿈도 희망도 없는 시대


 

군인은 부유한 상류층이나 유학생 등을 납치하여 돈거래를 했다. 납치당한 사람들은 모든 소지품을 빼앗긴 채 이마에 번호가 새겨졌고 수용소에 갇혀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갔다. 어떤 이는 성 노예가 되고, 어떤 이는 학대의 대상이 되었다.

 

간혹 몸값을 받고 거래가 성사되면 수용소에 갇혀있던 사람들은 웃으며 철장을 나왔다. 그러나 살아서 수용소의 문밖을 걸어나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군인들은 자신들이 했던 만행을 철저히 숨기기 위해 납치된 사람들을 모두 사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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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에서는 권선징악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양심을 지키고 도덕을 잃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희생되었다.

 

바쁜 결혼식 와중에도 아픈 유모를 병원에 데려다 주려 선의를 베풀던 마리안. 그도 끔찍한 수용소에 잡혀 들어오게 되었고, 이후 군인의 계획에 의해 비참하게 총살당한다. 마리안이 살아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던 선의의 하인들은 누명을 쓰게 되고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 뒤바뀐 질서의 사회에서 선의의 마음은 오히려 죽음을 재촉했다.

 

마리안은 군부 고위공직자의 딸이었지만, 정부 관계자의 설계에 따라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법치도, 체계도, 도덕도 무너진 시대에서는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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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서로를 혐오하고 차별하고 권력을 지향하고, 싸움을 조장하려고 한다면 이 디스토피아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도 지구의 반대편엔 법과 체계를 잃은 채, 새로운 질서 속 혼란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경제 불균형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에 침묵한다면 우리도 머지않아 이러한 시대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

 

<뉴 오더>는 경고하고 있다. 비극으로 치닫기 전에 우리는 불균형 앞에서 침묵 대신 변화해야 함을.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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