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기하와 얼굴들 -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음악]

이왕 가는 길, 행복하게 가자
글 입력 2021.10.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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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하와 얼굴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달이 차오른다, 가자’라는 음악을 종종 틀어주셨다.

 

처음엔 공연 영상을 보던 반 친구들이 킥킥거리며 웃다가 이윽고 눈을 반짝이며 영상을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두 팔을 휘적거리는 독특한 안무가 아직도 선명할 만큼 나에게도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때 이후로 담임선생님의 독특한 음악 취향은 나에게도 스며들고 말았다.

 

2008년 싱글앨범인 ‘싸구려 커피’로 데뷔한 '장기하와 얼굴들'은 2018년, 10년 밴드의 활동을 종료하게 되었다. 이제는 교과서에서 봐도 어색하지 않을 이 밴드의 음악을 미래에서 추억할 일로 남은 것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가진 매력을 두 가지만 꼽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이 밴드의 음악은 억지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연령대에 상관없이 누구나 노래에 공감하고 즐길 수 있게 된다. 싸구려 커피를 마시고 속이 쓰렸다는 가사나,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하고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는 유쾌한 가사는 대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나아가 '이런 주제도 음악이 될 수 있다'를 실력으로 입증한 밴드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복잡한 것을 아주 단순하게 하는 마법 같은 매력이다. 종종 많은 생각이 나를 삼키려 들 때,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을 들으면 진지함은 날아가고 기분 좋은 웃음이 남는다. 특히 피곤한 몸을 일으켜 무언가를 해야 할 월요일 아침과 같은 상황에 시의적절하다.


이번 글에서는 그들의 마지막 앨범이었던 ‘mono’의 일부 수록곡을 짧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그건 니 생각이고


 


 

‘그건 니 생각이고’ - 이렇게나 명료한 제목을 들었을 때 빵 터지던 기억이 난다. ‘그건 당신의 생각입니다.’와 같이 정중한 말투도 아니고 ‘니’라는 표현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노래는 상대방에게 “미주알고주알 설명을 조곤조곤해도 못 알아들으면, 그건 니 생각이고”를 말하라고 한다. 특히 가사 ‘아니’ 뒤에 ‘쓰읍’ 하며 혀를 차는 소리는 노래를 더 감칠맛있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이 노래의 가사는 무례한 타인을 향해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리고 동시에 듣는 사람에게도 단단한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


이 길이 내 길인 줄 아는 게 아니라

그냥 길이 그냥 거기 있으니까 가는 거야

원래부터 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가다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야


처음부터 정해진 길은 없고, 일단 가보라는 위 가사는 언제 들어도 응원이 된다.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 뭐라 뭐라 해도, 일단 내 갈 길을 가라는 것이다. 가사 중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너처럼 아무 것도 몰라”라는 부분은 더 위안과 용기를 준다. 내 길이 돌아가는 길인지, 맞는 길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걷게 되면 내 길이 된다는 사실만은 진실이니까, 의심하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어서 길을 가라고 든든히 응원한다.


그래서 때로는 ‘어쩌라고’ 와 같은 생각이 필요할 때도 있을 수 있겠다. 지속적으로 나의 꿈이나 삶을 갉아먹는 사람을 만났을 때 한해서 말이다. ‘어차피 그거 안될 걸~’ 이라는 얄미운 말에, 아니면 스스로 이런 생각에 빠져들 때, ‘그건 니 생각이고’를 듣거나 흥얼거리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초심


 

 

 

다음으로는 mono의 ‘초심’이다. “초심을 잃지 말라 말씀하시네”라는 첫 가사처럼 초심을 찾으라는 말은 변화를 조심하고 마음을 정돈하라는 뜻처럼 들린다. 그런데 장기하와 얼굴들은 이 초심을 개나 줘버리라고 한다.


어떻게 맨날 맨날 똑같은 생각

똑같은 말투 똑같은 표정으로

죽을 때까지 살아갈 수가 있겠어


물론 사회적으로 말하는 초심은 본연의 목적을 잃지 말라는 것일 것이다. 그러므로 불량한 태도로 큰 잘못을 했을 때, 초심을 되찾는 건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일정한 도덕적인 선이나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개인의 목적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경험을 예를 들자면, 이전에 ‘너, 실망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결정의 이유를 나를 위한 선택에서 찾았고,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위와 같은 대답이 돌아와서 적잖이 당황했었다.


이처럼 아무래도 ‘너 변했다. 초심 찾아봐’라는 대답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듯하다. 정말 변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는 타인의 관점에서 나를 묶어두기 위해, 쓰인 측면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기대했던 너의 이미지와 달라서, 너의 결정이 실망스럽게 느껴져.’라는 말은 상대방의 상황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대답이다. 그래서 ‘초심을 찾아’라는 말은 상당히 부담스럽고 무례하게 들린다.


오늘 밤 나는 쿨쿨

잠이 들 거야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잠이 들 거야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면

난생 처음 보는 얼굴이

나를 반겨 줄 거야

나는 옛날이랑은 다른 사람


이렇게 초심이라는 틀에서 나의 이미지를 고정해버리는 것보다는 매일매일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태도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라는 말처럼, 변화에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노래는 계속해서 전하고 있다. “조심하지 마 변해 버려”라는 가사도 이 노래를 듣는 우리의 삶에 당당함을 불어넣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은 뼈를 때리기도 하고,  맛있게 익은 제철 과일을 보내듯이, 응원을 담는 이 밴드의 음악을 자주 꺼내 듣는다. 이렇게 '장기하와 얼굴들'은 음악을 통해 복잡한 사회 속에서 각 사람이 가진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일상의 고단함을 덜어내고 웃음을 선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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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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