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애에도 피드백이 있다면 - 환승연애 [드라마/예능]

얽혀 버린 공간에 엉켜 버린 마음들
글 입력 2021.09.2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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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창에 ‘환’ 글자를 치면, ‘환율’ 다음으로 뜨는 연관 검색어가 무엇일까? 바로 ‘환승연애’이다. OTT 플랫폼인 ‘TVING’에서 올해 6월부터 한창 인기리에 반영되고 있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환승연애.'

 

총 다섯 쌍의 커플, 즉 열 명의 출연자들이 한 집에서 생활하며 프로그램의 여러 포맷대로 랜덤 데이트, X 채팅, X와의 데이트 등에 참여한다. 매일 밤에는 자신의 마음이 가는 상대에게 문자를 보낸다. 사실 '짝', ‘하트 시그널’, ‘러브캐처’, ‘썸바디’ 등 여러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이미 충분히나왔고, 요 근래 3~4년간 굉장한 호황기를 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승연애’는 다른 프로그램과 매우 차별화될 수 있는, ‘강수’를 두었다. 나의 전 연인, 즉 나의 ‘X’와 함께 같은 집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제목인 ‘환승연애’, 그리고 나의 X와 같이 생활해야 한다는 프로그램의 특징은 얼핏 보면 MSG를 음식에 넣듯이 그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하여 자극적인 요소를 프로그램에 가미하려는 제작진의 ‘무리수’처럼 보인다. 필자 또한 프로그램을 보기 전까지는 사실 이 프로그램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지녔었다.


그러나, 마냥 자극적으로 보이는 이 ‘환승연애’란 프로그램은 나날이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환승연애를 보기 위해 티빙을 구독하기 시작하였다는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9월 초 기준으로 유튜브와 네이버TV에 공개된 환승연애의 클립 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이미 2000만 뷰를 넘었다.


그렇다면 이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이 이렇게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선한 기획의도 - ‘연애에 대한 피드백도 공유할 수 있다면?’


 

‘환승연애’를 기획한 이진주 PD는 씨네 21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환승연애’를 어떻게 기획하였는지에 대하여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 사람이 연인으로서 어떤지는 전 연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이전 연애에 대한 피드백을 공유할 수 있다면 앞으로 더 좋은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어떤 사람과 연인 관계를 시작할 때, 그의 전 연인이 쓴 피드백을 읽을 수 있다면 어떨까?’

 

정말 신선한 발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상의 근본적인 출발점은, ‘더 좋은 연애를 하기 위함’이다. 더 좋은 연애를 하기 위한 이유는, 바로 ‘내가 행복하기 위하여’일 것이다. 연애란, 행복하기 위하여 하는 것이니까.

 

내가 관심이 있는 사람의 어떤 점이 나와 안 맞을지, 그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은, 좋아하는 행동은 무엇인지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그 사람과의 연애가 조금은 더 순탄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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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의 이러한 의도는 ‘X채팅룸’이라는 곳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출연자들이 사는 집 아래에 위치한 비밀스러운 이 공간에서 출연자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혹은 자신과 데이트를 할 상대의 X와 채팅을 주고 받으며 그 상대에 대하여 궁금한 점들을 묻고, 답한다. PD 또한 ‘환승연애만의 가장 차별화된 포인트’로 ‘X채팅룸’을 꼽았다. (출처: news1 인터뷰)


이렇게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알고 나면, 더 이상 프로그램의 제목과 포맷이 자극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프로그램에 더 이상 ‘비난’만 가할 수는 없게 된다.

 

결국 내가 더 행복할, 좋은 연애를 하기 위하여 어떤 것이 있으면 좋을까?라는 재미있고 새로운 생각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인 것이다. 이렇게 신선한 기획 의도가 결국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단순히 관심을 끄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결국 OTT 플랫폼임에도 시청자들이 그 프로그램을 ‘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로 작용하였다고 생각한다.

 

 

 

‘X와의 재회’라는 흔하고도 어려운 상황 설정 - ‘시청’자들을 ‘몰입’자로


 

살아가면서 X와 재회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X와 함께 3주 동안 생활해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테다. X와 같이 생활하는 상상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X와의 만남, 대화라는 상황은 살면서 한 번쯤은 상상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X와의 재회가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일까. 각자마다의 이유로 상상만 해 보고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 우리 마음 속 깊은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X와의 재회’라는 우리 마음의 영역을 ‘환승연애’가 속 시원하게 수면 위로 꺼내 주었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대리만족'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프로그램의 ‘시청자’로서 이 프로그램을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VR로 가상 현실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처럼 이 프로그램의 ‘몰입자’로서 출연자들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는 것이고, 이 프로그램에 정말 ‘흠뻑 빠져서’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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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환승연애’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의 포맷은, 바로 ‘출연자들의 인터뷰’라고 생각한다. 출연자들이 자신의 속마음, 감정을 인터뷰에서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들의 행동과 말의 의도, 이유를 알 수 있게 되고 출연자를 그저 ‘출연자’가 아닌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며, 이 점이 우리가 출연자들에게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얽혀 버린 공간에 엉켜 버린 마음들 - 더 이상 ‘프로그램’이 아닌, 열 개의 ‘삶’으로 보이는


 

출연자들 또한 자신의 X와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X와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나의 X가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하는 상황을 직접 겪는 것은 정말 난생 처음이 아닐 리 없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였던 상황에 3주 내내 매일을 직면하며, 출연자들은 자신들의 혼란스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한 감정을 투명하게 보여 준다.

 

사실 ‘보여 준다’기 보다는, ‘숨길 수 없다’가 맞을 것이다. 사람의 날것의 마음과 감정을 꺼내어 보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을 보는 가족, 많은 날들을 사랑한 연인, 심지어 나 자신에게조차 꺼내 보이기 어려운 일이 ‘내 안의 날것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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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환승연애’에서는 모든 출연자들이 이 어려운 일을 ‘매일, 매일’을 해내며 살아간다. 제작진과 인터뷰를 할 때 진심을 담아 웃고, 울고, 자신의 생각을 정말 솔직하게 꺼내어 털어 놓고. 자신이 관심 있는 상대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기 위하여 민망하지만 용기 있게 감정을 표현하고. 매일 밤, 문자를 보내고, 받고, 받지 못하며 감정의 파도에 출렁거리고.

 

이렇게 여러 방식으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감정과 마음, 생각을 그려 내며 출연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꾸밈 없이 자신을 드러내 보인다.

 

 

우린 해가 될까 해가 될까

어쩌면 해가 될까 나를 부숴

어쩌면 해가 될까 눈이 부신

얽혀 버린 공간에 엉켜 버린 마음들

 

- 해가 될까_WOODZ(조승연) '환승연애 OST Part 1'

 


이렇게 감정에 일렁이는 나의 마음, 그리고 나의 모습. 우리는 서를 부수는 ‘해’가 될까 서로를 눈부시게 비추는 ‘해’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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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들은 매일 밤 이 고민을 하였을 것이고 이러한 고민은 출연자들이 정말 ‘진심으로’ 3주간의 생활에, 자신의 마음에 임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진심으로 임한 출연자들의 태도는 더 이상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지 않게 해 준다. 이제는 열 명의 사람들, 열 개의 삶이 만나 그려 가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이 프로그램이 다가온다. 이것이 우리가 출연자들의 모습에 깊은 공감을 하게 하기도 하고, 나의 X를 떠올리며 괴로워하기도 하는 이유일 것이다.

 

신선한 기획 의도, 누구나 상상해보고 원하기도 했을 상황 설정, 출연자들의 솔직하고 진심 담긴 참여와 태도는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을 거의 ‘드라마’로 만들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제 환승연애는 종영까지 단 1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프로그램의 제목은 ‘환승연애’이지만, 마음이 어떻게 깔끔하게 이 호선에서 저 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출연자들의 감정의 복잡함은 점점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그 동안 이토록 다채로운 감정들에 몰입을 하게 해 주고, 지나간 추억을 떠올려도 보게 한 '환승연애'는 올해 6월부터 매주 금요일을 우리와 함께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시청자들을 몰입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며, 다음 주에 방송될 환승연애의 마지막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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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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