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NL 코리아 리부트의 인턴 기자 주현영 [드라마/예능]

새롭게 부상하는 MZ 세대와 콘텐츠의 중요성
글 입력 2021.09.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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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SNL 코리아는 리부트 시즌 첫 화를 선보였다. 약 4년 만에 새롭게 돌아온 SNL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을까.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되는 한편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반가운 마음이 가장 컸다. SNL 크루만의 생기 가득한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있기에.


1화는 호스트부터 역대급이었다. 할리우드 스타 배우 이병헌이라니. 확실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제작진이 많은 공을 들였다고 생각했다. SNL 코리아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신동엽은 제작까지 참여했다고 한다. SNL에 대한 그의 열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첫 방영 이후 SNL 코리아는 실제로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다소 생소한 OTT 플랫폼에서의 시작이 약점으로 지목됐으나 콘텐츠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SNL이 다시 시작되기까지 약 4년이란 시간 동안 새로운 경제 주체가 된 MZ 세대가 있었다.


MZ 세대는 전체 인구의 44%를 차지한다. 이들은 20대와 30대이며 주력 소비층으로 급부상하여 차츰차츰 그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방송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콘텐츠의 매력이 중요해진 플랫폼 전국 시대가 열린 것이다.


콘텐츠가 넘치는 만큼 조금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쉽게 버려지고, 재밌고 공감받을 수 있는 콘텐츠만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시청률과 조회수는 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지표이다. 아무리 어떤 콘텐츠가 유익하다 하더라도 분기점을 돌파하지 못하는 이상 지속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SNL 코리아 리부트 2화에서 단기간에 유튜브 조회수 300만을 돌파하며 소위 ‘히트를 친’ 캐릭터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바로 주현영이라는 인턴 기자다. 이 캐릭터로 인하여 SNL 코리아 리부트는 어두운 상황을 헤쳐나갈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SNL 코리아 인턴 기자 주현영 하이라이트




 

 

그렇다면 이 짧은 클립 영상은 어떻게 대중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앞서 말한 주 소비자층인 MZ 세대의 공감대를 공략할 수 있었던 게 결정적이었다. 인턴 기자의 모습에서 MZ 세대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말초적 신경만을 자극하는 개그와 달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캐릭터를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주현영은 사회 초년생의 모습에서 포인트를 잡아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작가의 의도와 배우의 연기, 시청자들의 기억과 경험이 하나가 되어 통한 순간이었다. 이때의 웃음은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여운을 남기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상의 댓글을 보면 MZ 세대뿐만 아니라 다른 세대들도 영상 속 캐릭터의 모습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인턴 기자 주현영이라는 캐릭터가 사회 속에서 보편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인물상을 왜곡하지 않고 그려내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 왠지 모르게 답답함을 불러일으키는 인턴 기자의 모습에 사람들은 어떻게 공감을 할 수 있었을까?

 

영상 속 인턴 기자 주현영(주기자)은 처음에 자신이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온 취재를 앵커에게 발표하듯이 말한다. 하지만 라이브 뉴스의 특성상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와 앵커의 커뮤니케이션, 즉 대화가 핵심이다. 그런데 주기자는 대본을 읊듯 자신이 연습해온 말만 한다.

 

예상외의 답변이 돌아오거나 조금만 변형된 질문이 들어오면, 자신이 완벽히 짜놓은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모르고 헤맨다. 그렇게 방황하다가 질문의 목적은 잊은 채로 우물쭈물하며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다. 결국, 그녀는 울면서 자리를 빠져나간다.

 

이것을 보면서 두 가지가 떠올랐다. 첫 번째는 암기교육, 그리고 두 번째는 MZ 세대의 특징.

 

우선 암기교육으로부터 비롯된 능동적인 학습 태도의 부재는 학습자가 어떤 것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었으며 주어진 문제에만 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자신이 맡은 것을 성실하게 준비했다고 해도 그것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질문이 나온다면 머릿속은 새하얘진다.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내용에 대한 암기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문제에 대한 답을 유추할 수 없다.

 

MZ 세대는 타인의 개성과 경험을 중시한다는 특성을 갖는다. 또한, 비교적 다양한 선택지에 대해 열려있다. 하지만 말이 좋아 생각이 유연한 것이지, 달리 말하면 우유부단하다는 특성이 된다.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갈팡질팡 함은 행동과 태도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곳에서 불확실성을 내포한 말투를 고집하는 것은 ‘단순명료’라는 원칙에 어긋난다.

 

인턴이 겪는 어려움은 다른 직종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인턴의 처지를 다소 과장되게 드러내어 풍자한 것이 대중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였으리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SNL 코리아 리부트를 3화까지 감상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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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크루 멤버들의 기본기가 탄탄해야 하고 멤버들 간 조화가 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파급력이 강한 호스트가 나와도 기본적으로 SNL은 크루가 이끌어 가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감초 역할을 하는 새로운 멤버가 있어야 살아날 수 있다.

 

과거에는 김슬기의 과감함과 유세윤의 능청스러움, 강유미의 뻔뻔함이 이러한 역할을 맡았었다. 무색무취였던 캐릭터에 특별한 매력을 부여하자 SNL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서사가 살아나고, 창의성이 발현되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었다. 이번 시즌에는 웬디와 주현영에게 기대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SNL 코리아 리부트를 보면서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SNL은 패러디가 중요하다. 패러디할 소재를 선정한 뒤에는 아이디어 뱅크를 모아 줄기가 뻗어 나가듯 자유롭게 연상시켜야 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곳의 맹점을 찌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본디 작가의 역할이지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선 연출과 크루 모두가 깊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의 SNL에선 ‘우려먹기’와 ‘억지 부리기’가 보인다. 매번 새로울 순 없겠지만, 대중적으로 반응이 좋지 않았던 소재를 굳이 다시 사용할 필요는 없다.

 

젊고 뛰어난 작가를 수혈하는 것이 하나의 개선 방안이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는 신진작가를 섭외하고 베테랑 작가가 이끌어준다면 신구의 조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빅데이터의 활용도 필요하다. 대중이 접하는 정보는 이전보다 방대해졌다. 시사를 긁어모으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대중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화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풍자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하는 SNL의 코너들을 검토하며 캐릭터를 분석하고 레퍼런스를 하는 것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존 벨루시’나 ‘빌 머레이’가 출연했던 과거의 콩트를 보면서 한국식으로 적용하는 걸 상상해본 적이 있다. 결과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이미 성공한 사례를 참고하는 건 분명히 도움이 된다.

 

인스타그램, 전동킥보드, 가상 화폐, 가상 인간, 민간 우주선, 전기 자동차, 레트로, 채식주의 등 4년 동안 수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있었고 구성원들 간 합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상충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전반적인 문화와 일상생활에도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의 굴곡에서 미묘한 지점을 포착해내어 하나의 완성도 있는 플롯으로 탄생시키는 게 앞으로 SNL 크루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SNL 코리아 제작진이 그동안 쌓아온 내공을 토대로,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재치있게 풀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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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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