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라는 직업은 무엇을 하는 것일까? 말 그대로 편집을 맡아 진행하는 사람이다. 편집의 대상은 신문이 될 수도, 잡지나 단행본 또는 책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사전에 있는 ‘편집자’에 대한 정의(definition)이다. 하지만, 나는 편집자를 글이 세상에 나오기 위한 필수적인 매개자라고 정의하고 싶다.
편집자는 내게 다소 생소한 직업이었다. ‘편집자들은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편집자들의 일상은 어떨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편집자의 세계>는 미국을 대표하는 편집자를 두루 소개한 책이다. 잡지와 단행본을 경험한 고정기 선생의 이력답게 두 업계를 대표하는 편집자가 등장한다. 이 책의 미덕은 다른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점이다. 그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출판/잡지계에 입문했는지, 그리고 무명의 작가를 어떤 계기로 발견해 스타로 키워냈는지,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그들이 생각한 편집자상은 무엇인지 등을 흥미롭게 소개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미국이나 우리나, 20세기 중반이나 최첨단의 21세기나, 편집자의 세계는 거의 같다는 점이다. 궁금하다면 다른 편보다 퍼트넘의 편집국장을 지낸 윌리엄 타그 편을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 편집국장의 일과를 일기 형식으로 소개했는데, 정말 편집자가 하는 일은 똑같구나, 하며 고개를 주억거릴 터다.
이 책은 16명의 편집자들의 일상과 그들의 가치관,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 등이 수록되어 있다. 16명의 편집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완벽주의고 성실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자의 스타일과 생각은 다르지만 그들이 일하는 방식은 결코 다르지 않았다.
편집자라는 직업은 작가에 비해서는 인지도도 없고 후처리 작업을 하는 단순한 직업으로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편집자는 작가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창의적인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끊임없이 싸우는 전우이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뛰어나야 하며 그들이 없다면 작가와 인쇄물 또한 존재할 수 없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편집자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누구든지 자기가 읽는 책의 기획에 대해서 반응을 나타내고, 책의 내용이나 형태에 대해서 자기 나름의 생각이 있고, 자신의 배경이나 판단력, 편견, 비판력에 따라 원고에 손을 대고 싶단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편집자는 연필을 손에 들고, 읽고 있는 반문맹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pp.183-184)
- 삭스 코민스
이런 내용만 본다면,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만이 편집자를 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삭스 코민스가 말했듯이 편집자는 그런 사람만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생각할 수 있다면 모두가 편집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퍼트넘의 편집국장으로 유명한 윌리엄 타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중퇴했지만 그는 누구보다 많은 독서량으로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편집자 중에는 현재까지도 유명한 잡지인 <에스콰이어>, <뉴요커> 등의 창간자이자 편집자에 대한 소개도 많이 되어 있다. 잡지 편집자들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혁명적이고 도전적이다.

잡지는 내게는 정말 멀리 있는 것이었다. 미용실에 널려있는 잡지조차 들쳐본 적이 없던 나이기에 잡지는 내가 생각하는 ‘책’의 분류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내가 잡지사를 차리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고 잡지를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다. 여러 잡지들을 보며 든 생각은 각 잡지사의 색깔이 각양각색이고, 편집 방식 또한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잡지는 책이었다.
잡지 편집자들의 삶을 엿보면서 잡지사를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탁월한 센스, 시작을 개척해 나갈 도전의식, 창의적인 아이디어. 최소한의 이 세 가지가 필요한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항상 그(해롤드 로스)의 머릿속에는 “무엇인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새롭고 놀랄 만한 기획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세상에는 무언가 없는 것이 있다. 그 ‘무엇’을 독자는 항상 찾고 있는데 어떻게서든지 그것을 만들어내고 싶다” 잠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그는 그것만을 생각했다. (p.149)
<뉴요커>의 창간자이자 편집자인 해롤드 로스가 말한 것처럼, 잡지는 시시각각 변해가야 하며, 사람들이 캐치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잡지사 창간과 편집자의 일상이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나 또한 나의 목표를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하고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