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뮤지컬 틱틱붐]메인포스터.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1/20241127152837_bkmzwzfd.jpg)
20살은 자연스레 되지만, 30살은 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학창 시절 수능을 끝내고, 20살이 되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20살 성인이 갖는 자유는 너무나도 달콤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20살이 너머 21살이 시작되고 나서 우리는 점차 성인의 무게를 떠안으며 30살이 되는 것을 무서워하기 시작한다. 막연히 30살이 되면 멋지게, 장밋빛 인생을 살고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20대 후반이 될수록 그러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기도 우울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30살은 너무나도 버겁고, 두렵다. 누구나 겪는 이러한 감정을 다룬 작품이 바로 뮤지컬 <틱틱붐! tick, tick...BOOM!>이다. 바로 이것이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 1960~1996)과 그의 작품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조나단 라슨은 이미 국내에서 뮤지컬 <렌트 Rent>와 넷플릭스 영화 <틱틱붐>의 흥행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이자 극작가이다. 실제 그는 20대 때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고, 8년 동안 뮤지컬 <슈퍼비아 Superbia>를 수정하고 수정했다. 라슨은 에스닉(ethnic) 마이너리티, LGBT, 중독자, 에이즈 환자와 같이 당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외면받던 소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그의 관심은 뮤지컬 <렌트>에서 잘 드러난다. 더불어 당시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였던 에이즈에 의해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죽어갔던 라슨의 아픔은 뮤지컬 <틱틱붐>에 내재해 있다.
뮤지컬 <틱틱붐>은 처음 라슨에 의해서 1인극 뮤지컬로 기획된 자전적 모노드라마이다. 1990년에 막 30살이 된 그가 작곡가의 꿈을 키우며 낮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창작에만 매진하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이 작품에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하여 여러 차례 워크숍을 진행했고, 이에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나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 – 뮤지컬 <렌트> 초연을 하루 앞두고 사망 - 으로 본 작품은 사장되었다. 이후 라슨의 천재성과 작품의 완성도를 아깝게 여겼던 그의 친구들에 의해 다시 공연이 계획되었고, <프루프 Proof>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극작가 데이비드 어번(David Auburn)이 참여해 1인극에서 3인극으로 수정하면서 주인공의 삶을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그렸다. 2001년 6월 오프 브로드웨이 뉴욕 제인스트리트 극장에서 초연되었으며, 3개월 뒤인 2001년 12월 신시컴퍼니에 의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이후 2002, 2005, 2007, 2010년까지 다섯 시즌에 걸쳐 한국에서 공연되었다. 그리고 2024년 올해 공연에서 신시컴퍼니는 이 작품을 3인극에 5명의 앙상블을 추가하여 8인극 형태로 바꾸어 대극장 무대에 올렸다.
극은 핵심 인물 세 명인 존(극 중 이름 라슨), 존의 친구 마이클, 존의 여자 친구 수잔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마이클과 수잔은 각각 1인 다역을 수행하며 극 중 등장하는 여러 인물로 분한다. 작품의 줄거리는 30살 생일을 맞이해 초조한 존의 모습을 중심으로 존과 양면적인 존재로 상정되는 마이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존과 마이클은 과거 함께 예술을 했지만, 마이클은 꿈을 버리고 현실을 살고자 회사원이 된다. 여전히 꿈을 좇다가 가난하고 미래가 암울한 스물아홉 살 예술가 존은 성공한 삶을 사는 마이클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존은 계속해서 마이클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한다. 점차 마이클과 존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게 되는데, 이때 마이클의 에이즈 투병 고백으로 마이클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는 전복된다. 마이클은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는 존을 부러워하고 있었고, 존은 겉모습만 보고 친구를 비난하던 자신의 모습에 말문이 막힌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국 워크숍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지만, 존은 자신의 30번째 생일을 이전처럼 비관적인 태도가 아니라 감사한(행복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뮤지컬 <틱틱붐>의 원제는 ‘30/90’이었고, 이후 ‘Boho Days’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작품의 오프닝 넘버(opening number)가 ‘30/90’이다. 1990년대 30살이라는 의미인 이 제목은 극의 오프닝과 클로징에 수미상관 구조로 배치되어 본 작품을 관통하는 주선율이자 앞서 말한 극의 주제가 된다. 이에 계속해서 리프라이즈(reprise) 되며 곧 30살을 맞게 되는 존의 감정 변화를 음악적으로 보여준다.
![[2024뮤지컬틱틱붐] 존(배두훈).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1/20241127152852_aqhqrcfl.jpg)
시계를 멈춰 / 작전 타임 / 재정비해 / 질 때지더라도
필름을 되감아 / 다시 편집해 / 끝나기 전에
세월은 빠르고 / 주름살은 더 늘어가고 / 발버둥 치는 데도 한결같이 제자리로
당황도 체념도 하지 마 / 괜찮아 살면서 한 번씩은 겪는 거야.
축하해 Happy Birthday / 나는 슬퍼 죽겠는데 / 1990년에 서러운 서른
아직도 실감 안 나 스물아홉으로 해줘 / 내 인생 쫑난 거야
30살 별 수 있나 / 별 수 있나*
- 넘버 ‘30/90’ 中 -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시즌 새롭게 시도된 라이브 캠 사용에 주목할 만하다. 연출을 맡은 이지영(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2024)에서 첫 단독 연출 진행 및 신시컴퍼니 상주 연출)은 존의 독백 장면에서 라이브 캠을 사용한다. 본 작품에는 존의 독백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존이 누군가에게 말을 걸듯 내뱉는 혼잣말이 진행될 때 라이브 캠을 통해 존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송출된다. 이때, 대개 존의 정면 얼굴을 크게 보여주는데, 이로 인해 관객은 마치 존이 자신에게 말하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존의 혼잣말이 아닌, 존의 친구로 그와 마주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에 관객은 존의 고민과 그가 느끼는 감정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특히, 그를 비추는 라이브 캠의 영상 오른쪽 상당 부분에 극이 진행됨에 따라 변화해 가는 시간이 표시된다. 이 시간으로 인해 관객은 자신과 동떨어진 하나의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 내 친구 중 한 명인 존이 30살을 맞이하기 직전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녹화하고 있거나, 혹은 녹화한 것을 보는 듯하다.
더불어 뮤지컬 <렌트>의 근간이 되는 작품이 뮤지컬 <틱틱붐>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영화 <렌트>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마크가 로저와 같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캠코더로 주변 인물들을 찍는 장면 말이다. 캠코더로 누군가를 찍어서 기록한다는 것은 대상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지 가능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존은 자신의 삶이 일명 ‘노답’이라고 이야기하며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사랑했다는 것을 연출가는 라이브 캠 연출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 작품이 실제 불행하게 끝난 존의 삶과 달리 행복하게 마무리되는 것처럼 말이다.
![[2024뮤지컬틱틱붐] 존(배두훈), 수잔(김수하), 마이클(양희준), 앙상블.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1/20241127152906_xkxzzrqs.jpg)
새장과 하늘 / 새는 어떤 걸 택할까
행동으로 외쳐, 소리 높여 / 두려워하지 말고*
- 넘버 ‘Louder Than Words’ 中 -
마지막 넘버 ‘Louder Than Words’에서 어린 시절 놀이방에서 가지고 놀던 공(노란색)들이 천장에서 후두두 떨어지면서 한순간에 무대 위에 놀이터(대형 정글짐)를 연상시키던 무대 구조 ─ 존과 마이클의 집 등으로 변화 ─ 는 어른이(어린이와 어른을 합친 말)의 공간으로 변화하며 앞날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겠다는 존, 마이클, 수잔의 모습을 강조한다. 하지만 동시에 현 사회에서 노란색이 누군가를 추모할 때 사용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았을 때 뮤지컬 <렌트>의 성공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존의 삶에 애도를 표하는 듯싶기도 하다 ─ 극 중 라이브 캠의 배경이 브로드웨이의 전광판에 위치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브로드웨이 한복판에 걸린 존의 얼굴은 그의 사후에 일어난 뮤지컬 <렌트>의 성공을 암암리에 보여준다 ─. 이러한 맥락에서 뮤지컬 <틱틱붐>이 그의 유작이라는 것을 아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은 일종의 ‘존(라슨)의 레퀴엠’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번 시즌은 이처럼 단순히 라슨의 삶을 무대 위에 그리는 것에서 나아가 그를 위한 레퀴엠처럼 연출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더불어 대극장 무대로 확장한 만큼 김영곤 편곡자와 오민영 음악감독(前 뮤지컬 <렌트> 음악감독)이 악기 구성을 추가하여 사운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바꾸어 기존 음악에 새로움을 더했다. 그러나 의도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밴드 연주가 진행될 때 음의 진행이 다소 무겁게 이뤄지면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다소 아쉬웠다. 더불어 작품을 3인극에서 8인극으로 확장한 만큼, 극의 전개상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앙상블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 이번 시즌 황석희가 번역으로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