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만화 Vol.10 - 판타지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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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현재 흐름을 포착해내는 만화 전문 비평지 <지금, 만화>가 10호를 발행했다. 이번 호에서는 웹툰, 웹소설, 영화, 드라마 등 여러 콘텐츠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판타지'를 주제로 선정했다. 대중적이고 독자가 쉽게 접하는 장르인 만큼 빠르게 변화하며, 앞으로 기존 문법을 어떻게 계승하고, 변형해 나갈지가 기대되는 장르다.
<지금, 만화> 10호에서는 판타지의 전문적인 설명과 비판을 통해 판타지 장르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커버 스토리에서는 판타지의 특징과 문법을, 크리틱에서는 판타지 이론을 접목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판타지 장르를 풀어내는 비평이 이어진다.
판타지라는 장르에 독자들이 열광하는 이유와 판타지에서 무엇을 얻는지에 대한 고찰이 이번 <지금, 만화> 10호를 여는 글로 독자를 맞이한다. 판타지 장르에 대한 여러 전문가의 주장과 설명이 있는 커버스토리에서는 독자들이 판타지 장르를 즐기는 방법과 판타지가 무엇을 재현하는가에 대한 고찰, 퓨전 판타지 장르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SF 판타지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장르 판타지와 게임 증강 현실이라는 장르, 로맨스와 로맨스 판타지가 여성의 욕망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이렇게 총 네 가지 글로 판타지 장르를 설명한다.
여는 글 <판타지에서 리얼리티를>에서는 장르 문학 판타지 장르를 독자가 어느 부분에서 리얼리티를 느끼는가, 판타지가 현실을 어떻게 재현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이뤄진다. 무엇보다, 순수 문학 비평에서 사용하는 '환상'이라는 단어와 이 글에서 말하는 '판타지'라는 용어를 구분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전혀 다른 이론을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장르 판타지, 현대의 판타지는 포스트 모던 시대의 상상력의 환경을 나타낸다고 언급했다.
독자는 현실과 다른 허구의 가상세계에서 캐릭터에 이입해 그곳에서 리얼리티를 실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허구'의 가상 세계라 하더라도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이 가상세계는 현실과 너무나도 비슷해 현실의 인식을 그대로 재현한다. 특히, 헬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는 자조적인 생각이 회귀, 빙의, 환생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로맨스'와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글 <로맨스와 로맨스 판타지의 오월동주, 무엇이 더 판타지인가?>를 살펴보자. 로맨스 장르에 대한 고찰은 이미 <지금, 만화>에서 여러 번 언급했었다. 9호 '웹소설', 8호 'BL' 7호 '젠더'에서 다루었듯, 로맨스는 여성들의 욕망을 반영하는 장르다. (이번에는 이성애의 로맨스만을 다룬다) 그렇기에 로맨스 작품에서 여성들의 욕망을 읽을 수 있는데, 최근 로맨스에서는 일에서 성공을 거두고, 원하는 사랑까지 쟁취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공적인 자아의 성공과 사랑의 쟁취라는 욕망을 대리 실현한다. 로맨스 판타지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넘어간다.
현실에서 더는 욕망을 이룰 수 없다는 인식이 욕망의 실현 무대를 판타지로 옮긴다. 바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시 태어나고(환생), 다른 누군가가 되고(빙의), 낭만적 시대로 돌아가는 것(회귀)을 택하는 것이다. (p.37) 앞서 이야기한, 가상세계에서 캐릭터에 이입해 그곳에서 리얼리티를 실감하는 구조가 판타지였다면, 로맨스 판타지도 욕망의 실현을 가상 세계에서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외과의사 엘리제> / <어느날 공주가 되어버렸다>
다음은, 판타지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국내 퓨전 판타지 장르는 어떻게 발전했는가?>와
에서 알 수 있다. 판타지는 주로 '판타지적'인 특징-특징적인 캐릭터, 마법, 인간 세상과 분리된 공간-을 갖고 있는데, 기술이 발전하고, 계속해서 판타지를 변형하는 시도 끝에 퓨전 되어 발전되어 왔다. 서양 판타지와 동양의 무협이 결합해 두 세계관이 공존하는 작품인 <묵향>이 연재되기도 했고, 온라인 게임과 판타지가 결합된 형태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웹과 장르 문학의 만남인 '웹툰'과 '웹소설'이 그 예로 들 수 있다. 게다가 SF 판타지의 근간을 판타지와 게임 증강 현실의 퓨전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이는 장르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퓨전은 얼마든지 이루어진다. 거대 플랫폼 카카오와 네이버가 북미권 웹툰, 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글로벌에 진출하면서 국가 간 경계가 사라지는, 일명 상상만으로 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저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판타지하게 퓨전 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즉, 다른 예를 설명하자면, 글로벌 현상 자체가 퓨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판타지의 미래를 상상보다 더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는 장르 문학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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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에서는 판타지 장르 작품을 선정해 다양한 시각에서 비평하고 해석한다. 첫 글은 제주를 기괴하고 환상으로 바라본 윤인완 작가의 <아일랜드>를 비평한 <패럭시스의 섬, 제주도!>이다. 흔히, 공포물에서는 시골이나 발전이 되지 않은 어느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귀신이 등장하거나, 어떤 자연적인 힘이 도시에서 온 자들에게 펼쳐지는 서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를 단순히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 잘 알지 못하는 것들에 갖는 무언가의 두려움으로 생각하곤 했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서사를 '전복의 문학'이라는 환상에 대한 이론을 제시한 '로즈매리 잭슨'의 이론에 기반해 작품을 비평한다.
그 전에 '로즈매리 잭슨'의 이론을 설명하자면, 자연적 질서를 경이로, 근대 이후 자연적 질서를 마주하는 서사는 기괴로 인식하며, 이 중간 과정에서 환상이 형성된다는 토도로프의 환상 이론에 기반해 재정립한 이론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근대성과 전근대적 질서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그 근간에서 환상이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근대와 전근대, 자연과 초자연, 대상과 이미지라는 두 축의 사이에 걸쳐진 불확정한 곳(점근축)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일랜드> 속 제주는 대상도, 대상이 투과된 이미지도 아닌 공간이다. 그렇기에 제주에서는 환상이 발생하게 된다. 주술을 사용하고, 신성력을 사용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제주, 그리고 그 제주로 오게 된 인물은 서울에서 왔으며, 또한 근대의 법칙을 조종할 수 있는 부자다. 전근대적인 제주와 근대성을 가진 서울, 퇴마, 주술을 사용하는 자연적인 법칙의 사람들과 서울에서 온 주인공, 이렇게 대비된다. 이 설정을 이론과 연결시켜 저자는 "제주를 전근대의 법칙이 작용하는 곳으로 바라보는, 일명 타자화의 시각이 작동했다"고 한다. 제주의 전근대적 법칙을 해석하지 못하는 이 지점에서 공포가 발생한다는 저자의 해석이 흥미롭다.
[SF 판타지와 코미디의 이중주]에서는 SF 판타지의 두 작품, <덴마>와 <문유>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를 코미디의 결합에서 찾아 설명한다. 마니아적인 요소가 짙은 장르인 SF 판타지 <덴마>, <문유> 작품. 마니아적인 요소와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에도 이 두 작품은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작품이다. SF 판타지의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는 작품 특성상 과학 이론을 설명해야 하므로 직관성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다면, 장르적 특징을 극복하기 위해 이들은 코미디의 직관적인 특징을 이용한다. SF 판타지에 직관적이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를 더해 SF 판타지의 단점을 중화시켰다는 평이다. 이외에도 SF 판타지와 코미디라는 의외의 결합이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갔는지를 살펴보는 비평이다.
판타지 장르 과몰입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판타지는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비슷한 소재의 판타지물이 창작되면서 판타지 장르 속에서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동물의 인간 체험 판타지>에서는 판타지 속성의 '수인'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 사회를 묘사한 작품 <데이빗>과 <비스타즈>에 주목한다.
인간은 동물에 속해 있지만, 누구보다도 동물이 되기를 끔찍이 싫어하고 혐오하는 존재다. 언제나 동물과 자신을 구분 지으려고 하는 까닭에 판타지에서는 인간보다 더 나은 동물을 등장시키거나, 동물로 변신시키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거나, 동물이 체험하는 인간 사회를 비유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동물들이 인간 사회 구조를 반영하는 거울이며, 이들은 도덕성, 편견, 차별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역할을 한다고 언급한다.
마지막 비평에서는 '한국적인' 판타지 작품에 주목한다. <21세기 한국적 판타지를 제시하다>에서는 한국의 '귀신'에 집중한 <극락왕생>과 <어둠이 걷힌 자리엔>이 두 작품을 통해 한국만의 공포물의 특징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의 독특함을 짚어냈다. "미욱한 것들을 사랑스럽게 여기는 태도"를 지니고 있으며, 근대화에 민속적 정취가 사라지는 것들에 가치를 부여하는 작품"이라는 평을 남긴다.
커버 스토리와 비평 외에도 현재 만화계의 이슈를 다룬 '이슈'와 예술 지원 정책을 담당하는 의원의 인터뷰까지 수록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이슈는 거대 웹소설, 웹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거대한 괴물, 카카오와 네이버의 행보에 관한 주제를 담았다.
이전 호부터 이 두 기업의 공격적으로 시장을 넓히는 행보를 분석해왔다. 이번 호에서는 초거대 플랫폼의 등장이 웹툰과 웹소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시장의 확고한 지배자가 생기면 나타나는 독과점 문제, 플랫폼이 선택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등 작가의 작품 활동에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둘러싼 작가들의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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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부터, 과거 판타지의 역사와 현재 등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고 비평하는 비평 잡지다. 질 좋은 글을 판타지에 관심이 있거나 현재 만화 산업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금, 만화>다. 장르물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판타지 장르인 만큼, <지금 만화>의 이전 주제와 겹치는 부분 또한 많다. 10호를 읽고 다른 호도 읽어본다면, 종합적으로 판타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오지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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