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온전히 돌보는 '마음챙김'에 관한 소고(小考)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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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이하 '저탄고지') 시작 899일 차. 900일을 하루 앞둔 오늘이다.
2021년 7월 18일, 오늘도 나는 방탄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식이요법을 시작했던 것은 2019년 2월 1일이다. 당시 나의 몸무게는 126.2kg. 무려 세 자리였다. 2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 절반을 조금 넘는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나를 오래 만난 주변의 사람들은 "아직까지 체중 잘 유지하고 있니? 지금도 더욱더 예쁘고 건강해 보인다. 더 노력해서 유지 잘했으면 한다."라고 말씀하시곤 한다.
그러나 내가 건강관리 3년 차에 접어들 동안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는 특별한 비법은 없었다. 그저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요소들을 알아내어 지키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나를 해치는 먹임'의 시작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 아니 그 이후 성인기에 접어들었을 때까지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것으로 풀었다.
특히 때때로 잠자리에 누워 공허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면 먹는 것을 찾았다. 생라면을 잘게 부순 조각에 수프를 뿌린 것을 흔들어 먹기도 하고, 달달한 사탕과 초콜릿 과자들을 먹기도 했다. 모두가 잠든 밤이면 냉장고를 뒤져 반찬을 먹기도 했고, 심지어 분유 맛이 느껴지는 커피 크림을 숟가락으로 마구 퍼먹기도 했다.
그런 밤을 지나 다음날이 되면 어김없이 손 붓기부터 시작해 피부에도 이상이 생겼다. 소화가 되지 않아 화장실에 달려가 게워내곤 했다. 당연히 그런 과정 때문에 일반적인 하루 세 끼 식사 시간에서도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항상 나의 방, 특히 침대 옆자리에는 늘 라면과 과자봉지, 사탕 껍질이 구석에 박혀 있었다.
어디서나 유달리 더 컸던 나의 몸
그랬기 때문에 항상 나는 학교에서 신체검사일과 체력장이 제일 큰 스트레스였다. 신체검사하는 날에는 몸무게를 재면 항상 기가 죽고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때만 되면 주변 친구들의 관심이 나에게 쏠리곤 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가 매년 그때만 되면 세간의 주목을 한 번에 몰아서 받곤 했다. "왜 나는 이런 일로 관심을 받고 이목을 끄는가? 나는 그런 존재인가?" 그들이 쳐다보지도, 혹은 말을 걸지도 않던 존재감이 없었던 나였는데 말이다. "전 학년 학생 중 제일 뚱뚱한 학생, 권은미"라는 타이틀을 미친 듯이 부정하고 싶었다.
설상가상으로 신체검사일 며칠 뒤에는 수업 중 따로 불려 나오기도 했다. 항상 매년 비만 관리 특별 대상 학생으로 채혈을 했다. 그래서 전혀 주삿바늘을 무서워하지 않는 성향이 되었다. 체력장 전날은 학교에 가기 싫었다. 어느 종목이든지 간에 내가 제일 늦게 꼴찌로 도착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놀림을 받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이후, 성인이 되고 나서는 교복이 아닌 나 스스로 옷을 선택해 입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에 더구나 신체적 측면에서 스스로 내적 갈등이 심했다. 나의 옷 선택 기준은 '무조건 큰 치수'였다. 나의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가 들어갈 수 있다면 디자인은 따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디자인을 선택하려고 할라치면 옷가게 사장님께 듣는 소리는 "손님은 디자인을 따지면 옷 못 입어요."였다. 그때의 나는 입을 수 있는 게 중요했다. 한창 예쁘게 꾸미고 다녔을 20대 시절의 내 사진을 보면, 그 속의 나는 늘 카고바지를 입고 있다. 그때까지 치마를 입은 경험은 중고교 시절의 '교복'뿐이었다.
그때 당시의 또래들의 '다이어트' 이야기 상황에서 나는 침묵을 지키고 있어야 했다.
2012년 11월, 검은 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학교 졸업 이후, 뜻밖의 신체적 사고와 정신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러한 '나를 해치는 먹임'에 대하여 다시 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그것은 '2012년 11월, 나를 덮쳤던 검은 구름'이라고 스스로 명명한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특히 이 전환점을 통해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이라고 불리는 일명 '마음챙김 식사'의 개념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나를 해치는 먹임'을 중단할 수 있는 엄청난 큰 힘을 주었다.
그 순간들을 앞으로 몇 번의 기고 글들을 통해 되돌아보며 현재 이 순간 나에게도 또 다른 용기의 형태의 원동력을 부여하고자 한다.
다음 기고 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 관련 글 : 내게 전하는 매년 7월의 기획, '특별한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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