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낯선 이와 교감하는 방식에 대하여: 바그다드 카페 [영화]

글 입력 2021.07.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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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것들이 실은 기막힌 우연과 필연의 굴레 속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것임을 문득 깨닫게 될 때가 있다. 특히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잔뜩 꼬인 인간관계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꽤 오래 허덕이곤 한다.


나도 사람이고, 나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은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자라왔는데도 여전히 타인은 낯선 존재다. 그들 각각이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르고, 별나고, 잘났다.


그래서인지 나와 누군가를 잇는 관계가 더욱 신비롭게 느껴진다. 태초부터 너무나 달라서 곧잘 부딪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서로 의지하고 연대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다. 서로의 외로움을 외면하지 않는 일이란.


'바그다드 카페'가 마음 따뜻한 영화로 느껴진 이유도 그런 이유인 듯하다. 러닝타임 동안 낯선 온기를 받아들이는 흐름을 지켜보는 일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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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조우


 

영화에는 브렌다와 야스민이 등장한다. 두 여성은 각각 저마다의 이유로 남편과 이별하고 홀로 남아 사막을 정처 없이 헤매거나 쓰레기가 나뒹구는 삭막한 공간에 홀로 남아 방황하게 된다.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먼지 쌓인 '바그다드 카페'를 운영하는 브렌다는 우유부단하고 무능한 남편을 쫓아내고, 라스베이거스에 가려던 야스민은 고집 세고 제멋대로인 남편의 차에서 내려 사막을 헤맨다.

 

이 둘이 각자 흐르는 눈물과 땀을 닦아내며 처음 마주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들의 어색하고 묘한 기류가 흐르는 정적은 짧지 않게 이어지며 두 사람 앞에 어떤 일들이 펼쳐지게 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브렌다와 야스민은 겉모습부터 사용하는 언어, 서로를 대하는 생각과 태도, 성격까지 모든 것이 전부 다르다. 먼지바람을 풀풀 날리며 지나가는 트럭 운전사 밖에 없는 황량한 사막에서 불쑥 나타나 일상의 틈에 끼어든 야스민을 의심과 경계 어린 눈으로 보던 브렌다와는 달리 야스민은 브렌다의 또렷한 검은 눈동자를 보고 겁먹었던 것도 잠시, 금세 마음을 열고 말없이 카페에 상주하는 이들과 점차 가까워진다.


불 같은 성격을 가진 브렌다는 관계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신중해 보이는 반편 야스민은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인지는 몰라도 다소 소극적으로 보임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바그다드 카페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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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카페라는 공간(특히 바그다드 카페에서는 투숙도 가능하다.)은 끊임없이 이방인을 맞이하고 따뜻한 차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곳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카페의 사장인 브렌다가 지나치게 야스민을 경계하는 모습이 몹시 낯설게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곧 남편과 관련한 상처를 서로 공유하게 되고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게 된다. 야스민이 자신의 공간을 함부로 정리하려 들었을 때 길길이 날뛰며 화를 내고 당황스러워하던 브렌다가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자 삭막하던 바그다드 카페에 활기가 찾아들기 시작한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매우 낯선 누군가를 처음 마주하고, 호기심을 갖고, 알아가고,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게 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존재를 위한 존재


 

영화 초반에 야스민의 남편이 길가에 커피포트를 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 버려진 커피포트를 재밌게도 브렌다의 남편이 우연히 발견하고 주워 가게 되면서 커피포트는 처음엔 바그다드 카페 사람들과 이방인인 야스민의 '다름'을 보여주는 장치에서 그들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치로 변화한다.


누군가에게는 독약같이 쓴 커피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맛 좋은 커피가 된다는 것은 언제나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상대방이 나와 같기를 기대하고 실망할 때가 종종 있지만 이들은 처음부터 서로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눈만 마주치고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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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은 결국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졌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랑과 연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제 쓸모를 잃고 버려졌던 커피포트가 커피머신 하나 없는 먼지 쌓인 카페에 둥지를 틀고 새로운 기능을 발휘하듯이 그저 남들이 버린 빈 깡통만 주워야 했던 두 여성의 인생은 나와 닮지 않은 타인을 보듬고 이해하는 유일한 공간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나도 누군가를 만나서 야스민과 브렌다의 바그다드 카페처럼 마술같이 아름다운 공간을 나누려면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서로 수없이 부딪히는 이 세계에서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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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민과 브렌다는 서로를 만나기 전과 후가 매우 달라졌다. 늘 인상을 쓰고 불 같이 화를 내며 악착같이 살아온 브렌다는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맞이한다. 야스민은 뜨거운 사막을 지나면서도 딱딱한 정장 치마에 모자, 구두까지 갖춰 입곤 했는데 점차 한 겹씩 벗어던지며 '문치그슈테트너 부인'이었던 자신을 '야스민'으로 소개하기 시작한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만나 평화와 안정을 찾고, 자신을 가두고 옭아매던 것들을 벗어던지게 되는 경험은 흔하지 않은 만큼 귀하다. 우리는 때로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대에게 상처 받거나, 반대로 상대를 전혀 파악할 수 없어 막연한 두려움이나 미움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은 어쩌면 '다름' 속에서만 배울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세상은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크니까 이렇게 한 걸음씩 타인과 가까워지는 것만이 이 세상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구원하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운을 조금 더 보태서 야스민과 브렌다처럼 서로의 빛이 되어주는 인연을 만나 최대의 행복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다.

 

 

[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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