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폭 영화 좋아하세요? 하편 [영화]

한국과 이탈리아의 '조폭 영화'는 '조폭 영화'가 아니다.
글 입력 2021.06.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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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을 통해, 현재의 ‘조폭 영화’라는 카테고리가 차지하고 있는 광범위한 소재 및 장르적 지위는 한두 가지의 영화사적 용어로 축약하기 어렵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또한 할리우드를 핵심적인 흐름으로 하는 영화사적 발자취에서 다양한 영향을 각 문화권이 주고 받으며 ‘조폭 영화’라는 범주의 다채성을 확보해왔음을 알 수 있다.

 

홍콩 영화가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미친 지대한 영향을 생각해보면 그 이해가 쉬울 것이다. 결국 이러한 다원성을 보유한 ‘조폭 영화’의 스펙트럼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영화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핵심적으로 한국 영화와 이탈리아 마피아 영화를 살펴 보고자 한다.


한국 누아르 영화는 <신세계> 이후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꾸준히 형사물과 범죄물 등이 나왔던 것이 사실이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한국의 조폭 영화에 있어서 하나의 전범처럼 자리 잡은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세계> 이후로는 남성 간의 의리를 조명하며 범죄, 조직 폭력 등의 소재를 메인으로 하는 것이 주요하게 자리 잡았다. 꾸준하게 서브컬처를 통해 언급되어 온 <아수라>, <불한당> 등이 그 맥을 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장르적인 시도를 결합한 한국식 누아르 영화가 다수 등장하게 된다. 꾸준한 ‘조폭 영화’의 개봉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관객들도 있었으나 그만큼의 변주가 시도되었다는 인상도 강하다. 기본적으로 ‘조폭’ 캐릭터 혹은 범죄자 캐릭터가 등장하면서도 상당히 다양한 소재를 결합하거나 장르적인 시도를 변용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꾸준하게 뭇매를 맞는 부분은 바로 이 영화들이 보여주는 젠더관에 있어서였다. 물론 이는 비단 한국의 ‘조폭 영화’에만 해당하는 비판은 아니며, 장르적인 문제를 제하고도 상당수의 영화는 남성 중심적이라는 혐의를 벗어나기 힘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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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 <신세계> 이후 본격적으로 열풍을 이어간 한국식 ‘조폭 영화’는 여성 배제적인 수준 이상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핵심적 요소로 삼거나, 도구적인 여성 캐릭터의 무한한 증식에 가까울 정도라고 여겨져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또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예술적 재현에 대한 페미니즘적 관심도가 높아졌던 것 역시도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이에 여성형 누아르 영화에 대한 시도도 이루어졌다.

 

<친절한 금자씨>가 여성형 누아르 영화의 효시로 한국 영화의 역사적인 줄기를 차지하고 있으나 비슷한 2010년대 후반에 등장한 <차이나 타운>, <악녀>, <미옥> 등의 영화가 이러한 시도가 일련의 사회적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여성형 누아르 영화라는 이름의 시도에 대한 의문은 동시에 제기되어왔다. 여성 서사 영화에 대한 관심과 시도, 풍부한 담론은 물론 중요하지만, 과연 ‘조폭 영화’라는 장르가 여성영화로서 탈환해야 하는 장르적 영토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러한 의문은 담론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이기에, 시도되었던 영화들을 다루면서도 꾸준히 회의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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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타운>은 여성형 누아르에 대한 시도가 가장 돋보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미옥>과 <악녀>가 범죄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있는 여성 캐릭터의 개연성을 자연적 모성의 발현에 의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차이나 타운>에서도 물론 모녀 관계가 핵심적으로 등장한다. 엄마와 주인공 일영의 관계가 그것이나, 이는 생물학적인 모성이나 타인을 연민하여 챙겨준다는 가부장제적 규범 내에서의 모성 수행과는 달랐다. 오히려 조폭 영화의 핵심적인 요소인 ‘후계’ 관계의 원형과 반복의 굴레 등과 같은 전형성을 더 닮았다. 특히 한국 조폭 영화의 유행에 있어서 여성 배제적 ‘남성 유대’의 관계적인 매력을 모녀 관계로 대입했으며 이것이 작위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또한 ‘일영’의 각성을 돕는 캐릭터인 ‘석현’은 구조적으로는 기존 ‘조폭 영화’ 속 순수한 여성 주인공이 차지하는 지위와 매우 닮아있다.

 

인류애를 상실하고 잔인성에 함몰되어 있는 주인공 일영이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밝고 순수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석현과 엮이는 것이 영화의 변곡점이 되는 사건이다. 일영은 석현을 통해 이전에 느낀 적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자신이 속한 폭력의 세계에 대한 회의를 품게 되는 것이 영화의 기본적인 골자이다. 이는 앞서 살펴보았던 갱스터 영화, 누아르 필름 등이 보이는 희망이 없는 세계 속 악인과 구분되지 않는 주인공이라는 구도와는 확연히 다르며, 오히려 신파적인 면모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마우희의 ‘엄마’와 마우희, 그리고 일영으로 이어지는 신탁과도 같은 저주의 서사는 보통 ‘아버지와 아들’의 비극에서 자주 사용되던 방식의 고전적인 메타포이다. 이러한 신화적 메타포는 남성적인 갱스터 영화에서 자주 활용됐다는 점에서 전유적인 맥락을 갖게 된다. 이러한 고전적 비극의 알레고리가 <차이나 타운>을 보다 성공적인 ‘조폭 영화’로 만들었다. 그러나 순환적 비극을 이미 알고 있는 전능한 ‘엄마’가 입양 사실을 일영의 탄생과 같은 곳을 통해 알리고자 했다는 점은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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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엄마’라는 호칭 자체가 주는 전지전능한 보살핌의 이미지를 색다른 방향성으로 견인하고자 한 노력이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사회적 여성성의 극대화인 온화하고 자비로운 ‘엄마' 라는 상징과는 다르게 사용하여 풍부하게 누아르 적 캐릭터로서의 ‘엄마’, 마우희 캐릭터를 그려냈다. 물론 젠더적 관점에서, 혹은 장르적 관점에서 부족함이 없는 영화는 아니었으나 양방향적인 면모들을 잘 다루어본 영화이며, 여성형 ‘조폭 영화’가 한국에서 주목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기표와 같은 작용을 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여성 캐릭터와 서사를 부각하면서도 ‘조폭 영화’라는 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한국 안에서 차츰 늘어가고 있다. 고전적인 영화로부터 기원을 찾을 수 있던 ‘조폭 영화’의 다양한 범주들이 시대를 거치며 가장 보수적이고 완고한 부분이었던 젠더적 재현의 한계를 어떻게든 조정해보고자 시도한다는 것은 영화사적으로도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

 

젠더적인 관점이라는 현재적인 방향성의 적용 외에, 소재적으로 고전적인 ‘마피아’를 다루어야 했던 이탈리아 영화는 어떨까? 누아르 영화라고 했을 때에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부> 역시 이탈리아계 마피아를 주인공으로 한다. 마피아의 역사는 이탈리아의 역사에 있어서 결코 배제될 수 없는 문화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영화에서 마피아가 재현되는 방식에 있어서 궁금함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극영화, 드라마를 통한 마피아의 재현은 한국 영화의 특수한 ‘조폭 영화’가 형성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만의 특징을 가지고 이루어졌다. 그러나 보다 눈에 띄는 것은 마피아에 대한 장르 영화적인 접근이 아닌 두 영화이다.

 

하나는 Matteo Garrone 감독의 네오리얼리즘 영화 <고모라, Gomorra>이다. 마피아로 유명하다 못해 도시의 구조 자체가 마피아 시스템하에 있는 곳, 카모라(Camorra)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이탈리아 영화 사조의 일종인 네오리얼리즘적인 미학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전문적인 배우가 연기하는 극영화가 아니라 실제 ‘범죄자’들이 영화에 등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관을 삭제하고 접근한 이 영화 속의 인물들이 마피아 시스템 그 자체인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은 우리가 상상하고 기대하는 ‘마피아 영화’와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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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영화는 Gabriele Salvatores 감독의 <아임 낫 스캐어드>이다. 이 영화는 니꼴로 아만띠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가 어른들에 의해 파괴되는 과정을 스릴러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영화는 이탈리아 남부의 허구적 마을을 설정하고 시대적 배경은 1978년으로 두고 있다. 이 시기는 마피아가 납치를 벌이는 일이 빈번했던 시기이다. 영화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성장의 고통을 아름답게 조명한다. 세계가 안전하거나 아름답지 많은 않다는 것을 알아가는 고통의 과정은 소설 <데미안>처럼, 아리고 두려운 일인 동시에 아름답게 여겨진다.

 

영화는 남부 지역, 시대적 특징 등을 통해 마피아라는 거대한 존재로 상정되는 외부적 두려움에 대처하는 주인공의 성격적 면모를 드러낸다.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피아와 대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영화의 제목 “I am not afraid.”는 마피아라는 잔인한 세상을 향해 던진 순수한 선언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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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소재적인 특징과 장르, 현재적인 적용 등에 있어서 ‘조폭 영화’, ‘누아르 영화’는 다변화되어왔다. 2020년대의 '조폭 영화'는 또 얼마나 이 이름과 불화할지, 또 어떠한 변주와 풍부함이 나타나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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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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