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폭 영화 좋아하세요? 상편 [영화]

영화사로 살펴본 '조폭 영화'의 다채로운 현재
글 입력 2021.06.10 17:5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조폭 영화는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가리킬까? 한국 안에서 공유될 수 있는 이 질문은 어떤 특수성을 부여받을 수 있을까? 우리가 흔히 ‘누아르 영화’라고 지칭하는 이 영화들은 과연 영화 장르로서의 누아르와 연관을 지니고 있을까? 이를 미국 영화사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들을 통해 알아보고, 조폭 영화의 현재적인 재현들을 이탈리아 마피아 영화와 한국의 ‘암청색 영화’ 두 갈래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조폭 영화’는 미국 영화사를 따라가며 그 기원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1920년대와 30년대 할리우드의 주류 장르였던 갱스터 영화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명칭의 분류상으로 우리가 통칭하는 ‘조폭 영화’는 이 갱스터 영화와 굉장히 유사할 것 같으나, 현재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조폭 영화는 이 시기의 갱스터 영화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요소로 다양한 영화사적 유산을 한 몸에 체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갱스터 영화가 유행하던 당시의 미국은 금주법 시행으로 인해 시골의 주류 밀주업자와 대도시의 갱스터가 등장하게 된다. 미국의 개인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사회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위험한 수준으로 그 개인주의를 캐릭터를 통해 재현한다. 폭력과 범죄를 통해 일반인과 자신들을 차별화하여 규정하는 것이 ‘갱스터’ 캐릭터라면 대부분의 갱스터 영화에서 그들은 그들이 추구했던 것을 잃는 것으로 끝이 난다. 돈, 여성 착취, 권력, 목숨 등이다.

 

또한 형식적으로 장르 영화의 스타일을 마련하게 되는데 스튜디오 세트, 독특한 대사와 의상, 자동차, 총 등이 그것이다. 갱스터 장르의 핵심으로 언급되는 영화는 전설적인 바로 그 영화, <대부>이다.

 

 

131.jpg


 

갱스터 영화와 이어지는 흐름으로 1940, 50년대 할리우드의 필름 누아르 역시 중요한 축이다. 필름 누아르 영화는 어둠의 세계와 교활한 도시 범죄를 소재로 하는 헐리우드의 영화 중 하나로 등장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의 어두움과 혼란을 반영하며 비관적인 미래에 대한 불안이 영화 곳곳에 스며 있으며 표현 기법으로 표출되었다.

 

이는 이후 등장하여 ‘조폭 영화’의 관념적인 특징으로 꼽히게 되는 ‘액션’과는 거리가 먼 장르이다. 필름 누아르는 액션보다는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한 긴장감을 중심적으로 다루며 캐릭터의 내면세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따라서 카메라의 움직임 역시도 매우 절제된 형태로 나타나며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구도를 통해 긴장감을 유발한다. 암울한 분위기를 통해 관객들의 심리를 자극하며 액션보다도 극적 분위기를 창출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였다. 이러한 특징들은 1920, 30년대의 미국 탐정소설의 특징들을 통해 필름 누아르가 장르적 구축을 이루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러나 이 고전적인 필름 누아르는 1950년대에 들어 내외적으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냉전과 미국 내 매카시즘의 영향으로 인한 것이다. 필름 누아르는 미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영화로 재현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매카시즘의 영향 아래에서 제대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탐정 소설에 원전을 두었던 연결고리도 약해지게 되는데, 탐정에서 경찰이라는 제도권 내의 캐릭터로 바뀌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영화산업의 변화를 이유로 이러한 위기가 가속화되는데, 흑백의 시대에서 컬러의 시대로 도약하게 된 것이 바로 그 원인이다.

 

필름 누아르는 기본적으로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강했기에 흑백 영화에 더욱 적합했고, 와이드 스크린과도 미학적으로 어울리지 않았다. 따라서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1960년대 이후 전성기의 막을 내리게 된 것이 필름 누아르이다. 그러나 필름 누아르의 핵심적인 특징인 시각적이고 표현주의적인 촬영기법은 이어 공포, 스릴러, 갱스터 등의 다양한 장르 영화에 큰 영향을 주게 되며 필름 누아르적 캐릭터와 스타일이 다양한 작품에서 등장한다.

 

 

R720x0.q80.jpeg

 

 

1970년대의 미국은 사회적으로 매우 혼란했다. 베트남 전쟁과 워터게이트 사건 속에서 미국의 사회적인 분위기는 불신과 어두움으로 가득하게 된다. 이 시기는 네오 누아르의 영화적 부흥을 가능하게 했는데, 필름 누아르와 유사하게 주제와 캐릭터는 위선과 혼란을 담아내고자 했으나 더욱 강력하게 부패한 세계를 재현한다. 나아가 도덕적인 책임감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모습을 담아내면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준의 그로테스크하고 과도한 폭력성을 보이는 서사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의 서사에 있어서도 캐릭터가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해지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다.


1980년대에는 네오 누아르의 성격적인 특징이 잠시 주춤했으나 1990년대에 다시 활발하게 재개된다. 그러나 1990년대의 누아르 영화는 보다 더욱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면모를 보인다. 정신병적 주인공이 맞게 되는 엔딩에 관심을 표방하는 형태가 많은 것이다. 이는 70년대의 네오 누아르와는 현저히 다르며 오히려 1930년대의 고전적 갱스터 영화의 스타일적 요소를 새롭게 재현한 것에 가깝다. 대표적인 감독이 쿠엔틴 타란티노와 마틴 스코세이지다. 이들은 1930년대 범죄 영화의 특성을 살려내며 1990년 미국의 분위기와 톤으로 사회문화를 해석하는 모습이다.


이렇듯 조폭 영화를 떠올렸을 때 핵심적으로 언급되는 영화인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을 필두로, 1990년대 이후의 ‘조폭 영화’들은 장르와 형식에 있어서 복합적인 파편을 재구성한 경우가 많다. <저수지의 개들>의 경우 홍콩의 액션 영화, 70년대 네오 누아르, 50년대 필름 누아르와 범죄 영화의 요소를 모두 빌려오는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특징을 보인다. 할리우드 갱스터 영화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꼽히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좋은 친구>들 역시 필름 누아르의 스타일적인 요소를 활용하며 캐릭터의 관계와 몰락을 그려냈다.


 

141.jpg


 

현재의 조폭 영화들은 갱스터 영화, 필름 누아르, 액션 영화, 범죄 스릴러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역사적인 기원과 스타일을 융합하여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고정된 장르적 기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국내 느와르 영화의 유명작인 <신세계>, <아수라>, <불한당>, <범죄와의 전쟁>, <차이나 타운> 등은 모두 각기 다른 소재와 영화적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으며 그 서사 면에 있어서도 영화사적인 기원을 하나로 함축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한국식 범죄 영화의 경쾌한 템포는 한국식 느와르 영화와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타짜>가 그 예일 것이다.

 

따라서, 본 지면에서는 영화산업의 패권을 잡고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영화사를 통해 조폭 영화라는 보편적인 지칭의 기원을 살펴보고자 했지만, '조폭 영화'의 거대한 분류를 살펴보는 것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각기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두 나라의 조폭 영화를 살펴보며 이를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이탈리아의 영화 중 마피아 재현을 다룬 영화들이고 하나는 바로 한국의 조폭 영화이다. 이탈리아 영화의 마피아 재현은 마피아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집단에 대한 인지가 반영되는 영화를 중점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낭만주의적 색채로 마피아를 재현하거나, 네오 리얼리즘의 명확한 시선을 보이거나, 마피아에 대한 대항의식을 따뜻하게 드러내는 등 소재만으로는 마피아 영화를 일축할 수 없음을 알게 할 것이다.

 

또한 한국의 조폭 영화의 경우 ‘암청색 영화’라고 불리며 천편일률적 스타일을 가진 남성 중심의 영화라는 비판 담론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젠더적 관점으로 조폭 영화를 살펴볼 필요성을 적극 제시했다. 이는 영화 <차이나타운>, <미옥>, <악녀>, <친절한 금자씨> 등 미국 영화사의 핵심적 갈래들을 융합적으로 소화해내며 젠더적 주제의식을 환기하는 작품들을 통해 논해보고자 한다.

 

 

1541.jpg



-하 편에서 이어집니다.-



참고

문화 웹진 인터미션

서정인, 필름 느와르를 통한 미국문화 읽기, 석사학위논문, 2001

 


[신명길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18129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1.06.24, 22시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205번길 54 824호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