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이 세상에 사랑이 얼마나 많은지, 함병선(9z) - Romance [음반]

함병선(9z)의 첫 정규앨범
글 입력 2021.06.0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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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아트] 9z - Romance.jpg


 

사랑 노래는 정말 많다. 셀 수 없을 정도로.

 

한성우의 <노래의 언어>에 따르면, 한국 가요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나'와 '너', 그리고 '사랑'라고 한다.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나는 너를 사랑해'가 될 것이다. 사랑의 고백은 우리가 듣는 음악을 구성하는 가장 흔한 주제다. 어느 가수가 부르던, 어느 장르의 노래던 쉽게 찾을 수 있는 음악이 사랑 노래다.

 

그러니 사랑 노래에 대한 견해는 각자 다르다. 애절한 발라드가 좋은 사람이 있지만 누군가는 '또'라는 수식어를 붙여 사랑 노래를 지루하다고 말한다. 음악가도 마찬가지다. 풋풋한 사랑을 노래하는 가수가 있는 동시에 사랑을 배척하고 염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가수도 있다.

 

사랑 노래를 어떻게 바라보던 결국 우리는 수없이 많은 사랑 노래를 듣고 노래한다. 사랑은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가장 깊게 닿을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개별적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이다. 사랑의 성질은 '왜 사람들은 사랑 노래를 좋아할까?'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먼저, 사랑은 경험으로 정의된다. 누군가에게 사랑이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개인의 경험으로 사랑을 설명할 것이다. 사랑은 개인이 경험한 감정과 기억의 총합으로, 만들어지고 학습되는 후천적인 관념이다. 그래서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각자 다른 백 가지의 사랑이 존재할 것이다.

 

동시에 사랑은 보편적이다. 보편은 개별적인 개념들을 묶어 설명할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했던 기억, 행복했던 감정, 헌신과 갈등, 슬픔과 우울까지도 보편적인 사랑이라는 과정 안에 포함된다. 보편적인 사랑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을 표현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랑의 노래는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 타인이 경험한 사랑은 작품이 되고, 작품 속에서 우리는 개별적인 경험을 찾는다. 보편적인 이야기에서 나올 수 있는 개인적인 성찰은 공감을 끌어낸다. 공감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 노래를 찾게 하는 이유다.

 

사랑 이야기는 흔히 로맨스라고 부른다. 앞서 한 이야기는 세상에 수많은 로맨스가 존재하는 이유와 소개할 앨범의 이름이 'Romance'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프로필_함병선(9z)_square.jpg

 

 

긴 하루를 보낸 후 그 감정을 담는 일이었다. 기억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그게 참 어려웠고 그 기억은 가까워질 듯 멀어져 슬픔인지 행복인지 대체 어떤 알아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여러 관계를 겪으며 나는 이렇게도 생겨나고 저렇게도 지워졌다. 모든 곡이 흐른 후, 당신 앞 누군가에게 '사랑합니까?'보다는 '사랑한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이 궁금해진다면, 이 앨범은 그 정도면 되겠다 싶다.


그리고 사랑을 넘어, 사랑을 위한 앨범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외로운 것이 당연하지만.

 


또 하나의 로맨스가 세상에 나왔다. 싱어송라이터 함병선(9z)의 정규 앨범 'Romance'가 발매됐다. 함병선은 앨범을 통해 마음이 동하고 움직이는, 그간 지내온 삶의 여러 장면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함병선은 밴드 '위아더나잇'의 보컬이자 '9z'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로켓 다이어리'와 '위아더나잇'을 거치며 오랫동안 밴드의 보컬로 활동했고, 펑크록과 감성적인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오가며 폭넓은 커리어를 쌓아왔다.

 

함병선은 밴드를 벗어나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펼쳤다. 그는 2019년 첫 EP '지난 마음 지나가던 날'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몇 개의 싱글과 EP를 거쳐 2년간의 활동을 정리한 정규앨범 'Romance'를 발표했다. 그의 음악은 정적인 풍경의 비주얼로 대변되는 음악들이었다. 'Romance'는 '9z'로 활동했던 함병선이 남긴 흔적의 총합이었다.

 

'Romance'의 첫 인상은 위아더나잇의 음악과 비슷할 수 있다. 음악에서 가장 큰 인상을 차지하는 역할은 보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아더나잇에서 보여줬던 감성적인 멜로디와 신디사이저 사운드는 여전히 음악의 중심에 위치한다.

 

하지만 밴드 활동과의 차이점은 앨범 크레딧에서 드러난다. 위아더나잇은 모든 밴드 구성원들이 작∙편곡에 참여했다. 반면 'Romance'는 함병선과 위아더나잇의 '릴피쉬(Lil FISH)'를 중심으로 제작되었다. 다른 프로듀서가 아니라 밴드의 일원이 개별적인 작품을 만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Romance'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온건한 확장에 가깝다. 함병선은 위아더나잇에서 보여준 사운드를 중심으로 좀 더 짙은 서정성을 선택했다. 앨범의 수록곡 'SunandMoon'과 'Lover'는 리듬보다는 멜로디와 코드를 강조한다. 밴드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리듬과 악기연주를 지우고 서정성이 들어갈 틈을 만들었다.

 

또한, 'Romance'는 다양한 프로듀서가 참여해 새로운 변화를 만들었다. 기타와 베이스가 강조되는 '얼음'과' 'Hospital'은 Alive Funk가 참여해 날 선 밴드 사운드를 섞었다. 반대로 Mokyo가 참여한 'Nevermind'는 힙합적인 접근이 묻어나며, 김은혁이 참여한 'Yours,'는 좀 더 차분하고 긴 호흡의 피아노가 돋보인다.


어느 무엇보다도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Romance'는 함병선의 개인적인 서사로 가득 찬 앨범이다. 사랑이라는 주제로 관통하는 노래들은 그가 겪은 경험과 시간의 일부를 보여준다. 솔로 활동을 통해 나온 앨범이었기 때문에 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로맨스라고 해서 향기와 반짝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함병선의 사랑은 조금 혼란스럽거나 어둡게 묘사된다. 그는 소개 글에서 앨범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임을 말하지만, '그럼에도 외로운 것이 당연하다'고 끝내며 필연적인 슬픔을 동시에 보여준다. 'Romance'는 사랑과 외로움이 교차하는 지점을 짚어낸 앨범이다.

 

첫 트랙 'SunandMoon'은 사랑과 이별을 담아낸 곡이다. 곡은 '그대가 두둥실 떠올라 온기를 느껴요'라고 말하며 사랑을 몽환적인 따뜻함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와 달리, 가사는 '저 태양과 달 사라지면 끝내요', '우리 몹시도 뜨거워지고 순간의 비명을 볼지라도'라고 하며 이별을 예감한다.

 

가사를 읽다 보면 감정의 불안함이 느껴지곤 한다. 'Lover'는 따뜻함이 가득하지만, '네가 떠들어대는 소리에 눈을 뜬다면 지난밤 악몽이어도 난 괜찮을 거야'라고 말하며 불안 속에서 의지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어지는 '얼음'은 비가 내린 후 얼어버리는 상황을 묘사하며 당황과 절망을 은유했다. 가사 자체로도 어둠이 가득하지만 함병선의 처량한 목소리는 외로움을 증폭시킨다.

 

마지막 두 곡인 '그래도 서로를 안았다(1)'와 'Yours,'는 사랑이 지나고 난 후의 과정을 담았다. 두 곡에서는 다른 곡들에서 볼 수 없는 가사를 찾을 수 있는데, 노래의 몇몇 지점에서 '고맙다'라는 단어를 들을 수 있다. 어쩌면 모든 사랑의 경험이 지나고 나서 고마움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앨범은 따뜻한 온기를 되찾고 사랑을 다시 노래한다.

 

함병선은 모든 곡이 흐른 후 '사랑한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앨범을 다 듣고 나서 그의 질문이 떠올랐다. 단순히 만나서 헤어졌다는 사실 위주의 기억보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느꼈던 과거의 표정과 생각들이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Romance'는 보편적인 사랑 노래다. 사랑 노래가 유별나거나 독특한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개인적인 사랑이 노래가 되었기에 우리는 다시 사랑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세상에 사랑이 얼마나 많은지, 모두가 마음에 하나씩은 품고 있는 노래는 로맨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Romance

 

Artist: 함병선 (9z)

 

Release: 2021.04.08

 

Genre: R&B/Soul, Rock

 

Label: big.wav Music

 

Format: Album

 

Country: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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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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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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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옹
    • 앨범 소개 고맙습니다. 숨어있는 음악가들의 좋은 앨범 소개 많이많이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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