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지털 성범죄자를 검거하라 - 위왓치유

글 입력 2021.06.02 11:5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디지털 성범죄자 검거 프로젝트’. 영화<위왓치유>가 2021년 6월,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위왓치유>는 12세 소녀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페이크 계정으로 랜덤 채팅에 참여해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는 디지털 성범죄자들을 쫓고 검거까지 나서는 과정을 담은 리얼 다큐멘터리이다. 지난 2020년,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성범죄자를 잡아라>라는 제목으로 상영 후 지금 이 시대에 경종을 울리게 하는 영화라며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배우 셋과 제작진들이 변호사,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직접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몸소 체험하며 그 실상을 고발했다. 영화의 체코 개봉 당시, <조커>가 세운 개봉 첫 주 주말 스코어를 제치며 6주간 박스오피스 1위, 2020년 개봉작 중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 스코어를 기록할 정도로 체코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N번방 사건, 디지털 그루밍, 딥페이크, 불법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가 여러 형태로 판을 치고 있는 시대에 그 어떤 작품보다 생생하게 디지털 성범죄의 실체와 직시하고, 그 심각성을 여과없이 스크린으로 옮겨낸 것이 흥행 이유라고 풀이된다.

 

제작진과 섭외된 배우들이 12세 여성으로 설정한 페이크 계정에는 5시간 만에 23세-63세의 남성 83명이 접근했다. 채팅에 참여한 열흘간 2,458명의 남성이 접촉을 시도하였으며, 나체사진을 요구하거나 가스라이팅과 그루밍을 시도했다. 위왓치유는 체코 개봉 이후, 채팅에 참여했던 실제 범죄자들의 경찰 수사까지 이끌어내며 수사의 결정적인 자료가 되었다.

 

 

시놉시스

 

평범한 집처럼 꾸며진 3개의 세트장, 12살로 설정한 페이크 계정을 만들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선 배우들.

 

계정 계설과 동시에 전 세계 남성이 접촉해왔으며 열흘 간 나체사진 요구, 가스라이팅, 협박, 그루밍 등을 시도하는 남성은 총 2,458명이었다. 그리고 우린 그중 21명과 대면하게 된다.

 

범죄의 형식이 온라인으로 확산된 언택트 시대. 성에 대한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에게 일어나는 충격적인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한다. 그리고, 가해자들의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20210601174248_mqyzmycu.jpg

 

 

영화를 보면서 끔찍한 행태들을 마주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악다문 잇새로 뜨거운 한숨이 나왔고, 꽉 쥔 주먹은 펴질 줄을 몰랐다. 12세의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고 자위하는 것을 강요하는 태도는 역겹기 그지없다. 몸에 힘을 너무 주고 봐서 끝나고 나서는 진이 다 빠졌다. 이렇게까지 분노에 차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현실이 우리의 현주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12살의 어린 여자아이를 연기하며, 어떤 성적인 이야기나 도발을 먼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에게 가해자들은 대뜸 없이 전화를 걸어 “너가 가슴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불행한 거야.”라며 아이의 탓으로 돌린다. 연기자는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성인이지만, 아직 판단력과 사고 능력이 부족한 미성숙한 아이들이 이 말을 듣는다면 어땠을까. 가해자들은 이 점을 약점으로 삼는다.

 

그들의 끊임없는 요구로 스태프들은 모델의 나체사진을 포토샵으로 조절하여 신체적으로 발달이 덜 된 청소년의 모습으로 만들고, 그것에 배우들의 얼굴을 합성해 가해자들에게 전송한다. 사진만 보내준다면 연락하지 않겠다고 애원하던 그들은 더 많은 노출 사진들을 요구한다. 만나주지 않으면 이 사진들을 인터넷에 유포하고 부모에게 전송하겠다며 협박을 하기도 한다.

 

 

5.jpg

 

 

그루밍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어린이나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이뤄지는데,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 당시에는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감독과 전문 상담사들은 중간중간에 가해자들이 화를 내거나 협박을 하는 경우 경우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할 것 같냐며 배우들에게 물음을 던진다. 그 입장을 연기하는 그들은 현장의 누구보다도 그 상황의 아이들을 이해하고 있을 터였다. 그들은 답한다. 어린 나이에 누군가의 애정이 순식간에 거두어진다면 자신이 무언가 잘못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촬영일 뿐이지만, 저열하고 저급한 가해자들의 언행에 배우들의 심리 상태가 걱정이 되었는데, 실제로 촬영이 끝나고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며 오랜 기간 심리 상담을 받아야만 했던 이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같이 답한다. 다시 영화를 찍는다고 해도 참여할 것이라고.

 

 

1.jpg

 

6.jpg

   

 

영화 속에는 영화구조 상 관객들의 분노를 완화 시키는 장치가 등장하기도 한다. 대화 상대를 찾고자 했던 한 남성의 등장이다. 그는 순전히 대화를 위해서,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위해 등장했다. 진심 어린 조언을 통해 노출을 강요하거나 성적인 농담을 하는 남성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배우들은 그를 보며 눈물짓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 장면마저도 의문이 들었다.


우선, 랜덤채팅이나 화상채팅은 불순한 매체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그것들엔 어떠한 목적을 갖고 접근하는 이가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SNS 플랫폼을 이용하여 그는 미성년자에게 접근한다. 또한, 자신은 ‘똑똑한 여성’과 대화하고 싶어서 들어왔다고 말한다. 이미 미성년자에게 채팅을 시도했다는 사실과 그러한 말투가 모두 미묘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실제로 랜덤채팅 어플에서는 대화 대상과 그런 식으로 라포형성을 하고 안심을 시킨 후, 본 속내를 드러내는 이도 있다고 들었다. 후에 2주간의 대화를 통해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설명이 추가되기도 하여 이해했지만, 다분히 정상적인 반응에 감동을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던 부분이 있다. 물론 영화구조 상 필요한 장치라고 생각하긴 했다.


영화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N번방 사건’,‘웰컴 투 비디오’ 등 디지털 성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춘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감시의 눈을 피해 더욱 교묘하게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영화 속 이야기는 곧 우리의 현실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움직여야 한다.

 

 

WWY_mainpo1.jpg

 

 

GV때 N번방 취재를 담당하셨던 한겨레 서정민 기자님과 김완 기자님, 오연서 기자님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현 시대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담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기자님들은 문화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제작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N번방 취재과정에서 목격한 수법들과 유사한 장면들이 다수 등장해서 국적을 뛰어넘은 범죄의 심각성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또한, 범죄자들은 텔레그램이 아닌 플랫폼에서 또 반복적으로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것이다. N번방 사건에서 조주빈 외의 공범들이 잡히긴 했지만,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2차 가해 등이 그런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오연서 기자님의 소견에 깊이 공감했다.

 

N번방 사건에 대해 긴 시간을 들여 그들이 취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에 했던 보도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해 연말에 한 커뮤니티로부터 자발적으로 공론화가 일어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왓치유>는 6월에 개봉한다. 영화를 통해 사회 전반적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모두가 관람하며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박세나.jpg

 

 

[박세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